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띄워도 '제자리'…개헌,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이 대통령 늑장 '불연임 선언'에…개헌 반대 빌미 줘
국힘 이탈표 절실…"이번 정부서 개헌 없다" 선 긋기
2026-10-18 16:29:40 ㅣ 2026-10-18 16:37:12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국회 논의는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권력구조 개편과 헌법 전문 수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개헌안 의결을 위해 국민의힘 내 이탈표가 절실한 상황에서 22대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패인은 '연임 음모론 초기 진압 실패'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299명 중 3분의 2 이상인 200명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범여권과 개혁신당까지 모두 개헌안에 찬성한다는 가정하에 국민의힘 의원 최소 12명의 이탈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정부와 여권은 대통령 4년 중임 또는 연임제 등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6일 부산에서 열린 제47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도 "부마민주항쟁과 광주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담아내는 일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지켜내기 위한 우리 국민들의 피어린 역사를 잊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라며 국회에 개헌 논의를 재차 촉구했습니다.
 
다만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여권의 메시지만으로는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특히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개헌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여권이 개헌안을 통과시키려면 야당의 불신을 해소하고 이탈표를 확보해야 하지만, 그 출발점부터 꼬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초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우원식 당시 국회의장은 대선과 개헌 동시투표를 제안했습니다. 이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는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고 밝혔습니다.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면서도 당장의 추진에는 선을 그은 것입니다.
 
가장 큰 패착은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둘러싼 의구심을 초기에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4년 중임 또는 연임제 개헌을 공약했지만,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차단할 명확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5월18일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상 개헌은 재임 당시 대통령에게 적용이 없다고 명시한다"고 설명하는 데 그쳤습니다. 개헌의 필요성을 내세우면서도 연임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명확한 메시지는 내놓지 못한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4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권 헛발질에 날아간 개헌 동력
 
연임 논란은 조원철 법제처장의 발언을 계기로 정점에 치달았습니다. 조 처장은 지난해 10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개헌 이후 이 대통령의 연임이 가능한지를 묻는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의 말에 "헌법에 의하면 그렇다"라며 "그 점에 대해서는 결국 국민이 결단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답했습니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둘러싼 의구심이 남아 있던 상황에서 법제처장의 발언은 야권의 공세에 빌미를 줬습니다. 이 대통령이 불연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국민의힘은 '독재를 위한 개헌'이라는 프레임으로 여권을 압박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개헌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신의 연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에는 명확한 선을 긋지 않으면서 야권이 개헌 반대의 명분으로 삼을 여지를 남긴 셈입니다.
 
이후 개헌 논의가 잠잠해졌지만, 여권은 연임 논란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습니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지난 7월28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연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한 개헌을 언급하면서 야권의 반발은 다시 커졌습니다. 개헌을 둘러싼 의구심을 해소하기는커녕 여권 인사들의 발언이 논란을 재점화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습니다. 지난 8월14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개헌을 위해 임기 단축이 필요하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며 개헌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이어 지난 9월18일 기자회견에서는 "다시 한번 확고하게 말한다. 나는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연임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임기 단축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며 개헌 의지를 드러내고, 연임 의혹에도 직접 선을 그었습니다.
 
뒤늦은 해명만으로 야권의 불신을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에도 자신의 엑스에 "이제는 일부에서 만들어낸 연임 목적 개헌론이나 정계 개편용 개헌 음모론에서는 벗어나도 된다"며 야권의 의혹 제기를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개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국회 내 합의를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개헌론자로 분류되던 국민의힘 의원들조차 여권의 개헌 추진 의도를 문제 삼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국민 합의를 통해 개헌하는 게 아니고 (대통령직을) 두 번 하네 안 하네 그런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이미 실패한 것"이라며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주도권을 전적으로 야당에 이양하고 개헌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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