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 민 규 기자] 앵커: 최근 대형 유해화학물질 사고가 잇달아 터져 나오며 한국 산업계에 만연한 '안전불감증' 문제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의 두 차례 사고는 유독물질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시스템 현황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졌습니다.
뉴스토마토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총 3회에 걸쳐 산업계의 유독물질관리현황 및 체계,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봤습니다. 보도국의 황민규 기자 나와있습니다.
황 기자, 우리나라가 예전부터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떠안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화학물질과 관련해서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가장 큰 원인은 뭘까요?
기자 : 네, 우선 화학물질과 관련한 사고가 최근 들어서 많아졌다는 부분부터 다소 사실과 다릅니다. 항상 전국 각지에서 유독성 화학물질과 관련한 사고가 다수 발생했었는데요. 세간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기업들이 이를 대부분 축소 은폐해왔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통계 숫자로 보면 산업 현장에서 불구가 되거나 목숨을 잃는 사람들의 숫자는 매년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먼 얘기입니다. 유독성 화학물질을 다루는 산업단지들의 경우 지난해 누출 사고 건수가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가장 단적인 예로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여수산업단지에서 단 한 건의 폭발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전남도청의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총 46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 취합 과정에서 누락이 발생하고 있다는 근거입니다.
최근 들어서 갑자기 화학물질과 관련한 사고가 많아진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구미 불산 누출사태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의 사태 이후 미디어와 여론,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앵커 : 무엇보다 산업현장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근로자의 안전권 문제가 중요할텐데요. 유해화학물질 관련 사고의 대다수가 하청업체나 비정규직 근로자여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여기에 대한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봐야할까요?
기자 : 네, 각종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 21일 원청업체에 대한 책임 강화하는 산업안전법 개정 추진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원청-하청 관계의 속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잇단 사망사고를 들여다보면 제도적인 부분에서부터 문제가 큽니다. 통상 대기업이 유해화학물질 관리와 관련한 업무를 협력업체에게 위임하는 방식은 '최저가 낙찰제'인데요. 수주 실적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최저가에 일을 떠맡은 하청업체 상당수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소수의 인원이 각종 보수작업, 야간작업 등에 투입되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습니다.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가 제기할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산업안전법 제26조에 따르면 '노동자 스스로가 급박한 상황일 때는 스스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법이 지켜진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앵커 : 관련 사고가 이어지면서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도 클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알 권리 강화를 위한 움직임도 있다면서요?
기자 : 네, 우선 화학물질은 다양한 방식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중요한 건 대기오염뿐만 아니라 토양, 식물, 하천 등을 통해서도 화학물질이 신체에 축적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근골격계 질환이나 암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죠. 그럼에도 환경부는 대기질 조사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돼 있는 '지역사회의 알권리에 관한 법'을 제정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으로 판단됩니다. 국내외 사례를 통해서도 여러차례 증명이 됐듯이 위험물질을 숨기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는 점, 그리고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예방이나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은 최근 빈발하는 화학물질 관련 사고에 의미심장한 교훈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