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박재완은 강만수 '아바타'..장관교체 왜 하나?
강 전장관 '성장중심·고환율·부자감세' 등 위기 불러온 정책 그대로 추종
입력 : 2011-05-30 16:08:12 수정 : 2011-05-30 20:11:21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야구에서 '9회말 주자 만루 상황'에 몰린 팀의 새로 등판한 구원투수가 강판당한 투수와 다를 것 없는 투구 스타일을 갖고 있다면, 이 팀이 위기를 무사히 넘겨낼 수 있을까? 
 
이르면 31일 기획재정부 장관 임명장을 받게 될 박재완 후보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 후보자의 이력과 그동안의 발언 등을 놓고 볼 때 그는 '감세·고환율·성장중심 경제정책을 펴 온 전임 경제수장과 거의 차이점이 없는  '구원투수'라는 평가다.  
 
30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정족수 미달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 임명이 미뤄졌다. 하지만 같은 날 밤이나  31일 여당이 단독으로 보고서를 채택,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고 업무를 수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우리 경제가 최악의 가계부채와 고물가, 양극화,  재정위기, 복지축소, 잠재성장률 둔화, 저축은행과 금융감독기구의 비리·무능 등 총체적 위기 국면을 겪고 있는데도, 이런 위기를 불러온 전임 경제 장관의 경제운용 방식을 그대로 추종하는 인사를 경제장관직에 추천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왜 굳이 장관을 교체하는 지 모르겠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박 후보자는 지난 25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부정책의 일관성과 대외신뢰도 유지를 고려할 때 예정대로 세율을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감세는 엠비(MB)정부의 상징적 정책이어서 예정대로 법인세·소득세 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과 함께 'MB노믹스'를 설계한 주역다운 발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 감세기조 유지..강만수·박재완 MB노믹스 콤비플레이
 
박 후보자는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구간의 감세 정책을 예정대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세금을 낮추고 세입 기반을 넓히는 것이 세계적 추세일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활성화시켜 세수 확보에도 효과적이란 입장이다.
 
그는 "법인세 감세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면 대기업은 물론 서민, 중산층에도 혜택을 미칠 것"이 라며 "실제로 작년에 일자리가 12%정도 늘어나 지니계수 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국민 80%가 종부세 완화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1%가 내는 세금을 왜 국민 80%에 묻느냐"고 되물었던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이 떠오른다. 강 전 장관은 "감세가 부자들한테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하는데 정부로서는 모든 국민들을 부자로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 전 장관은 "중산층, 서민에게는 대못을 박으면 안 되고 고소득층에는 대못을 박는 상황은 괜찮은 것이냐"는 기상천외한 '부자 어록'을 남긴 바도 있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2008년부터 2010년 3년간 취업자는 39만6000명으로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부터 2007년 취업자인 126만4000명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결국 강만수와 박재완 콤비 경제전문가들이 만들어낸 현실은 "양극화는 시대의 트렌드다. 세금으로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2008년 8월 국회 민생특위)라는 말로 요약된다.
 
◇ 감세로 인한 재정건전성 위험..복지 "때문이라고?"
 
박재완 후보자는 무상복지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무상복지 주장은 흠결이 있어 동의하기 어렵다"며 "보편적 확대는 절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설계된 복지제도가 연차적으로 확대되면 2016~2017년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800만명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에 대해 재정에 미치는 부담을 감안해야 한다고 밝혀 고용보험 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제도의 도입보다는 현재 설계돼 있는 복지제도만 제대로 시행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송희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간사는 "강만수 뿐만 아니라 윤증현, 박재완으로 이어지는 재정부 장관들의 정책비전이 하나도 다를게 없는데 왜 장관을 교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대통령이) 자기 사람에게 자리 하나 챙겨주겠다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물가 4% 상향조정..5% 경제성장률 포기못해
 
박 후보자는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제시하며 물가목표를 4%대로 상향조정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6월말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올해 성장률 5%를 낮출 의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5%성장 철회를 묻는 질문에 "수출은 생각보다 호조세인 반면 교역조건 악화와 내수 침체는 문제"라며 모호한 답변을 했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위주의 고성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반기 공공요금의 인상과 관련해 "공공요금은 시간대별 차별요금이나 근로를 부추기고 여가를 억제하는 원칙의 요금부과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물가안정에 대한 정책적 의지와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MB 1기 강만수 경제 팀의 '고환율, 고물가' 경제 실정을 고스란히 답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청문회 자리에서 박 후보자는 "강만수 전 장관 시절에는 성장 위주의 '747공약'을 달성하는데 주력했다면, 윤증현 장관 시절에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한나라당 김광림 의원의 질문에 대해 "물가, 일자리, 재정건전성을 모두 챙겨야 하지만 무엇보다 안정적인 성장이 목표"라고 대답했다.
 
이처럼 구원투수가 강판투수와 똑같은 투구내용을 선언함에 따라 남은 MB정권 기간동안 물가는 서민과 다른 방향으로 치달아 갈 것으로 보인다.
 
 
뉴스토마토 송종호 기자 joist189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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