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먼저 책 제목만 보고 '남들은 모르는 기이한 사실 몇 가지를 알아서 써먹자'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저자인 던컨 와츠는 호주에서 물리학 전공 후 응용역학 박사학위를 받고 12년 동안 사회네트워크과 복잡계 연구에 투신했다. 꽤 똑똑한 사람이 최대한 말랑말랑하게 쓴 '논문'같다.

일반 교양서 수준을 뛰어넘는 '상식의 배반(Everything is Obvious)'은 '상식'과 '비상식' 두 편으로 구성됐다. '상식'에서는 우리가 흔하게 보는 사회 현상과 해석 중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비상식'에서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화합을 모색한다. '상식'편은 몇몇 사례로 쉽게 넘어가지만 '비상식'편은 번역서 특유의 난해한 문장과 어려운 얘기로 자칫 흐름을 잃기 쉽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두루 공부한 내공으로 저자는 여러 사례를 들어 '상식의 잘못됨'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앵커링(anchoring)이란 오류는 처음 접한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해 생각이 바뀌지 않는 경우다. 닻(anchor)에 의존해 생각이 고정되는 경우인데, 저자는 "제일 먼저 접하는 정보는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매스 미디어 사회에서 대중은 대부분 신문, 방송 등 언론을 통해 어떤 정보를 처음 접근한다. 저자 주장대로라면 자신이 접하는 언론을 제일 먼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적어도 한국사회처럼 대동소이한 논조를 가진 언론이 대다수라면 특히 더 그렇다.
저자는 '역사에서 과학적 설명을 기대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특정한 시점에 이뤄진 어떤 이벤트가 앞으로 또 다시 반복될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사후적인 해석이 더해져 역사가 반복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물론 최근 미국발 위기를 봐도 그렇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금융위기는 물론 최근까지 '더블딥(이중침체)'는 없다고 낙관했지만 현실은 완전히 어긋나버렸다. 저자가 지적하듯 경제학자와 소위 미래학자들은 "예측과 관련해 ... 미래를 공표하기 좋아하는 것 못지 않게 자신의 예측을 책임지기 싫어하는 것이다(p. 176)."
저자는 결국 "사회적 세계는 물리적 세계보다 훨씬 더 복잡다단하며, 우리가 그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욱더 복잡해진다"며 "어쩌면 우리는 물리학을 닮은 사회과학은 절대 갖지 못할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사회과학의 보편적인 법칙 같은 것을 찾아내야 한다는 조바심은 접어두고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더욱 신경 쓰다 보면 보다 많은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며 사회과학이 자연과학과 같은 엄밀성을 굳이 추구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복잡다단하고 그 때 상황이 다른 인간사를 보면 사회과학은 그냥 '세상 사는 얘기'이고 '그 때 뿐인 얘기'인 셈이다. '공부를 많이 할 수록 복잡한 세상을 쉽게 설명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저자의 견해에 동감하며, 세상 사람 모두가 하루하루의 발전을 위해 애쓰는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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