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시대를 읽는 데 문학만큼 요긴한 게 없다. 왜? 소설은 당대를 해부하니까. 경영의 역사도 예외일 수 없다.
"작가는 어떤 방법으로도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우리는 작가가 시대와 혼연일체가 되기를 바란다. 시대는 작가를 위해 만들어졌고 작가는 시대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 책은 장 폴 사르트르의 발언을 적극 끌어안고 기술한다. 예컨대 '철도와 문학'이란 장에는 영국이 자랑하는 E. M. 포스터의 '하워즈 엔드'가 별도 꼭지로 소개돼 있다.
"런던 외곽 하워즈 엔드로 떠나는 기차역은 황홀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관문이다."

소설의 첫 문구를 소개하며 저자는 산업혁명을 가속시킨 철도 건설 붐이 영국의 경제, 사회, 정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당대 현실을 반영한 이 소설이 중산층의 계급 갈등을 다루는 동시에 누가 영국을 상속할 것인지 냉정히 묻고 있다고 촌평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저자는 문학과 경영의 '통섭'을 꾀한다. 요컨대 기업이 역사에 등장한 뒤 시대별 기업활동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그 속의 경영자들 모습은 어떠했는지 당대 작가의 눈으로 살펴보는 식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작가와 서적과 영화를 책 전반에 걸쳐 여럿 소개한다. 개중엔 익숙한 것도 있고 익숙치 않은 것도 있다.
요컨대 1920년대 미국 재즈시대를 배경에 깔고 있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나 1930년대 대공황 여파에서 탄생한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그 자체로 위대한 문학이자 당대 자본주의 분위기를 일람하는 데 나무랄 데 없는 역사서이기도 하다.
또 19세기 프랑스와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사회를 비판한 오노레 드 발자크, 찰스 디킨스는 뛰어난 작가이자 관찰자였다.
이 책이 일깨우는 건 그뿐 아니다. 시대별 작품목록을 따라가다 보면 법인의 기원부터 고층사무실, 워킹걸, 매니저, 기업사냥꾼, 산업스파이, 스톡옵션 등 기업활동에 얽힌 다양한 용어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주홍글씨>의 작가 나다니엘 호손이 세관원이었고, '황무지'의 시인 T. S. 엘리엇이 은행 직원이었으며, 윌리엄 포크너는 막노동을 하면서 남는 에너지를 글쓰기에 쏟아부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보험회사 노동자로 하루 8~9시간씩 규칙적으로 일하며, 숨막히는 분위기를 '벌레'로 은유한 프란츠 카프카는 문학과 기업을 한 데 엮은 책의 기획의도에 가장 부합하는 사례다.
전반적으로 '경영'과 '기업활동' 개념을 낯 익은 소재로 부담 없이 접하고픈 이들이 반길 만한 책이다. 저자는 한국드러커협회 대표를 맡고 있는 인물로 스스럼없이 전문가를 자처할 만큼 드러커의 경영철학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 왔다.
저자는 "피터 드러커의 통찰은 문학에서 나왔다"고 결론 지으며 인용할 가치가 있는 소설을 경영에 접목해 주제 별로 엮었다고 머리말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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