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최근 정부가영세중소상인을 지원하겠다며 내놓은 외국인전용 시내면세점 신설방안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 동안 조세형평에 어긋난다며 시내면세점 신설을 엄격히 규제해 온 정부가 스스로 정책을 뒤집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또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이 고가의 해외 유명브랜드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산품 매장을 확대하더라도 중소기업 제품이 얼마나 팔릴지도 미지수다.
23일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으로 시내면세점 신설과 기존 시내면세점의 특허갱신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세판매장운영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개정안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을 활용해 내수와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지방에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는 외국인전용 시내면세점을 신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신설 면세점에는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하고, 신설 매장에는 국산품 매장면적을 늘려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문제는 이번 대책이 그동안 시내면세점 신설을 강하게 규제해 왔던 정부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관세청은 지난 2008년 고시개정을 통해 시내면세점 신설 규정과 갱신 규정을 크게 강화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보겠다는 의도로 시내면세점제도를 도입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내국인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 습관적으로 들르는 '면세쇼핑장'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면세점에서 산 물건을 다시 국내로 들여올 때 면세한도 400달러 이상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하지만, 세관의 인력구조와 시스템상 상당수는 세금 없이 국내로 다시 반입된다.
이미 내국인들이 북적이는 시내면세점을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정부는 ▲전년도 전체 시내면세점 이용자수와 매출액 실적의 외국인 구성비가 각각 50%를 넘거나 ▲외국인 입국자가 해당 지역에 30만명 이상 증가한 경우에만 면세점 신설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아울러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시내면세점의 특허갱신요건도 최근 5년간 이용자수와 매출액 중 외국인 비중이 각각 35%이상, 50% 이상인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했다.
외국인전용 면세점은 면세점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시내면세점의 규제가 함께 완화된다는 것이 문제다.
관세청 관계자는 "외국인전용 면세점이 생겨나면, 외국인 고객이 분산될 것이기 때문에 기존 시내면세점이 특허갱신요건을 채우기 어려울 수 있다"며 "고시 개정 때 기존 면세점 규제도 함께 완화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외국인전용 면세점의 실효성도 문제다.
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관광지가 서울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고, 정부 방침대로 지방에 면세점이 신설될 경우 매출신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시내면세점의 매출구조에서 가방, 화장품, 향수 등 고가의 해외 유명브랜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국산품 매장을 확대해 중소기업 제품을 팔아보겠다는 정책이 먹혀들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롯데와 신라 등 면세점 업계의 전체 매출액 4조2000억원 가운데, 91%인 3조8000억원이 외제품이고, 국산품은 4000억원(9%)에 불과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에서 외국인전용 면세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디에 면세점이 설치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며 "현재 개정안을 마련중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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