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연기자] 유명 자산운용사 채권펀드매니저가 지인들에게 100억원대 가짜 펀드를 모집한 대규모 사기사건이 발생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투자 자금을 입금한 계좌가 자신이 투자한 펀드의 계좌인지만 확인했어도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27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연 8%대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가짜 펀드를 만들어 100억원 대의 거액을 가로챈 혐의로 외국계 자산운용사 배 모 펀드매니저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배 매니저는 지인 등을 통해 가짜 펀드의 투자자를 모으는 과정에서 상품설명서와 계약서 등에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운용사 대표의 도장을 찍어 해당 운용사의 상품이라고 믿게 만들었다.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집하면서 계약서나 설명서, 입금을 확인했다는 확인서 등에 자신이 직접 새긴 대표이사 직인을 사용했다”며 “투자자들이 펀드매니저가 당시 현직에 있었음을 알고 있는 지인들이었기 때문에 믿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금을 펀드매니저 개인 명의의 계좌에 입금하면서도 큰 의심을 안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은 가입절차에 대해 잘 아는 투자자라면 당하지 않았을 사기라고 입을 모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정상적 가입절차를 거친다면 판매사가 있어야 하고 계좌를 개설하기 때문에 통장도 있어야 한다”며 “사모펀드 직접판매를 통해 자금을 모았다면 계좌에 입금하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들이 직판으로 운용사에 자금을 맡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자금을 모은 후에도 운용보고서나 수익금이나 펀드로 믿게끔 이런 것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의문”이라며 “실제 투자자들이 운용사에서 운용하는 펀드로 믿었다면 희대의 위조범”이라고 말했다.
펀드매니저의 개인 계좌로 입금하면서 별다른 의심을 안 한 투자자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운용사와 투자자가 직접 거래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창구는 운용사의 마케팅팀일 것”이라며 “펀드매니저 개인 명의 계좌로 돈을 받는 일은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아예 없고 운용사에 한 번만 전화해서 계좌를 확인했어도 바로 알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가짜 펀드 사태로 각 운용사들 역시 비상이 걸렸다.
내부에 컴플라이언스 부서를 두고 자체 심의를 하곤 있지만 계좌 내역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만큼, 펀드매니저 개개인의 유사수신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은행 직원이 운용사에 제보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이 수면으로 드러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금융위원회도, 해당 운용사도 전혀 몰랐던 일”이라며 “컴플라이언스 부서가 있다고는 하지만 당사자가 직접 이중취업행위를 보고하거나 투자자가 밝히지 않으면 모를 일”이라고 한계를 지적했다.
한편 이번 가짜 펀드 사건으로 검찰에 구속기소된 펀드매니저는 현재 해당 운용사에서 해고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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