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장하준의 만남..경제민주화 '대타협' 촉구
2012-09-19 13:50:33 2012-09-19 13:55:49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대기업은 혼자 힘으로 큰 게 아니다. 국민 지원과 국가 차원의 자국산업 보호주의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사회적 대타협'을 받아들여야 한다."
 
장하준 영국 캠브리지대학 교수가 19일 재계 1위 삼성을 찾았다. 삼성과 장하준의 만남. 논의의 장은 이내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사회적 대타협의 필요성에 이르렀다.
 
장 교수는 이날 정례 삼성 사장단회의에 특별강연자로 섰다.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제로 최근 우리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화두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에 대해 그의 지론을 역설했다.
 
장 교수는 "현재 논의되는 경제민주화는 '주주 자본주의' 시각에서 나온 것"이라며 "주주 자본주의 시각대로 (기업의) 핵심역량만을 강조한다면 삼성은 양복과 설탕만 만들고 있었을 것이고, 현대는 길만 닦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주 자본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시민권에 기초한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경제민주화"라며 "대기업은 자신들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토대가 국민과 국가의 지원에 있었다는 걸 기억하고, 사회적 대타협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가 본질과 목적을 잃은 채 수단(방법론)에 매몰됐다고 지적하는 대표적 경제학자다. 그는 대신 재벌그룹과의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보편적 복지가 실현되는 복지국가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보수·진보, 양 진영으로부터 동시에 비판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반면 현실화 가능성, 특히 성장과 분배가 그간의 이분법적 반목 구도를 넘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그의 제안이 "최선이 아닌 차선"이라고 주목하는 기류도 확연해졌다. 
 
경제민주화가 지향해야 할 바가 결국 '복지 실현'에 있다고 강조하는 그의 주장은 우리사회에 울림과 메아리를 동시에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주장은 적지(?) 한복판에서도 거침없이 이어졌다. 삼성은 경청하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장 교수는 강연 마지막에 "복지가 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사회"를 구현할 것을 지적하며 "물론 1~2년 사이에 이룰 수 있는 모습은 아니지만 문제의식만 바꾸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희망을 펼쳤다.
 
그는 조세를 예로 들며 "세금을 몇 퍼센트 거두느냐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걷은 세금을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걷힌 세금이 효율적으로 잘 사용되는지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 사장단은 장 교수에게 글로벌 기업으로서 삼성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답변을 구하기도 했다. 장 교수는 "정답이 없다"며 "주주 자본주의적 입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어느 선에서 접점을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는 장 교수의 특강을 비롯해 음주문화 개선 캠페인과 18일 서울 잠실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열정락서'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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