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정부가 12.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생애최초 주택구입 대출을 4.2%로 하향조정, 신청자격도 부부합산 소득 4000만원에서 5000원만으로 확대하는 등 주택구입을 장려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에서도 "지금이 내집 마련의 기회"라며 동조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언론매체 등은 한동안 지속된 경기 침체 등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고, 건설사들이 미분양 해소를 위해 각종 혜택을 내걸고 있기 때문에 '내집 마련 적기'라며 홍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아직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 정부 지원 금리로도 대출이자만 소득의 3분의1.."서민대출 맞아?"
이재학 씨(가명, 서울시 홍은동, 35세)는 현재 배우자, 딸 아이와 살고 있는 20평짜리 전셋방을 빼고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을 대출 받아 한강김포신도시 인근의 전용면적 85㎡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할 예정이다. 연 소득이 약 4000만원 수준인 이씨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을 통해 약 2억원의 대출을 받기로 했다.
"한동안 저와 집사람이 가장 고민하던 게 주거문제입니다. 이제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학군이나 성장환경 측면에서 좀 더 쾌적하고 좋은 지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늘 짐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 집을 사긴 형편이 어렵기는 하지만 당장 다른 선택이 없기도 하고, 들리는 소문으로는 요즘 내집 마련하기에 나쁘지 않다고 해서..."
이씨가 받기로 한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의 연 금리는 4.2%다. 즉 2억원을 대출하기로 한 이씨는 연간 약 840만원의 대출이자를 부담하게 된다. 이씨의 연소득인 4000만원에서 각종 세금을 제외하고 매월 300만원 정도 실수령한다고 치면 원리금을 제외하고 매월 이자만 70만원 수준이고 약 17년동안 137만원(이자포함)의 금액이 고정적으로 지출된다.
즉 정부 지원혜택 등이 포함된 가장 좋은 조건 하의 대출 하에서도 취득세, 재산세 등의 세금을 포함하면 사실상 소득의 35% 이상이 주거 관련해서 나가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식비, 난방비 등을 포함한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유류세 등을 포함하면 한 달에 이씨가 사용 가능한 금액은 15만원 안팍이다. 소위 '괜찮은 집'에 살면서 정작 본인은 변변한 겨울코트 하나 사입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내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들'의 삶은 이처럼 초라하기 이를데 없다.
◇ 부동산전문가, 경실련 등 "집값 거품, 아직 멀었다"
최근 '집값이 떨어졌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올 들어 매매가격이 많이 떨어진 지역은 그만큼 지난 상승기에 많이 올랐던 지역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최근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3년간 수도권에서 매매변동률 하락폭이 가장 큰 경기 동두천시는 17.28%가 떨어졌지만 앞서 상승기에는 90.87%가 폭등했다.
동두천시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2005년 295만원에서 2008년 563만원을 찍고 현재 463만원으로 조정돼 결과적으로 200만원 가량 상승한 셈이 됐다. 두 번째로 낙폭이 큰 파주 운정신도시도 하락기에는 15.77% 감소했지만 상승기에 55.06%가 올라 동기간 수도권 매매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즉 최근 1~2년간 부동산 침체기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버블기에 형성됐던 거품들은 거의 빠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지난 2006~2007년 폭등했던 집값이 금융위기로 조정됐다가 2009년 3~9월까지 반짝 상승하면서 80% 이상 회복했다" 면서 "특히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전용면적 60㎡ 안팎의 중소형은 더 오르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요새 집값이 빠진다고 하지만 한주에 0.01%씩 떨어지는 식이라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막상 싼 매물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침체되면 가격이 낮은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거래가 살아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집을 갖고 있으면 손해라는 식의 시그널을 줘야하는데 오히려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다주택자에게 자꾸 혜택을 주니까 더 보유할 여력이 생겨 싼 아파트들이 나오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 주택자금 대출 못받는 사람이 전체가구 27%..국민 절반이 세입자 신세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27%는 주택 마련이 불가능한 계층인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 미국 평균의 2배 이상이 되는 수도권 지역은 그러한 계층이 더 많다. 서울의 PIR은 12.64로 미국 뉴욕(7.22)의 두 배를 웃돌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급을 지속적으로 늘려왔어도 사실상 대출을 받아도 주택 마련이 어려운 계층이 많기 때문에 사실상 전체의 50% 가구가 세입자로 살고 있는 상황이 고착된 지 이미 오래"라고 지적한다.
즉 '하우스푸어' 등과 같은 주택자금대출의 '노예들'과 아예 대출 자체가 불가능한 실수요자들이 전체 국민의 절반인 상황에서는 공급의 양적 확대나 거래활성화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의 김성달 부동산감시팀장은 "대출완화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어느정도 여력이 되는 사람들에게 생색을 내는 수준일 뿐 사실상 거래활성화를 통해 집값을 다시 띄워보겠다는 수준의 정책"이라며 "정말 내집 마련을 장려하려면 일단 가격이 현실화된 반값 아파트 등이 공급되도록 시장구조를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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