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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이 뭐길래", 희비 엇갈린 정당들
당명 변경에 한나라 '신중', 민주 '방긋', 통합진보 '난처'
2012-01-30 17:18:34 2012-01-30 17:18:40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한나라당이 30일 최종 결정하기로 했던 새 당명 확정 시기를 늦췄다. 한나라당은 비대위는 "한나라 당명 개정에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며 "신중한 판단을 위해 개명안 발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27일부터 시작한 국민대상 당명공모에 홈페이지를 통해 응모한 응모자가 6362명이고 이메일을 통한 응모건수 2849건"이라며 "한 응모자가 다작을 응모한 경우까지 고려 하면 총 1만건 이상의 응모가 이루어 진 셈"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2004년 당명개정을 시도하며 진행했던 일주일 동안의 국민공모 당시 응모건수가 천 여건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금번 당명공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예상보다 많은 응모로 발표를 미루게 됐음을 알렸다.
 
 
거론되고 있는 후보작들에는 '희망, 복지, 행복, 새로운' 등의 단어가 많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30일 의원총회에서의 논의와 전국운영위원회 등의 의결을 거쳐 내달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새 당명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취하기로 한 것은 4.11 총선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당의 이름이 홍보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정치권은 지난해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들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민심은 직접적으로 정치를 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는 안철수 교수를 대선후보 1위로 만들었다. 또한 제1야당 민주당이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자당 후보를 내지 못하는 일도 일어났다.
 
여기에 내곡동 사건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실정과 비리, 거대정당들의 디도스 파문과 돈봉투 논란이 더해지면서 정치권에는 통합과 쇄신 열풍이 몰아쳤다.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참패할 것이라는 공포 속에 재창당 이야기까지 오가다 결국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선택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등장했고, 외부 인사들을 비대위원으로 대거 임명하며 젊은 층을 잡기 위해 20대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한나라'라는 당명으로는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 15년을 이어 온 간판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복수의 정당이 합당하며 새롭게 출범할 때 이름을 바꾸지만, 한나라당은 당 해체 후 재창당 같은 절차 없이 민심을 받든다는 측면에서 쇄신의 의미로 새 당명을 공모하는 것이 특징이다.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민주당은 시민통합당과 합치면서 민주통합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들은 작년 12월 16일 민주통합당을 출범시킨 후 지도부 선출 전대 흥행과 함께 승승장구 중이다.
 
물론 '민주통합당'으로 이름을 바꿨기 때문에 정당 지지율 1위에 오른 것은 아니다. 전통의 기존 민주당에 한국노총과 시민사회가 합류하면서 외연이 넓어지고, 반 이명박 정서가 확산되면서 쉽게 '대항마' 자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시민통합당이 합쳤으니 '통합민주당'이 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민주통합당'으로 이름을 정한 것은 전략적 선택이었으며, 성공요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 있다.
 
민주통합당보다 앞선 지난달 5일 '통합진보'로 당명을 확정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등 진보정당의 통합효과가, 민주통합당 출범 이후 거짓말처럼 꺼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0%를 넘던 통합진보당의 지지율 추락이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이 일반 대중에게는 잘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야권의 1, 2당끼리 당명이 헷갈리는 상황이 당세가 강한 민주통합당에는 진보통합의 효과까지 흡수하는 호재로, 당세가 약한 통합진보당에는 존재감을 잃는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지역주민들이 '민주노동당은 어디갔느냐', '유시민은 민주통합당에 간 것 아니었냐'라고 묻더라"고 쓴웃음을 짓고 있다. 예비후보 선거운동에서 후보 알리기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이 합쳤다고 설명해야 한다고 분통이다.
 
국민참여당 출신 이종웅 경기 성남 분당 을 예비후보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통합진보'라는 당명의 선명성 부재가 심각한 상황임을 입증하는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하여 지도부에 건의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천호선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지난 10일 "우리가 먼저 '통합진보'로 정했는데 민주당이 '민주통합'이라고 바꾼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진보신당이 "통합진보당을 언론에서 '진보당'으로 약칭 사용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며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통합진보당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전적으로 당명에 정당의 인기가 달린 것은 아니지만, 각 정당들이 당명으로 겪고 있는 '희노애락'을 고려하면 그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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