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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겨도 벗겨도"…'양파'같은 용산참사 수사
2009-02-07 13:21:50 2009-02-07 13:21:50
속전속결로 끝날 것 같았던 검찰의 `용산 참사' 수사가 수사결과 발표 예정일이 9일로 임박했지만 사건의 윤곽이 명확해지기는커녕 갈수록 의혹과 논란이 보태지는 양상이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참사가 나자 바로 수사본부를 꾸려 20명이 넘는 검사를 투입하면서 조속히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사본부는 수사를 시작하면서 "설 연휴를 지나면 어느 정도 수사가 마무리될 것"이라며 "1월 말께 수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은 참사 이틀 뒤인 22일 현장에서 체포한 농성자 25명을 조사한 결과 농성자가 던진 화염병으로 옥상 망루에 불이 났다는 잠정결론을 내렸고 같은 날 농성자 5명을 구속했다.

또 이번 용산 재개발 지역 농성에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이 망루 설치법을 가르치고 용산 지역과 관계없는 이 단체 회원 10여 명이 함께 점거 농성에 참여한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유족과 시민단체가 주장한 경찰의 과잉진압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과실에 대해선 사실상 형사적으로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는 쪽으로 기운 상태였다.

지난달 30일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다음날 경찰 작전의 승인자인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사실확인서를 제출하면서 수사의 형식요건과 "할 만큼 했다"는 명분까지 갖춘 검찰 수사는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다만 망루 화재의 원인이라던 화염병을 구체적으로 누가 던졌는지와 발화지점이 정확히 어디인지가 특정되지 않은 점이 검찰 수사의 석연치 않은 부분으로 남았다.

경찰의 작전에 용역회사가 동원됐다는 의혹과 용역회사 직원이 철거민을 위협했다는 진술이 있었지만 검찰은 "사실과 다르다"거나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집어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3일 MBC `PD 수첩'이 용역회사 직원이 참사 전날인 19일 망루 설치를 막으려고 경찰을 대신해 물포를 쐈고 용역회사 직원이 경찰로 오인케 할 수 있는 사제 방패를 갖고 다녔다고 보도하면서 갖가지 의혹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검찰은 다시 경찰과 용역회사, 소방당국을 불러 `물포 대리 분사'가 사실임을 밝혀냈지만 의율할 수 있는 마땅한 법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

물포를 쏜 용역회사 직원이 경찰과 검찰에서 한 진술이 엇갈린다는 지적에 검찰은 경찰과 용역회사 사이에 `말맞추기'를 했는지도 조사해보겠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용역회사 직원이 물포를 쏘는 모습이 명확히 잡힌 영상 자료를 이미 검찰이 확보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이 `편파ㆍ부실수사'를 했다는 비난이 비등했다.

사제 방패 사용에 대해선 "용역회사 직원이 아니라 다른 철거민"이라고 부랴부랴 밝혀냈지만 이들 철거민이 사실상 용역회사 측과 같다는 반론이 나오면서 검찰 입장은 "다시 살펴보겠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검찰은 또 "김석기 청장이 상황 당시 집무실 무전기를 꺼놨다"는 수사결과를 내놨지만 "무전기를 꺼놓은 구체적인 증거가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기록이 있는 지 다시 조사해보겠다"고 물러섰다.

검찰은 아울러 용역회사 직원들이 농성자를 겨냥해 불을 지펴 유독가스를 올려 보내는 등 위협행위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새롭게 수사를 시작했다.

의혹이 계속 불어나자 검찰은 6일로 예정됐던 수사결과 발표를 9일로 미뤘다.

검찰 관계자는 "(PD수첩 보도 이후) 편파 수사 비판이 더 거세지면서 제기된 의혹을 하나하나 다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사건의 핵심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그동안 수사대상으로 삼지 않았던 의혹까지 모두 규명해 수사의 공정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것이 현재 검찰의 처지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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