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앵커: 네 금주의 경제신간을 소개하는 시간입니다. 오늘 역시 지난주에 이어 저자와의 인터뷰 준비했는데요. 오늘 소개할 책은 '승승장구 농심 위풍당당 삼양'입니다. 제목이 참 재밌죠. 바로 내용을 알수 있을거 같습니다. 이책의 저자 서울시 미디어팀장 김은국씨 나와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저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그 많은 소재 중에서 특별히 라면을 책의 주인공으로 삼으신 이유가 정말 궁금합니다. 또 라면을 정복하기까지 어느 정도 준비하셨나요?
저자: 중국의 국수, 일본의 라멘, 이탈리아의 파스타가 있다면 한국인에게는 라면이 있습니다. 2008년 세계라면 협회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연간 라면 소비량은 33억개로 세계 6위입니다. 국민 1인당 연간라면소비량은 평균 75개, 한국이 단연 세계 1위입니다.
그만큼 라면이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죠. 라면이 제2의 주식이라고 불리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대한민국 대표서민음식 라면이 처음 소개된 것은 1963년입니다. 2년만 있으면 라면이 우리의 식탁에 오른 지 반세기가 됩니다. 라면을 소개할 당시, 한국인들에게 라면은 바다 건너온 낯선 음식이었습니다. 지금은 필수적인 한끼 대용식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간편한 요리법, 뜨끈한 국물까지 그야말로 한국인을 위한 음식이 된 것입니다.
라면이 국민음식이라는 칭호를 받고는 있지만 정작 라면을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 소개된 책은 없더라구요. 그래서 라면 업계의 선두 주자와 원조인 두 기업을 소개하게 된 거죠. 이 책은 농심과 삼양의 기업이야기와 함께 라면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요즘도 일주일에 두끼정도는 라면을 먹는데요, 라면을 정복하려면 앞으로 몇십년 더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앵커: 책에도 나왔지만 2~30대인 저희들은 사실 삼양보다 농심이 익숙하고 과거에 삼양이 1위였다는 걸 잘 모릅니다. 책에는 언급이 돼 있지만 60%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던 삼양라면이 어떻게 순식간에 농심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된거죠? 이 부분 사실 전 당시 상황을 잘 모르겠어서요.
저자: 식품제조업체들은 항상 제품의 품질에 신경을 씁니다. 만약 제품에 이상이 생길 경우 그 여파는 일시적인 매출 급락 뿐만 아니라 회사의 존폐위기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고객의 밥상에 오르기까지 전과정을 철두철미하게 관리해야만 합니다.
1960년대 80년대 중반까지 삼양식품은 시장점유율이 70%에 가까웠습니다. 다른 회사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업계 1위였지요. 삼양식품에서 내놓는 제품들마다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1989년 11월 ‘공업용 우지파동’으로 삼양식품은 회사 설립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합니다. 우지는 라면면발을 튀기는 데 사용하는 쇠기름을 말하는 것인데요. 당시에는 공업용 우지를 정제해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검찰은 삼양식품 등 5개 식품회사가 미국에서 비식용으로 구분되어 있는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며 회사 대표와 실무자 10명을 구속 입건했습니다. 결국 검찰은 인체 위해성 여부를 입증하지 못했지만 이 사건은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후폭풍을 몰고 왔습니다.
사건발생 13일후, 당시 보건사회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라면이 인체에 무해하다“라고 발표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한번 등돌린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삼양식품은 부도덕한 기업으로 낙인찍혔습니다. 삼양식품은 결국 대표상품인 ‘삼양식품’의 판매를 중지합니다. 그 결과 시장점유율은 60%에서 10%대로 추락하게 됩니다.
삼양식품은 수천억원대의 손실과 함께 시장점유율 하락, 그리고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그보다 더 가슴아픈 것은 무려 1천여명의 직업들이 회사를 떠났다는 것입니다.
전중윤 명예회장은 우지파동을 겪으며 4천여권의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전회장은 9천권이 넘는 책을 지닌 장서가로 잘 알려져있는데요, 당시 평생 읽은 책의 절반을 읽으며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렸답니다.
앵커: 현재는 서울시청 대변인실에서 인터넷뉴스팀장으로 일하고 계시지만 이전엔 기자로 일하셨는데요. 책에서 언급됐지만 삼양라면의 우지파동, 농심의 쥐 새우깡, 바퀴벌레 사건 등에서 보듯 언론사들의 ‘보도후 사실확인’이라는 점을 꼬집으신것 같은데요. 언론인 출신으로서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자: ‘공업용 우지파동’에서 볼 수 있듯이 ‘사실 확인’이라는 언론의 소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무조건적 받아쓰기식 보도는 건실한 기업뿐만 아니라 관련 시장 전체를 위험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1989년 당시 라면시장규모는 약 4000억원이었는데요, 검찰의 발표로 라면업계 1위 기업 삼양은 100만 박스 이상의 라면을 폐기처분했습니다. 약 1천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구요, 전체 3000여명의 직원중 1000여명이 회사를 나가야 했습니다. 삼양식품은 이 사건으로 90년대초까지 적자에 허덕여만 했습니다.
문제의 우지를 사용해, 마가린과 쇼트닝을 제조하던 서울하인즈와 삼립유지는 후발주자인 롯데삼강에게 시장을 양보했습니다. 부산유지는 사건 직후 부도를 내고, 결국 회사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앵커: 최근 이슈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또 농심의 신라면 블랙입니다. 사골이 들어갔다는 문구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허위광고로 지적, 제재를 받았는데요.
저자: 전교 1등과 2등의 차이점은 단순히 등수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분야이든지 1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열함을 넘어선 처절함이 요구되는데요.
라면시장 1위기업은 부동의 1위를 지키기위해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습니다. 농심의 1위전략은 ‘일류모델을 내세운 마케팅 전략’보다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신제품개발인 셈입니다.
혹시 신라면이 몇 년도에 출시된 지 아시나요?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은 25년이 지난 지금직까지 라면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 뒤를 ‘신라면블랙’이 잇고 있습니다. 농심 신춘호 회장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친동생인데요. 신라면블랙은 신춘호 회장이 개발에서 출시까지 밤낮을 가리지않고 현장을 뛰어다니며 직접 진두지휘한 제품입니다. 이른바 농심의 향후 25년을 책임질 간판급 대표주자 라면인 셈입니다.
기업입장에서 신제품에 대한 기대는 당연할 수도 있는데요. 신라면블랙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는 농심의 지나친 기대감의 결과가 아닐까요?
신라면블랙은 기존 신라면에 비해 두배에 달하는 고가입니다. 공정위의 허위광고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 팔리고 있답니다. 얼큰하면서 구수한 것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제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앵커: 식문화에 있어서는 웰빙이 트렌드인데요. 라면이란 인스턴트라는 식품으로서는 매력이 많이 떨어진게 사실입니다. 삼양과 농심도 이미 이를 돌파하기 위한 노력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두 회사의 특징 또는 차이점이 각각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설명 간략히 해주신다면요~
저자: 소비자의 입맛은 항상 변합니다. 라면을 만드는 농심과 삼양은 이런 소비자의 입맛을 잡기위해 항상 고민을 해왔습니다.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 제품개발노력’이라는 측면에서는 농심과 삼양이 대동소이합니다.
농심의 ‘채식주의 순’과 삼양식품의 ‘장수면’ 은 웰빙 트렌드를 잡기위한 두기업이 고민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데요.
농심의 ‘채식주의 순’은 라면의 세계화를 위해 반드시 공략해야하는, 세계3대 문화권중의 하나인 이슬람 국가시장을 겨냥한 제품입니다. 육류를 전혀 쓰지 않고 양배추 양파 마늘 고추 당근 생강 등 6가지 채소만으로 라면 본래의 맛을 살리고 있습니다. 채식주의 순은 대한이슬람중앙회로부터 할랄 인증까지 받았는데요.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슬람율법에서 금하는 돼지고기와 목이 졸리거나 맞아죽은 짐승의 고기 등을 넣지 않은 음식을 말합니다.
삼양의 장수면은 이른바 기능성 라면입니다. 70가지의 정선된 원료를 첨가해 칼슘 철 인 등의 23가지 영양분이 함유된 기능성 라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먹고나면 포만감과 함께 한끼 식사를 제대로 한 것 같은 만족감을 느낄수있게 개발한 제품입니다.
앵커: 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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