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미정기자] 타잔은 숲속의 원주민에게 빌렸던 젖소를 돌려줘야 한다. 그런데 이때 원주민이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젖소를 돌려주는 2가지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타잔은 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① 당장 젖소를 갚아야 한다.
② 젖소와 구하기 힘든 고래 2마리까지 갚아야 할 확률이 반, 젖소를 주지 않아도 될 확률이 반이다.
이때 타잔은 이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까?
기댓값을 계산하면 ①은 젖소를 갚아야할 확률이 100% ②는 젖소 한 마리보다 더 크게 갚아야할 확률이 50%이지만 갚지 않아도 될 확률 또한 50%이다. 이때 타잔은 확정된 손실액보다는 손실을 줄일 수 있는 확률이 반밖에 되지 않는 ②를 선택한다. 혹시라도 젖소를 주지 않을 수 있다면 도박이라도 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인간은 현실 속의 문제가 복잡하고 불확실해 합리적인 선택을 제한 받는다. 그래서 이를 증명한 '전망 이론' 혹은 '기대이론'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경제 현상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는 추세다.

'생존을 위한 금융경제의 비밀 26' 책의 저자는 이같이 경제학 이론들을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제 현상과 접목한다.
실직한 사람이 소득이 없거나 줄었음에도 실직하기 전의 소비형태를 지속하는 경우가 있다. 이 현상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마치 톱니처럼 보인다고 해서 경제학자 제임스 듀젠베리는 톱니효과라고 불렀다.
톱니효과(ratcher effect)는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일단 높아진 소비 수준은 소득이 줄어도 쉽게 작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미 소득이 많았을 때의 소비패턴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돈을 쓰기 전에 예산 계획을 세워 균형있는 지출을 훈련하는 방법이 현명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이 책에서는 짜장면보다 탕수육을 먼저 먹는 이유로 '공유지의 비극' 개념을 설명한다.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할 수 있는 사례로 온실가스 배출거래제 등을 제시하는데 이에 따른 한계 또한 명시한다. 더불어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설 수 있는 해결방법으로 타인의 행동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인 '넛지 효과'까지 설명해 준다.
이밖에 고가 마케팅에 숨겨진 기업의 속내를 밴드웨건효과 · 베블런 효과로 설명하고 신용 창조의 기능으로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은행의 속성을 말한다. 독점과 담합, 기회비용과 매몰비용, 선물 거래, 5만원권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는 이유로 그레샴의 법칙 등도 소개한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경제지표와 분석은 경제학의 본질이 아니며, 생활에 맞닿는 것이야말로 경제학의 속성이라고 본다"며 "금융인으로서 경제를 접목하고 싶었고, 또 생활인으로서 금융과 경제가 맞물려가는 현실 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저자의 바람처럼 이론과 현실을 넘나드는 사례 중심의 설명이 '금융'과 '경제' 두 단어 만으로도 거리감을 느꼈던 독자들에게 친절한 '금융경제' 지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