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악몽'..대기업, 유동성 확보 '비상'
정부, 대기업 계열사 4~5곳 재무구조 일제 점검
입력 : 2013-10-18 11:51:14 수정 : 2013-10-18 11:54:39
(사진캡처=각사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김영택·최승근기자] 외환위기의 악몽이 재연될 위기에 처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국내 30대 대기업 가운데 무려 16곳이 유동성 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이들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은 부메랑이 돼 부채 급증을 불러왔고, 여기에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결국 자금줄을 옥좼다. 수만명의 근로자들과 수십만명에 이르는 가족들까지 한순간 거리로 내몰려야 했다.
 
16년이 지난 2013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웅진그룹에 이어 올 들어 STX(011810)그룹, 동양(001520)그룹까지 맥없이 쓰러지면서 위기감은 한층 가중됐다. ‘제2의 IMF’라는 말까지 시장에 나돌고 있다. 
 
전차군단을 대표하는 삼성과 현대차 이면에 가려진 우리경제의 현실로, 애써 이를 외면해 위기를 키워왔다는 자책도 일고 있다.
 
◇부채비율 200% ‘불안’, 400% ‘경고’
 
최근 재벌닷컴에 따르면 30대 대기업이 내년 말까지 갚아야 할 만기 회사채 규모가 30조원에 육박하고, 특히 이들 회사채 대부분이 올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또 지난해 기준 30대 대기업의 부채 총액 역시 600조원에 육박해 지난 2007년 대비 절반 가까이 급증했다.
 
국내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005930)현대차(005380)를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말라 비틀어진 돈줄을 쥐어짜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 전언일 정도.
 
흔히 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경우 경영의 불안요소가 높아지고, 400%를 넘을 경우 기업 경영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금융권은 분석한다.
 
NICE C&I와 LIG투자증권이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전선(001440)(3460%), 동양(1313%), 한진(002320)(443%), 현대(415%) 등은 부채비율이 이미 위험 수준을 넘어섰고, 금호아시아나(264%), 동부(260%), STX(011810)(258%), 대우조선해양(042660)(220%) 등도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한진그룹의 경우 대한항공(003490)한진해운(117930) 등 경기에 민감한 운송업 중심의 사업구조 탓에 높은 부채비율에 허덕이고 있다. 대한항공의 1년내 만기 부채는 4조46억원이며, 현금성 자산을 제하면 3조1166억원의 상환 자금이 필요하다.
 
현대그룹 역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011200) 중심의 사업구조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상선은 내년 최대 1조7634억원의 유동성 자금이 필요하다.
 
특히 현대그룹은 지난 2010년 주거래 은행인 외환은행으로부터 재무구조개선협약을 주문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면서 관계가 급랭했고 자본시장 접근 여력도 약화됐다는 평가다.
 
동부그룹은 금융 계열사들의 재무구조가 안정적인 반면, 동부제철(016380), 동부건설(005960), 동부하이텍(000990) 등 비금융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부실해 총 부채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물론 부채비율만을 놓고 해당기업의 재무상태를 극단적으로 진단할 수만은 없다. 영위하는 사업의 특성과 개별기업의 수익성 전망, 재무적 융통성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많다.  
 
분명한 건 부채 규모가 높아질수록 감당해야 할 자금 압박이 상당하기 때문에 채권자들은 투자를 꺼리게 되고, 기업은 더 많은 이자나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런 악순환은 결국 기업 가치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정부, 대기업 4~5곳 재무구조 일제 점검
 
위기감이 고조되자,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대기업들의 재무구조 점검과 함께 경영환경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대기업 계열의 재무구조 전반에 대한 분석에 돌입했다. 선제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눈앞에 닥친 위기를 미리 털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금감원은 재계 순위 10~20위권을 포함한 4~5곳의 대기업 계열사에 대해 재무구조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들이 속한 산업 업황이 극히 침체기여서 딱히 뚜렷한 개선책은 없다는 평가다.
 
기업들의 노력도 필사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경영 목표를 '생존'으로 설정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보증금 2500억원을 채권단으로부터 돌려 받은 데 이어,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성공하면서 급한 불은 끄게 됐다. 현금성 자산 6500억원을 더할 경우 총 1조15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이 확보된다.
 
또 이달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2800억원의 상환 유예가 확정되면서 한숨을 돌렸다.
 
올해 205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이 돌아오는 한진해운은 현재 4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진해운은 올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자산 유동화 및 금융 차입, 선박·컨테이너 매각, 터미널 리파이낸싱 등을 통해 약 2조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지속적인 재무 활동과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 노력을 진행해 오고 있다”면서 “현재 4억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통해 부채 비율을 줄이는 한편 추가자금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그룹 비금융 계열사인 동부제철의 경우 내년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는 약 6800억원 수준. 동부제철은 보유현금 1200억원을 비롯해 3000억원에 달하는 당진부두 지분을 매각해 이를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도 활용된다.
 
또 동부건설은 동자동 오피스빌딩을 매각해 2800억원을 마련하고,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을 통해 추가로 1700억을 확충,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서라도 위기를 넘기겠다는 전략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수직계열화를 탈피해 독립적인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때문에 특정 계열사에 리스크가 발생하더라도 위험이 타 계열사나 그룹 차원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잘못된 오해를 미연에 방지해 괜한 위기에 직면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경우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 예민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많다”면서 “이는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을 줘 기업 이미지와 신용도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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