통상시험대 선 산업부, 전문성과 인력 풀 부족에 쩔쩔
입력 : 2013-11-12 10:08:30 수정 : 2013-11-12 10:12:20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우리나라와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속도가 붙는 등 '통상입국(立國)' 기조가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통상 전문성과 인력부족으로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가 협상중인 FTA 는 한-중 FTA를 비롯 한-중-일, 한-베트남, 한-인도네시아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5건. 여기에 한-일 FTA 등 협상재개 여건 조성 중인 것과 한-이스라엘 FTA 협상을 준비 중인 것을 포함하면 FTA 추진 건수는 무려 14건에 이른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자유무역협정(FTA) 현황(자료=산업통상자원부)
 
문제는 산업부가 올초 정부조직 개편법에 따라 외교부(옛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기능을 이관해 오면서 아직 부처 자체적으로 통상 역량이 완비되지 않았다는 점. 부처 수장인 윤상직 산업부 장관조차 실·국장 때 산업정책과 에너지자원 분야를 주로 맡은 경력 때문에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통상업무 수행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산업부 조직 체계를 봐도 제1차관은 산업정책을 담당하고 제2차관이 자원과 통상 분야를 담당하지만 사실상 통상업무는 2차관 밑에 있는 통상차관보가 전담하는 모양새다. 이에 산업부는 조직 출범 전부터 "개별 부처가 경제와 비경제, 국내·외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대외전략수단을 잘 다룰 수 있겠냐"라는 말이 나왔다.
 
조직 체계가 제대로 잡혀지 있지 않다는 지적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등장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홍의락(민주당) 의원은 "외교부로터부터 통상 관련 정보와 비문이 산업부로 제대로 이관되지 않았고 산업부가 재외공관에 공문 하나 보내려 해도 외교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외교부의 통상기능 이관은 무늬만 이관"이라고 질타했다.
 
더구나 최근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관세 부과와 무역규제가 늘면서 산업부가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가세했다. 실제로 올해 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에 세탁기 덤핑 의혹을 제기하며 각 10%대 관세를 부과했지만 정부는 이후 추가적인 보호대책 마련에는 지지부진하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직도(자료=산업통상자원부)
 
산업부 내 통상 인력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산업부에서 통상업무를 담당하는 통상교섭실과 통상정책국, 통상협력국 등에 배치된 인원은 200여명 수준. 이 가운데 실질적으로 FTA 협상을 주도하는 통상교섭실은 인력이 90여명에 불과해 10건이 넘는 FTA 협상을 준비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인력구성은 더 심각하다. 산업부는 새정부 출범 초 외교부에서 통상 분야를 담당했던 79명의 인원을 받았다. 이 중 외교직 인원은 총 40명이지만 이 가운데 산업부로 소속을 바꾼 인원은 단 17명. 나머지 23명은 여전히 외교부에 소속돼 임시 파견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파견근무가 끝나면 외교부로 복귀해야 하는 상황.
 
자칫 FTA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이더라도 파견 기간이 만료로 해당 실무자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홍의락 의원은 "통상교섭실은 산업부 출신인 우태희 실장을 빼고 FTA정책관과 교섭관, 실·국장 모두 외교부 파견직"이라며 "인력과 정보, 시스템도 전부 외교부에 둔 상태에서 새로운 '산업경제' 통상이 가능하겠냐"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애초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일까.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통상업무를 경험한 인원이 적어 업무 추진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며 "파견 기간이 끝나면 외교부에서 다른 실무자가 올 것이기 때문에 FTA 협상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갈수록 글로벌 경제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통상을 정책 기조로 세웠다면 산업부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산업부의 통상기능 담당은 새정부 출범 때부터 뜨거운 주제였지만 지금까지 산업부의 실상을 보면 구호만 요란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문성과 인력 부족은 졸속 협상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만 잠식되는 상황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통상차관보를 차관으로 승격하고 통상 담당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교육도 늘려야 한다"며 "통상과 FTA가 갖는 사회경제적 효과를 고려하면 부처가 처음 출범했을 때 기반을 제대로 갖출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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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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