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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동원해 대야권 싸움 벌이는 박승춘..누구인가
민주 "MB정부 끝나고 왜 연임됐는지 의문 풀려"
2013-10-29 13:09:00 2013-10-29 13:12:45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언주 민주당 의원의 말대로 박 처장이 "국회 출석만 하면 해당 상임위를 파행시키게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정무위를 파행시켰다.
 
박 처장은 3선 장군출신으로 전역 직후부터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과 관계를 맺었다. 당시 한나라당 국제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며 박근혜 당시 대표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후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를 만들어 '안보교육' 강화를 주창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보훈처장에 임명됐다. 그는 취임 후 여러차례 논란의 핵심에 섰다. 2011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을 지난 안현태씨의 국립현충원 안장이 결정될 당시 그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사실이 지난해 5월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그는 앞서 이같은 사실을 부인한 바 있다.
 
박 처장은 지난해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연두 업무보고를 진행하며 '햇볕정책'을 폄하하고, 일반인과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안보교육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 당시 그는 "2040 세대를 중심으로 햇볕정책과 남북 화해가 현 정부의 원칙있는 대북정책 및 한미동맹 강화보다 안보에 유리하다가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야당이 '오프라인 대선개입'이라고 주장하는 보훈처의 '대선개입' DVD 교육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사진=국가보훈처)
 
'대선개입' DVD의 정체는 대선을 50여일 앞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정호준 민주당 의원을 통해 그 내용이 공개됐다. 현재 '제작 협찬' 단체로 국정원이 의심받는 것과 달리 당시엔 그가 설립한 '국발협'이 의심받았다. 당시에도 그는 협찬 단체를 묻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지금 답변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야당은 박 처장의 대답 회피가 국가공무원법과 복무규정을 위반이라며 사퇴를 요구했지만, 박 처장은 이를 거부했다.
 
그가 또 다시 정국의 한복판에 부각된 것은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였다. 당시 그는 기념식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시켜 야당과 시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결국 지난 6월 국회가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공식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보훈처는 여전히 기념곡 지정에 소극적이다.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보훈처의 대선개입 의혹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제기된 의혹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났다. 2011년말부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미화하고 민주진보세력을 '종북'으로 규정한 해당 DVD가 일반인 등 22만7천여명에게 교육됐다는 내용이었다.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경찰의 조직적 은폐 수사, 안전행정부의 '편향된' 공무원 안보교육, 국방부 사이버수사대의 '댓글' 등과 함께 국가기관의 조직적 관권선거 의혹이 커지며 논란이 증폭됐다.
 
박 처장은 그러나 28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도 당당했다. "'대선개입' DVD의 제작 주체가 어디냐"는 야당 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정원이냐"는 단독직입적인 질문에도 그는 "밝힐 수 없다"고 버텼다. 그는 "정수장학회냐"는 추궁에만 "아니다"는 선별적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또 야당 의원들의 자료 제출에도 "목적이 무엇인지 확인해 제출하겠다"는 답변으로 야당 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새누리당 소속 김정훈 위원장의 지적에 "검토해보겠다"고 말했지만 끝내 자료 제출은 하지 않았다. 박 처장의 이 같은 무성의한 태도에 야당 의원들이 발끈했다. 그러나 박 처장은 야당 의원들의 호통에 '웃음'으로 받아치며 야당 의원들을 더욱 발끈하게 했다. 결국 정무위는 한동안 파행을 겪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당한' 박 처장의 배후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내비쳤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24시간연석회의-정무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어제 보훈처장의 사실상 선거개입 실체와 정체가 드러났다"며 "보훈처장이 왜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연임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확실하게 풀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기식 의원도 "박 처장은 취임 직후부터 보훈처장의 업무보다는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어떻게 당선시킬 것인지 새각만하고 그 준비작업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박 처장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함께 이명박 정부에서 유임돼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물이다. 당시 보훈처에서도 깜짝 놀랄 만큼 이례적인 인사였다"며 "보훈처의 왜곡된 안보교육 동영상, 국방부의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두 사람이 그저 뛰어난 실력으로 유임됐다고 하기엔 뭔지 모를 강한 여운이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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