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님 오시기전엔 관람객 입장 안돼!"..지경부의 '구태'
2011-11-17 15:59:59 2011-11-17 16:01:13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지난 16일 둘러본 '2011 월드 스마트그리드 산업대전' 행사 첫날 모습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오전 10시50분쯤 서울 코엑스에 마련된 행사장 입구로 향했지만 안내를 맡은 관계자는 "아직 입장이 안 된다"며 가로막았다.
 
그는 이어 관람객들이 입구를 통과하지 못 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치며 입장을 통제했다.
 
이날 같은 층에서는 'RFID/USN 코리아2011 대회'도 동시에 열렸다. 스마트그리드 산업대전 참가에 앞서 10시20분쯤 이곳을 방문해보니 별도의 입장 통제는 없었다.
 
관람객들은 행사장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즐기고 있었다.
 
두 행사의 분위기가 너무도 상반되는 이유가 궁금해 스마트그리드대전 행사 관계자에게 통제의 이유를 물었다. 그랬더니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지식경제부 차관과 내빈들이 도착해야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전시관 근처 홀에서 개막식 행사를 치르고 있는 동안 관람객들은 영문도 모른채 전시회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한 셈이다.
 
나중에 전시회 관람이 몇시부터 예정됐던 것인지 사무국 관계자에게 문의했더니 그는 "B홀에서 10시에 전시회를 열었고, 오디토리홈에서 11시에 개막식을 가졌다"고만 답했다.
 
10시에 개막하기로 한 전시회에서 멋대로 1시간 가까이 입장을 막은 것이다.
 
애당초 관람객이 기다리든 말든 큰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 행사가 제 시간에 시작된 것인지 여부도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가까스로 들어간 전시회장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각 기업의 부스가 부산스러웠는데, 모 기업은 마이크로 리허설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또 다른 기업의 실무자는 부스 입구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며 관람객 응대는 뒷전이었다.
 
곧 이른바 'VIP'가 뜬다는 소식에 특별한 손님 맞이에만 촉각이 곤두서 있었던 것이다.
 
이쯤되니 이 행사가 과연 누구를 위해 마련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길어야 10분 내외 둘러볼 관료들을 위한 행사인지, 관람객들을 위한 행사인지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관람객들은 오지도 않은 관료들을 위해 시간을 허비해야 했고, 들어가서도 그들에 밀려 홀대를 당해야 했다.
 
뒤늦게 한 부스를 찾아들어가자 담당 직원은 "점심 좀 먹고 온 뒤 설명드려도 괜찮을까요?" 하며 미안해했다. 그때 시간은 1시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참여한 업체들도 '귀한 손님' 맞이에 꽤나 정신을 못차렸던 것이다.
 
전시회 취재를 마치고 나오면서 떠오른 단어는 '구태(舊態)'였다. '특별한 손님'들을 위해 그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게 하는 모습은 한참 전 권위주의 시절에나 있었던 얘기 아니었던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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