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형주기자] 26일 국내 금융시장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다시 한번 요동쳤다.
세계 경기의 상승기조가 꺾였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위기의 주범인 유로존 채무위기를 타개할 뚜렷한 해결점이 보이질 않자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폭락장으로 이어졌다.
코스피지수는 3거래일 동안 11% 넘게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인 1650선까지 미끄러졌고, 코스닥은 이날 하루 낙폭만 8%대에 달하는 등 '패닉장세' 그 자체였다.
원·달러환율 또한 시장 변동성 확대에 일조했다. 지난 주말 정부발로 추정되는 강한 개입에 억눌렸던 환율이 이날 급등 반전한 것이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무려 29.80원(2.56%) 치솟은 1195.8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13개월래 최고치이자 당장 1200원선까지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다.
채권가격도 급락했다. 국내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환율 마저 1200원선 턱밑까지 다다르자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됐다.
채권 전문가들은 국내시장 안에서야 채권이 안전자산으로 꼽히지만 국제 금융시장 기준에선 한국시장 전체가 위험자산에 가깝기 때문에 채권도 금융시장 충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치솟다보니 투자자들로서는 채권을 팔아치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주식·채권·환율시장이 이처럼 '트리플 약세'를 보인 것은 사실상 국내시장에서 위험·안전자산의 구분이 무의미해졌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주식과 채권 등의 구분 없이 약세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금융위기 진화를 위한 긴급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와 관련해 "전체적으로 위기감을 갖고 비상체제로 전환, 경제상황을 점검·운영할 것"을 주문하며 비상 경제체제 돌입을 시사했다.
증권·금융업계에선 외국에서 쥐고 있는 자금(국채)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그리스의 디폴트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번주 금융시장 방향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는 ▲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 실무자들의 그리스 실사 ▲ 29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 여부가 꼽힌다.
트로이카 실무자들의 그리스 재정개혁 점검은 명목상으로는 회생 지원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실시하는 평가이지만, 그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소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선 실사단 평가를 통해 그리스에 80억유로가 지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결과가 잘 안나와 지원을 철회할 경우 디폴트로 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변수는 보다 장기적으로 유럽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로존 국가들이 공조에 나서기로 한 EFSF 규모 확대 여부다.
이번주 독일 의회의 EFSF 분담액 증액 관련 투표가 예정된 가운데 기금 증액이 자국의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 독일이 얼마나 통 큰 결단을 내려줄 지가 관건이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의 경제력이 유로권에서 가장 큰 만큼 시장을 만족시킬 만한 수준의 분담액을 설정한다면 뒤이어 다른 국가들도 증액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공산이 크다"며 "이렇게 되면 경직된 투자심리 또한 어느 정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하나 둘씩 해소되는 28일까지는 급변동 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방향은 점점 아래로 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한형주 기자 han990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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