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개 증권사·자산운용사·선물사 등을 회원사로 둔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이 같은 우려가 과도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걱정 수준에 머무르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채권시장 전반의 체질 전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3일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부장(사진)은 경제학자인 알프레드 마샬의 말을 따와 “지금이야 말로 난국 타개를 위한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의 특성상 외부성(externality) 노출에 의한 영향은 불가피합니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학습에 길들여진 만큼 체력도, 맷집도 강하다는 겁니다.”
◇채권시장 선진화 "사전·사후투명성 보장"
1988년 한국증권업협회(현 금융투자협회)에 입사한 성인모 채권부장은 2006년부터 5년간 채권부 부장을 역임했다. 장외시장관리부 내 채권팀이 채권부로 독립하면서 당시 ‘사령탑’이었던 이정수 본부장(당시 이사부장)의 채권부 초기 세팅작업을 도왔다.
“첩첩산중이었습니다. 협회가 단독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무 것도 없었으니까요. 의도치 않게 벌어진 일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성 부장은 선진화한 국내 채권 장외시장(OTC)에 대해서는 깊은 애착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사전투명성’과 ‘사후투명성’은 그 강점이 됐다고 했다.
“채권 자금거래 특성상 장내화를 통한 경쟁매매는 불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장의 전반적인 투명성을 고민하기 시작한 배경이 됐죠.”
국내 채권시장의 1년 자금 거래량은 대략 6000~7000조원 정도.
연기금과 은행·보험·증권사 등 기관투자의, 기관투자에 의한, 기관투자를 위한 채권 자금거래의 80% 정도는 사설 메신저를 통한 장외시장에서 이뤄진다. 시장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앞서 꾸준히 제기된 이유다.
투명성 현안 개선 차원에서 생각한 것이 첫 번째 ‘사후투명성’이다.
“채권거래 체결 후 15분 이내에 금융투자협회로 보고토록 했습니다. 사실 미국의 트레이스(TRACE, Trade Reporting & Compliance Engine))보다 한발 앞서 들였지만 이후 한 차례 인프라 점검을 마친 끝에 2006년 새로 도입한 겁니다.”
금융투자협회가 재구축한 채권장외거래보고·관리시스템인 B-TRiS(Bond-Trade Report & Information Service)가 바로 그것이다. 매매체결 시간을 추가로 보고하고, 모든 증권회사가 이 시스템에 직접 연결해 보고하는 경로를 일원화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회사채 거래 후 15분 이내에 미국증권업협회(NASD)에 보고하는 TRACE와 시스템이 유사하다.
장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인터넷 보고 체계도 구축했다. 또 소수점 셋째 자리 거래 등 유통시장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게 됨으로써 채권 장외거래의 가격발견 기능을 향상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BQS 도입부터 채권몰 조성까지..'名品 본색'
채권시장에 채권장외거래 호가집중제도(BQS, Bond Quotation System)가 도입된 지는 올해로 꼭 7년이 됐다. 금융투자협회가 제공하는 BQS는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하루 동안 거래하는 채권 호가를 수집, 공시하는 제도다.
이 또한 ‘사전투명성’ 제고 일환에 의한 것이다. “채권거래 대부분이 ‘야후’라는 사설 메신저에 의해 이뤄집니다. 그러다보니 거래 목적도, 호가 형성도 볼 수 없죠. 그걸 모아야겠다 싶어 호가집중제도를 도입한 겁니다. 현재 하루 1만 건 정도의 호가가 공시되고 있습니다.”
2007년 오픈한 BQS는 개설 당시 야후를 통해 호가를 수집·공시했지만 최근 프리본드를 중심으로 호가집중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월 현재 일평균 9646건이 공시되며 개설 당시 640여건에 비해 무려 15배나 증가했다. 프리본드를 통해 공시되는 호가정보는 7개 채권 실시간지수와 이를 추적하는 6개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로 활용된다.
프리본드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태.
“1년 6000~700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거래가 해외 사설 메신저에 의존하는 역설적인 현상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것이 프리본드라는 메신접니다. 야후에 없는 채권 발행정보와 등급정보, 민평정보에 심지어 수요예측 정보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죠.”
2010년 개설된 프리본드는 7월 현재 199개 기관 2284명이 등록돼 있다. 하루 평균 144개 기관과 1212명의 채권거래 인력이 접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오픈 당시 등록자수 대비 2.5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같은 해 도입, 일반 투자자들의 채권탐색을 돕는 채권몰(Bond Mall)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채권 쇼핑’이 가능해진 겁니다. 증권사가 소액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채권판매 정보를 협회가 대신 모아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거죠.”
채권종류와 신용평가 등급, 수익률, 만기, 분리과세 가능채권 등 투자자가 조건을 설정해 투자대상 채권을 검색할 수 있는 채권몰은 국내 모든 증권사가 제시한 판매수익률을 통해 가격비교도 할 수 있다. 7월 현재 1100여개 채권 품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채권시장과의 '접점찾기'..결실 기대
금융투자협회 채권부 인력은 현재 총 10명이다. 채권시장과의 접점 찾기에 주력하다보니 회원사와의 만남은 최우선이 됐다.
“채권발행 담당 인력부터 매매, 운용, 중개 인력 등을 두루두루 만나고 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과 만남의 기회가 잦아야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는 거죠.”
2007년 소통을 위해 시작한 ‘채권포럼’은 벌써 26회째다. 포럼을 통해 협회는 시장 참여자인 회원사들의 시장 개선 요구를 수렴, 정부에 건의하는 역할을 한다.
“시장 선진화를 위해 채권부 세팅 초기부터 구상해온 겁니다. 그때그때 시장 이슈화 가능한 주제를 발견해 학계와 업계, 전문가로 구성한 논의 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상·하반기 거듭 발전된 포럼 개최를 통해 시장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을 끌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달 26회 채권포럼에서는 ‘회사채펀드 활성화와 채권시장 수요확대’에 대한 필요성을 놓고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다양한 제언을 내놨다.
“회사채 시장은 규모가 작습니다. 상시적인 기관투자자의 역할이 가능한 회사채 펀드 장기화와 대규모화 유인이 시급하죠. 회사채 펀드에 대한 일정부분 세제혜택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회사채 펀드 조성에 대해 생각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정부는 최근 회사채 시장 안정화를 위한 개입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가 기반산업이면서 경기 순응종목인 조선·건설·해운산업이 전반적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이들 발행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선다는 방침에서다.
“포럼에서 쏟아진 각종 제언은 위기 속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시기에 맞는 적절한 대응은 반드시 성과를 가져온다는 게 성 부장의 지론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