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토리)소득공제라는 당근의 의미
2013-07-01 18:13:33 2013-07-01 18:16:46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세금을 운용하는 조세정책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부담'이 아닌 '혜택'을 주기로 하기 때문인데요.
 
'소득공제'가 혜택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소득공제는 세금부과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 즉 소득규모를 줄여주는 것인데요. 50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1000만원의 소득공제를 받으면 5000만원을 기준으로 낼 세금을 4000만원을 기준으로 내게 되기 때문에 세금을 덜 내게 됩니다.
 
세금을 덜 내게 되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소득공제를 혜택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죠.
 
신용카드 소득공제나 의료비 소득공제 등 각종 소득공제 덕분에 매달 월급에서 더 낸 세금을 연말에 돌려받는 연말정산은 심지어 '13월의 보너스'라는 찬사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물론 더 낸 세금을 되돌려 주는 것이 맞긴 맞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혜택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오해가 깊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소득공제제도를 운영하는 이유에는 납세자의 세금부담을 덜어주고 최저생계비도 보장해주는 것 외에 과표양성화라는 중대한 '숨은'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당수 직장인들은 당장 손에 쥐게 되는 세금환급금 때문에 그 숨어 있는 목적을 눈치채고도 금새 잊어버리기 일쑤죠.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거나 현금영수증을 더 많이 발급받을수록 돌려받는 세금도 더 늘지만 그보다 더 늘어나는 것은 숨어 있던 세원, 요즘말로 지하경제입니다.
 
정부 입장에선 직장인들에게 소득공제라는 당근을 조금 쥐어주고는 그것의 몇배에 달하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거기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걷고 있는 셈이죠.
 
실제로 근로자들이 카드를 긁을수록, 현금영수증을 발급 받을수록 자영업자들의 소득은 점점 더 수면위로 올라왔습니다.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소득공제가 생겨나기 전에는 30%수준이던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비율은 1000원짜리 음료수도 카드로 계산하는 지금 70%선까지 치솟았습니다.
 
의료비소득공제 항목이 늘어날수록 근로자들도 기뻐했지만 정부도 웃고 있었습니다. 대신 현금장사를 했던 의사와 약사들은 울상이었죠.
 
지난해부터 도입된 전통시장 카드소득공제 역시 정부의 이런 '꿍꿍이'가 숨겨진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전통시장에서 콩나물 한 봉지, 두부 한 모 사면서 카드긁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만 정부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한다는 보기 좋은 포장으로 제도를 밀어부쳤죠.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 동네 슈퍼까지도 전통시장으로 분류해서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는 있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의 주머니사정도 나라에서 훤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는 날이 머지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런 유용한 소득공제 혜택을 대폭적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는데요.
 
이유는 바로 그 숨은 '꿍꿍이'의 효과가 다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신용카드를 소득공제 때문에 쓰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보편화돼 있는데다 과표양성화도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입니다. 직장인들에게 당근을 쥐어주지 않아도 지하경제 양성화는 지금수준이상은 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겁니다.
 
소득공제 역시 세금을 더 걷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그 수단이 필요없어졌으니 버리고 당근값까지 아끼겠다는 것이죠.
 
특히 소득공제 혜택이 주로 고소득근로자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은 정부에게 과세형평성 제고라는 명분까지 쥐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과세형평을 근거로 세운 정부 스스로 과세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문제도 생깁니다.
 
소득공제는 자영업자에게 대입한다면 근로자가 비용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국수를 만드는 자영업자가 국수뽑는 기계를 샀다면 그 기계값은 물론 수리비용까지 비용으로 처리해서 소득에서 공제해주고 있는데, 근로자에게는 몸뚱아리가 기계에 해당되는만큼 몸뚱아리를 교육하고 치료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공제해줘야 형평에 맞게 되는 것이죠.
 
과표가 아직 100% 양성화되지도 않은 자영업자들은 비용을 처리해주고, 근로자들은 비용을 처리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니 자연스럽게 과세형평문제가 대두되는 겁니다.
 
더 큰 걸림돌은 심리적인 문제입니다. 줬다가 뺐는 것 만큼 치사한게 없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애초에 주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자신들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해서, 나라 곳간이 말라가고 있다고 해서 소득공제라는 당근을 주다가 갑자기 끊겠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원성이 높습니다.
 
이번 기회에 국민들도 정부에서 주는 당근의 의미를 곱씹어봤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결국 혜택을 주는 세금은 없습니다. 다 걷기 위한 것이 세금입니다.
 
(사진=국세청)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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