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운임비, 묶인 기름값 ‘이중고’…정유사 리스크 확대
석유 최고가격제 11차까지 연장
이 대통령 “수출 물량 확대 준비”
2026-10-22 14:26:45 ㅣ 2026-10-22 14:34:54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 등의 여파로 글로벌 해상운임이 고공행진하면서 국내 정유업체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운임은 계속 치솟는 반면 국내에서는 11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는 등 수익성이 제한된 데다, 손실보전 논의도 지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부가 경유 수출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업계의 수익성 개선 전망에도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2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초대형 유조선의 용선료가 약 8000만달러(약 1059억원)에 달했습니다. 배럴당 운임으로 환산하면 약 40달러에 이르는 수준입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산 원유 수요 확대로 인한 운송 기간 증가, 이에 따른 선박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는 국내 정유사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가 본격화하기 전인) 3년여 전 평시에는 200만배럴을 싣는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기준 중동에서 운반하면 배럴당 2달러, 미국은 배럴당 4달러였다”며 “운임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업계에도 부담이 커지는 양상”이라고 했습니다.
 
정부의 최고가격제도 짐이 되고 있습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6일 휘발유 가격을 리터(L)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동결하는 11차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방침을 밝혔습니다.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지 7개월을 넘겼지만, 정부가 약속한 손실보전은 여전히 보전액 논의 단계에 머물러 업계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입니다.
 
업계에서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된 뒤 발생할 ‘역레깅’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정유사 실적이 오르자 ‘횡재세’를 매겨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나”며 “그러나 하반기 유가 하락으로 연말 많은 기업들이 적자를 봤다”고 했습니다. 이어 “최근 경유 수요가 높아졌을 때 업계는 수익을 내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며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정유사의 수출 규제 완화를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최근 정유사 생산능력이 회복되고 국내 경유 소비가 줄어 국내 의무 공급량을 적정하게 줄이고 정유사들의 수출 물량을 늘릴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했습니다. 또 “적정 가격에 적정량을 국내 공급하고 정유사들도 고가에 (해외로) 많이 수출할 수 있도록 잘 조정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글로벌 경유 공급난으로 경유 수요가 높아진 상황에서 빗장을 풀어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을 돕겠다는 구상입니다.
 
글로벌 시장의 경유 가격 상승 국면에서 정부가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면서 업계는 일말의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경유 수요가 줄어든 데다 여러 상황에 대비한 비축유도 충분하다”며 “경유 가격 상승세로 업황도 좋은 상황인 만큼, 잔여 물량 수출이 가능해지면 업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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