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가계부채 '폭탄' 넋놓고 있는 정부·금융당국
입력 : 2011-06-09 17:30:33 수정 : 2011-06-09 18:58:20


[뉴스토마토 송지욱기자] 지난 5월에도 가계부채가 크게 늘면서 '가계부채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에도 은행권 가계대출은 3조원이 늘면서 줄어들기는커녕 넉달째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와 금융·통화 당국은 올해 초부터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달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반년이 다 지나도록 이렇다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전방위적인 가계부채 증가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잔액은 439조8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조3000억원 늘었다. 이는 잔액 기준으로 볼 때 사상 최대 규모다.
 
모기지론 양도를 제외한 주택담보대출은 4월 2조4000억원에 이어 5월에도 1조4000억원 늘어나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긴급 생활비 등으로 주로 사용되는 마이너스대출도 1조9000억원 늘어나면서 '조단위 증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해왔다. 최근에는 주택대출 뿐 아니라 신용대출도 빠른 속도로 늘었다.
 
또, 과거 중산층 이상 계층이 많이 이용하던 주택담보대출이 서민금융기관을 통해 서민층과 저소득층(저신용등급자)에게까지 확산된 점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저신용등급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신용금고, 대부업체 등의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 가계부채 위기의식 있지만 대응은 '안일'
 
가계부채 문제는 이미 지난 2008년부터 조금씩 제기되어 왔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의지를 보이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은 매달 큰 폭으로 증가해왔다. 금융권에서는 금리상승이나 부동산시장 침체가 이어질 경우 가계부채 부담이 커져 제2의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표시해 왔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초 직접 가계부채 문제를 언급하면서 '우리 경제의 잠재적 폭탄'이라고까지 지목하기도 했다. 또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완화했던 DTI규제 원상태로 환원시키는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가 뒤늦게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윤 전 장관은 퇴임 직전인 지난 5일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에 비해 빠르게 증가했지만 정부가 관리 가능한 범위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도 "(DTI규제 원상복귀는) 가계부채를 손보겠다고 한 것으로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는 있지만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살 만한 대목이다.  
 
◇ 특단의 대책 없이 미적..소극적 금리정책도 대출급증 못막아
 
금융당국은 6월말 대대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그 일환으로 나온 것이 바로 지난 7일 신용카드사의 외형 경쟁을 차단 특별 대책이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신용카드사의 자기자본 가운데 총자산의 비율인 레버리지 규제 도입, 회사채 발행 특례 조항 폐지 등 사실상 후발카드사의 '돈줄죄기'식 처방이었다. 몇몇 후발카드사의 돈줄을 죄어 가계로 돈이 흘러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지만, 지엽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은은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4~5월 금리를 동결한 데 이어 6월에도 금리인상을 피해갈 것이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
 
◇ 정부·금융통화당국, 가계부채 폭탄 '뇌관' 제거할 수단 없나
 
이에 따라 정부와 금융당국이 시한 폭탄에 다름없는 가계부채를 해체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정성태 LG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신용카드사 규제는 부채 증가 속도를 줄이겠다는 '양적규제'로 볼 수 있는데 신용카드 외형경쟁 특별 대책이 업계 자율에 맡긴 만큼 실효성에는 의문이 선다"고 말했다.
 
또 "카드업권처럼 은행업권에 만약 양적 규제인 '대출총량규제'등 제한된 법을 제시한다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연구원은 "이밖에도 만기, 금리연동, 거치기간 등 대출 구조상의 문제를 손보거나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높이는 금리 정책 등을 더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모두 그동안 여러번 나온 대책을 조합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병삼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집을 마련하려면 돈을 빌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미 빌린 돈은 갚는 방법밖에 없다"며 "저소득층에게는 금리를 낮춰주거나 유예하는 등 상환부담을 줄이는 등 방안 외에는 뾰족한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또 유 교수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빌미삼아서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올리지 않는 것은 경기 전반적,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송지욱 기자 jeewook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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