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경제신간)'정이란 무엇인가'
2011-05-24 09:26:40 2011-05-24 10:17:20
[뉴스토마토 양성희기자] 앵커 :안녕하십니까. 금주의 경제신간 시간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저자와 만나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한국인의 '정' 문화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한 '정이란 무엇인가'를 발간한 정운현 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사무처장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저자께서는 친일문제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고 관련 서적도 많이 내셨는데요, 이번에는 성격이 다른 책을 쓰셨습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저자:  평소에 관심있던 분야는 아니나 우연한 기회에 정에 관한 얘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려면 작년 여름 어느 모임에 갔다가 그 당시 마이클 샐던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 책 얘기를 하다가 '정의'란 말을 '정'으로 잘못 알아듣게 됐는데요. 이 자리에 있던 출판사 후배로부터 그럼 '정'이란 주제로 책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뜻밖의 제안에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상당히 우연한 일로 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됐군요.  책을 준비하시면서 ‘정’에 대해서 일가견을 이루셨을 텐데요, '정'을 한 마디로 얘기한다면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저자: 특강을 갔을 때도 똑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그 동안에 나온 '정'에 대한 연구서적, 논문들을 보고 제가 내린 결론은 '정은 한마디로 정의 할 수는 없다'였습니다. '정'이라는 단어 속에는 사랑, 그리움, 우정, 형제애, 용서, 관용, 희생 등을 복합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미운 정'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정'이라는 말은 한국인의 여러 따뜻한 감정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말이기 때문에, 사실 '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앵커: ‘정’은 외국에는 없는 우리나라에 고유한 것이라고 책에서 말씀하셨는데요, 그렇다면 '정' 에 해당하는 외국어는 없을까요?
 
저자:영어에서는 'affection(애정)', 일본어에서는 '닌조(人情)', 중국어에서는 '간칭(有了‘感情’)'이란 말이 있지만, 이 말은 굳이 찾다보니 비슷한 말로 찾아졌을 뿐이지 우리의 정이라는 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똘레랑스'란 말이 있지 않습니까? 우리말로 흔히 '똘레랑스'는 '관용'으로 번역을 하지만 우리의 '관용'과 '똘레랑스'라는 말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비슷한 말이 있지만 맞지 않는 것은 우리 말에 '똘레랑스'를 번역할 말이 없듯이 다른 나라 말에 '정'을 번역할 말이 없는 것은 '정'이 우리문화의 독특한 것이라는 거죠. 

앵커: 그렇다면 '정'은 과연 어디서 생겨나는 것이라고 보십니까?
 
저자:우선 같이 있어야 정이 듭니다. 이를 동거성이라 하는데요. 부대끼면서 미운정 고운정이 드는거죠. 또 같이 있으면서도 스킨십을 하는 과정에서 정이 생겨나게 된다고 합니다. 외국에는 아이들이 태어나면 엄마의 젖을 떼고 나면 대개 따로 재우거나 꼬마 때부터 다른 바구니나 침대에 재우지 않습니까? 물론 우리도 요즘은 아이들 방이 있고 따로 재우기도 하지만 옛날의 우리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안고 업어서 키웠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의 '정' 문화가 다른데 없는 독특한 스킨십에서 생겨난 것이죠. 그리고 흔히 군대 '전우애'다 이런 표현을 쓸 때는 한 상황에서 동고동락을 같이 한 그런 과정에서 정이 생겨 난다고 봅니다. 

앵커: '정'에는 다른 것에서 찾을 수 없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데요, 과연 부작용은 없을까요?
 
저자: 정은 따뜻하고 좋은 것이지만 한국인이 정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이 있죠. 우리 사회의 한 문제라고 볼 수 있는 집단 패거리문화, 정실주의 이런 것은 조직 속에서 불합리한 결정을 내리게 되고, 그로 인해 정책의 실수를 가져오게 되거나 자칫 당사자는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있죠. 이는 사람 간의 두터운 정이 있는 것은 좋은데 그 정이 지나치다 보니까 부작용을 낳는 경우가 적지 않죠.
 
앵커: 요즘 사회를 두고 ‘정이 메말랐다’고 하는 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저자: 흔히 우리가 '정다운 사회', '정겨운 사회'에서 정답게 지낸 것은 지금과는 다른 작은 규모의 시골 마을이라든지 가정에서 부대끼며 지내다 보니 정이 든 것이죠. 하지만 도시화되다보니 부모와 자식이 많이 떨어져있고, 도시화, 산업화, 그에 따른 핵가족화가 결국 사람사이의 관계를 파편화 시키고 있습니다.  또 시대적인 배경도 있습니다. 식민지, 분단과 전쟁 등 사람과 사람를 떼어 놓는 이런 많은 일들이 발생하면서 전통적으로 가져왔던 미풍양속들이 많이 깨어졌다고 봅니다. 그런 것이 오늘 날 우리사회가 정겹지 못하고 인정이 메마른 요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인정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앞서 말씀드린 것을 뒤집어 보면 좋겠네요.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인 효, 좋은 의미에서의 질서, 이웃사랑 등을 우리가 너무 잊고 사는 경향이 있죠. 심지어 이런 것들은 학교에서도 잘 가르치지 않구요. 물론 도덕시간이 있지만 너무 지나치게 민주시민의 질서에 치우친 경향이 있습니다. 또 가정에서도 엄마 아빠가 직장일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가족의 따뜻함을 공유하고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게 부족합니다.
때문에 가정과 직장, 사회, 학교에서 '정'에 대한 것들을 챙기고 후세에 전해주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온라인에서도 친구맺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저는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앞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져온 인간성의 피폐를 최근 페이스북이나 일촌맺기 등을 통해 새로 사람간의 정을 맺어주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는데요. 이는 우리사회가 좀더 인정스럽고 두터워 지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앵커: 그동안 쓰신 책과 전혀 다른 분야의 책을 준비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저자: 처음 이 책을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시작하면서 앞서서 정에 대해 연구했거나 글을 쓴 분들을 많이 조사했죠. 주로 국문학, 민속학, 심리학 , 또 어떤 언론인들도 관련한 글을 쓴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분들 글을 읽고 제 나름대로 해석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또 하나 학술서로서 이 책을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쉬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형식으로 책을 쓰다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습니다.
 
앵커: 계획 중인 차기작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시죠.
 
저자: 이 책이 나오고 난 뒤 '정이란 무엇인가'를 썼으니 '정'과 짝을 이루는 것이 '한'에 대해서도 써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고 지금 준비중에 있습니다.
 
앵커: 한에 대해서도 정의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자: 어떨 때 한이 맺힙니까? '억울할 때', '하고 싶은 일을 이루지 못했을 때', '해야할 일을 하지 못했을 때' 주로 이 3가지 경우인데요. 마지막 '해야할 일을 하지 못했을 때'는 이해가 잘 안가죠? '효'를 생각해보면 됩니다. 흔히 불효를 '한'으로 가진 경우가 있거든요. '정'과 '한'은 한국인의 하나는 따뜻한면 '한'은 꼭 어두운 면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가슴에 응어리져 있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정'과 '한'을 짝지어 보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다음번 '한이란 무엇인가'란 책에 대해서도 많이 기대해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뉴스토마토 양성희 기자 sinb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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