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북리뷰)'‘경제학의 배신’.."문제는 정치다"
라즈 파텔 저, 북돋움 펴냄
2011-07-13 14:21:35 2011-07-18 09:01:11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정치는 정치고, 경제는 경제다!”
 
한 술자리에서 나온 건배사다. 민간기업에 당국이 개입해 문제가 많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렇게 ‘정치’와 ‘경제’를 분리한 것 자체가 상당히 정치적인 발언이다. 완벽한 정경분리라면 기업에 정부보조금을 주지 말아야 하며, 대통령이 자장면값을 통제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세상에서, 사실 정치와 경제는 분리되기 어렵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이 “경제는 정치적 배경을 떠날 수 없다(불황의 경제학, 2008)”라고 말했듯 경제는 언제나 정치에 의존해왔다.
 
라즈 파텔의 ‘경제학의 배신 (The Value of Nothing)'은 주류 경제학이 주장하는 효율적 시장가설 그리고 오직 이익만 좇아 행동할 것이라 가정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경제인)‘에 대한 부정에서 시작한다. 효율과 만능의 이름 아래 시장이 생겼고 이기적 개인이 자본주의를 풍요롭게 만들 것 같았지만 실상은 주기적인 경제위기와 빈곤의 심화 그리고 불평등을 가져왔을 뿐이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만 봐도 정교하지 못한 금융공학이 전세계 경제를 파탄에 내 몰 뻔  했다. 작년 개봉영화 ‘머니네버슬립’의 탐욕스런 뉴욕 월가 금융인이 인정했듯 “음악은 끝나고 파티도 끝났다(The music stops, the ball is over)”
 
 
분명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시장 만능주의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주류 경제학자와 그 시각에 종속된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이들을 ‘한 쪽 눈이 실명돼 상황을 제대로 못 보는 사람’으로 비유하며 이런 시각에 도전하는 세계적 사례도 소개한다. 구미(歐美) 지역 소농의 ‘라비아캄페시나’ 운동부터 마르코스 부사령관으로 유명한 멕시코의 사파티스타 공동체까지 그 예가 풍부하다.
 
저자는 두 가지를 강조한다. 먼저 ‘정치’다. ‘1원 1표’의 주주 자본주의가 아닌 ‘1인1표’의 민주적 방식으로 선출된 대표가 경제 문제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장집 전 고대 교수가 지적했듯 우리는 지극히 정치적인 선거에서 일자리, 물가 문제 등 지극히 경제적인 문제의 해결을 기대한다. 선거와 공동체 운동을 통해 잘못된 경제를 바로 잡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이 책의 부제가 ‘Redefine Democracy' 즉 ’민주주의의 재구성‘인 것도 같은 이유다.
 
둘째는 ‘호혜’다. 저자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와 달리 사람들은 관용, 공정함, 신뢰, 이타주의, 호혜성을 그 자체로 가치있게 여긴다”고 말한다. 경제 관점 말고도 사람은 '따스함' 같은 본성이 있으니 그것이 더 잘 발휘될 수 있게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책을 읽고 아쉬운 '호혜' 사례가 있었다.
 
결국 주민투표까지 갔지만 ‘가짜 서명’을 놓고 논란이 많은 ‘무상급식 논란’이 그것이다.  “내가 왜 삼성 이건희 회장 손자 밥값까지 내줘야 하느냐?”며 반대하는 분들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계층을 도울 수 있다는 건 보지 못하는 듯하다. 아이들 밥값에 좀 더 호혜적이고 인간적인 한국사회가 되긴 어려운 것일까?
 
(참고로 이건희 회장 손자는 1년 학비만 1000만원이 넘는 영훈초등학교(사립)에 다녀서 무상급식 대상이 아니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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