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이 책은 기업인 '박태준'을 재조명했다. 박태준 명예회장의 마지막 연설문과 각계인사의 추모사와 연구논문이 한글과 영어로 함께 실려있다. 책을 보는 내내 박태준 전 회장에 강인한 정신과 사상, 업적에 다시한번 놀라게 된다. 동시에
포스코(005490)의 미래가 더욱 궁금해진다.
◇'태준이즘', 박태준의 정신과 사상

영국의 대처리즘, 미국의 레이거니즘은 익숙하면서도 '태준이즘'이라는 용어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진다. 책에서 송복 연세대 교수는 박태준의 영감과 몰입, 조직원들의 사기가 넘쳐나게 하고 진정한 소통을 가능케한 그의 리더십과 사상, 그리고 주장을 일컬어 '태준이즘(Taejoonism)'이라 명명했다.
송 교수는 '태준이즘'이란 단어가 무색치 않은 것은 그가 한국 경제사에 탁월한 업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세계은행(IBRD) 조차 한국의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를 비관했지만 그는 영일만 벌판에 '포스코'라는 신화를 일궈냈다.
한국 경제사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룬 인물은 많다. 이병철, 정주영 등 지금의 재벌기업 창업주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박태준은 그들과 달랐다. 그는 '사리사욕'이 없었다. 지위를 이용해 개인적인 사업을 벌이지도 않았고, 포스코라는 대성취를 자신이나 가족의 재산으로 여기지도 않고 만들지도 않았다.
책은 그가 사익 추구의 열병을 앓고 있는 한국에서 그 반대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무사심(無私心)'과 '결백성(潔白性)'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태준이즘'을 성립하게 하는 주요 요소라는 것이다. 건설회사 성공신화로 '경제 하나는 책임진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대통령에 오른 누군가와 극명하게 비교되는 대목이다.
◇소통과 신뢰의 상징, 박태준
"의욕을 가지고 진심으로 그를 따르며 열심히 일하는 종업원들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며 참으로 기쁘고 감격적인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진심으로 최고경영자를 따르는 분위기가 공장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포스코을 직접 방문해 종업원들이 일에 임하는 태도와 분위기를 느낀 후쿠다 수상의 소감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포스코에는 노사분규와 학생시위 한 건도 없을 정도로 그는 '소통'에 능했다. 브라질의 지식인 엘리저 바티스타에 따르면 그의 말은 짧고 명료했다. 그는 감동에 찬 메시지로 상대방을 리드했고, 그의 가치를 조직 성원의 가치로 입히고 전환해서 태준이즘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포스코가 탄생하게 됐다.
실제로 그의 마지막 연설로 기억되는 작년 9월, 포스코 초기부터 현장 근무를 했던 퇴직사원 370여명과 박태준은 19년만에 재회했다. 그의 짧은 연설 동안 강연장은 눈물의 호수를 이뤘다.
그는 노쇠한 전직 포스코맨들에게 "우리는 희생하는 세대다, 우리의 희생과 헌신으로 조국 번영과 후세 행복을 이룰 수 있었다"며 따뜻한 눈물을 흘렸다. 가슴벅찬 감동의 순간에 사람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감정을 나눌줄 아는 사람이었다.
◇ 2012년 포스코는 어디로 가는가
◇지난3월 28일 박태준 회장 타계 후 첫 청암상 시상식이 열렸다. 포스코청암상은 청암 박태준 명예회장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고 2007년에 1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박태준의 업적과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그를 보내는 마음을 읽어내려갈수록, 지금의 포스코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포스코는 어떠한 길을 걸어가고 있을까.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중국의 과잉공급과 수요산업의 불황이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세계 유수의 철강기업들은 위기를 맞았다. 포스코도 그 불길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한때 20% 후반대의 영업이익률을 자랑했던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8%에 그치고 말았다. 2010년 6조원 가량의 현금은 현재 절반이상 감소했다. 자산을 매각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는 등 신용등급에 신경써야할 처지가 됐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정준양 회장은 공식석상에 나설때마다 '위기'를 언급하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포스코조차 불안정한 대외환경에 온갖 촉각을 곤두세우고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들 한다.
정 회장은 박태준 명예회장 영결식 조사에서 "당신의 정신세계를 체계적으로 밝혀내서 우리 사회와 후세를 위한 공적 자산으로 환원할 것이며 앞으로 맞을 난제에 대한 해법을 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태준 회장을 기리고 연구해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는 것. 그것이 지금 포스코 앞에 놓인 숙제다.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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