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46)은 진주-창원MBC 통폐합과 관련, 정부여당 수뇌부의 개입 아래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양 위원은 김재철 MBC 사장과 방통위가 합의 절차를 무시해가면서 해당 사안을 강행할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김 사장 등은 “윗선의 ‘오더’를 받고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은 이번 사안이 지역방송 정책의 시금석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방통위가 외압을 받아 이를 날치기 처리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통합 과정도 문제 삼았다.
MBC와 방통위 내부에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것은 물론 공영방송 사장이 돌출적 ‘사표 쇼’를 보이는 등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스른 모습이 여럿 나타났다며 “몰지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위원은 방통위의 일방적 결정에 항의하는 표시로 지난 7일 삭발을 단행했다.
현직 차관급 인사의 전례 없는 행동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여당 추천 위원들은 ‘경영 효율성’을 앞세워 진주-창원MBC 양사를 합쳐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물리지 않았다.
결국 진주-창원MBC 통폐합 안건은 지난 8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와 관련, 양 위원은 다수가 합의제 원칙을 깬 상황에서 소수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공론장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당분간 방통위 전체회의 참석을 보이콧 하겠다고 밝혔다.
양 위원은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출신으로 지난 2010년 7월 민주당 추천에 의해 방통위 상임위원이 됐다. 다음은 10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방통위 청사에서 양 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스스로 밝혔듯 종편 선정 과정에서도 이 정도로 반발하지 않았다. 삭발까지 할 정도로 이 문제가 절박한 이유가 뭔가?
▲ 종편은 기본적으로 정쟁의 영역이란 점이 명확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밀어붙였고 국회는 미디어법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행정부에서도 이들이 물리적으로 강행할 것이라는 것은 뻔히 판단하고 있었다. 종편의 경우 방통위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여러 세력이 맞물려 있는 사안이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진주-창원MBC 통폐합 건은 정쟁의 영역이 아니다. 이번 것은 합의의 영역이고 방통위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다. 더욱이 방송정책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시금석이 되고 판단 기준이 돼야 하는 사안이었다. 분명 방통위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내용이었는데 정치외압이 이뤄졌다.
- 외압에 대해서 좀 더 부연설명을 한다면? 경남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국회의원도 진주-창원MBC 통폐합에 반대하지 않았나?
▲ 개입이 있었다면 정부여당 수뇌부일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와 한나라당 수뇌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정보와 첩보를 듣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청와대 핵심라인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황우여 원내대표가 움직였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강행할 수 없다. 김재철 MBC 사장의 인적 네트워크가 작동한 것이고 방통위가 그것을 불러들여 여당 추천 상임위원들의 보폭을 제한한 것이라고 본다. 걱정스러운 것은 진주-창원MBC 통폐합이 정쟁의 영역이 아닌 데도, 이런 문제까지 방통위가 압력을 받아 날치기 처리했다는 사실이다.
- 지역MBC 통합은 김재철 사장 이전에도 MBC 내부에서 필요성이 제기돼 온 문제인데.
▲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문제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 내 입장은 명확하다. 구 방송위원회 시절 당시 신자유주의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규모의 경제’와 ‘경영 효율성’ 이 두 개 키워드로 모든 정책이 진행됐다. 그러다보니 수도권 아닌 지역은 지역성 말살이 요구됐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역KBS 통폐합을 시도하고, 뒤를 이어 최문순 전 MBC 사장도 지역MBC 통폐합을 추진했고, 그게 이번 김재철 사장에게로 넘어온 것이다.
그런데 김재철 사장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예전엔 그래도 합의 절차를 밟았다. 당시 MBC 구성원들이 지역MBC 통합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포기한 것이다. 그런데 김재철 사장은 기본적 합의 과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명령하는 식이다. 지역 주민 설득 작업이 없었고 ‘내가 이 회사 사장이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지’, 이런 식이다. 한 마디로 최소한의 민주주의도 지키지 않았다. 이건 공영방송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는 몰지각한 행동이다.
- 진주-창원 MBC 통합과 관련해 2기 방통위 안에서 차선책에 근접해가고 있다고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 있다. 결국 과정상 문제가 돌출돼 여기까지 온 셈인데 상황을 설명하면.
▲ 이미 물 건너간 차선책 내용까지 세세히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합병 허가를 승인하지 않는 것을 최대 목표치로 놓고, 방통위에 산적한 수많은 의제를 속도 있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합의제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차선책을 공유했다. 합병을 하더라도 경남 지역 방송권을 어떻게 확보하고 보장할 것인가, 이를 놓고 아주 적극적 논의와 고민이 있었다.
실제 합의지점까지 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김재철 사장의 엽기적 사표 놀이가 터져 나온 것이다. 많은 사람들, 심지어 조선, 중앙, 동아일보 관계자도 부끄럽다 이야기할 정도였다. 저건 망동이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들 했다. 그런데 방통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지 않고 있다. 나도 그게 궁금하다.
이전에도 전체회의에서 기본적 논쟁은 있었다. 그때 여당 추천 방통위 위원들은 애초 경영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게 진주-창원 MBC 통합 승인을 주장하는 핵심 콘셉트였다.
그런데 한번 보자. 창원-진주MBC는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광고 의존도를 줄이는 등 사업 다각화도 성공했다. 그렇다면 경영 위기 타개책이라는 승인 요청 논거는 무너진 것 아닌가?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다른 논거를 가져오든지 이렇게 합병 승인 밀어붙일 것이면 테이블은 왜 필요하고 토론은 왜 하는가? 이게 무슨 합의제인가? ‘오더’ 받고 움직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 합의제가 방통위 원칙이라면 다수결을 따르는 게 민주주의 아닌가?
▲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첫째, 합의제를 깬 것과 관련해 선후의 문제, 인과의 문제가 있다. 언론은 문제의 원인을 고민하기보다 결과에만 시선이 집중돼 있는데 이런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합의제를 깬 것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다수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가 할 수 있는 방법이 뭔가?
난 방통위에 투쟁하려고 온 게 아니라 정책을 하려고 온 것이다. 그래서 방통위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을 구분해왔다. 이를 테면 종편 승인은 방통위가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방통위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마저도 외부 입김으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 뭘 더 할 수 있겠나?
경남지역 6만 시청자들이 창원-진주MBC 통폐합을 반대하는 서명을 했다. 그들의 마음은 누가 위로해주고 달래줘야 하나? 진정성을 보여주는 방법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현직 차관이 머리 빡빡 밀었다는 데만 집중하면 그건 악의적 이야기다.
- 진주-창원 MBC 통폐합 안건이 의결되면 이후 방통위 전체회의를 전부 보이콧 하겠다고 했는데.
▲ 전체회의는 당분간 보이콧 할 것이다. 다른 일상적 업무를 안 할 수는 없겠지만, 공론장이 무너진 상황에서 무슨 회의를 할 수 있겠나? 방통위 전체회의는 국민 앞에서 5명이 모여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다. 합의제를 이렇게 무너뜨린 상황에서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나 스스로 이를 재평가 할 수 있는 시점까지 참가할 수 없다.
-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김재철 사장도 사표를 던지는 강수를 뒀는데.
▲ 김재철 사장은 지역방송발전위원회 의견 청취 과정에서 진주-창원MBC 통폐합을 승인하지 않으면 진주MBC 방송권을 반납하겠다고 했다. 사기업 사장들이 ‘직장 폐쇄’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맞먹는 발언이다. 아무리 사장이라도 방송권 반납은 방통위가 결정하는 것인데 자신이 오너인양 사기업 회장인양 스스럼없이 그런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
김재철 사장으로선 선거 위해 도망가는 길이 이때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만일 총선 출마한다고 방송사 사장직에 사표를 던지면 그것은 더 엽기스러운 일이 되지 않겠나? 그런데 외부에서 압력을 받고는 유치한 사표 놀이를 접으면서 방통위에 화살을 돌렸다. ‘제 생각이 짧았다’ 한 게 아니라 방통위에 대한 항의 표시로 말을 바꿨다고 한다.
그런 공영방송 사장을 누가 뽑았나? 방송문화진흥회가 뽑았다. 그렇다면 방문진 이사장을 선임한 방통위가 책임을 지고 징계를 내리는 게 순리다. 이건 대외적 신뢰 문제라고 본다. 그런데 규제기관으로서 엄격한 잣대, 김재철 사장의 비겁하고 야비하고 천박한 행동에 대한 분노, 그에 대한 고민이 왜 깡그리 없어졌나? 나도 이해가 안 된다.
- 언론노조 등에서 KBS 수신료 인상 반대와 미디어렙법 제정을 두 축으로 전선을 만들고 있다. 8월 중 총파업도 예고한 상황인데 이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힌다면?
▲ 미디어렙법 제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취약매체가 고통당한다. 미디어렙은 빨리 결정돼야 한다. 취약매체를 보호하면서 여론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살펴줘야 한다.
법 제정이 이처럼 어렵게 된 것은 한선교 의원 때문이다. 한 의원이 ‘1타 7피’ 한 셈이다. 6월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미디어렙법을 처리하고 마지막으로 수신료 문제를 다루려고 했는데 (문방위 여당 간사인) 한 의원이 갑자기 미디어렙을 제치고 수신료 인상안을 날치기 하려고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선교 의원은 수신료 인상을 위해 노력했다는 이미지를 KBS에 심어주고 MBC, SBS, 종편 4개에 광고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려 했다. 종편 포함한 6개 매체에 이익을 안기려고 수신료를 지렛대 삼아 미디어렙을 무산시킨 것이다. 그렇게 국민을 속이고 국회를 속이고 방송영역에 일대 혼란을 일으켰는데, 국회의원 하나가 그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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