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 파병' 수순?…남은 지지층도 떠난다
청해부대 '오만만 확대·P-8A 투입' 검토…전작권 갈등 이어 정권 '화약고'
2026-10-18 16:42:22 ㅣ 2026-10-18 17:12:51
[뉴스토마토 이현민 기자] 이재명정부가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 인근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우회 파병'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쟁 개입이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기존 군 전력을 분쟁 해역 가까이 이동시키는 만큼 사실상 파병 확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미국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갈등에 이어 파병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 기반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5월15일 부산 남구 부산작전기지에서 열린 청해부대 48진 왕건함 출항 환송식에서 왕건함이 장병들의 환송을 받으며 출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코앞까지 청해부대…'우회 파병' 논란
 
18일 군 당국과 외교가에 따르면 정부는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현재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기존 청해부대를 활용하되 활동 반경을 호르무즈 해협 초입까지 확대하는 방식입니다. 새로운 전투부대를 파견하는 대신 기존 전력의 임무를 확대하는 구상입니다.
 
청해부대의 현행 파견 기간은 올해 12월31일 끝나며, 정부는 연장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다만 작전구역 확대와 추가 전력 투입, 실제 시행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청해부대는 4400t급 구축함 1척과 해상작전헬기 1대, 고속단정 3척 이내, 병력 320명 이내 규모로 운용됩니다. 여기에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1대를 추가해 공중 감시·정찰 능력을 보강하는 방안이 검토 대상입니다. 구축함의 선박 호송에 공중 감시를 더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파견 동의안에는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이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일대'로 명시돼 있고,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를 위해 지시된 해역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예외 조항도 담겼습니다. 새 동의안에 작전 변경을 어떻게 반영할지가 쟁점입니다.
 
정부는 전쟁에 가담하는 파병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에 관여, 또는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방부도 지난 16일 전쟁과 전투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우리 상선 보호를 위한 역할을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설명과 별개로, 작전 구역을 충돌 위험이 높은 해역으로 확대하는 것 자체가 논란의 핵심입니다. 특히 P-8A의 감시·정찰 활동이 미국의 작전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필요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라크 파병과 달라진 정치 지형…'지지층 이탈' 뇌관
 
이번 논란은 2003년 노무현정부의 이라크 파병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미 동맹을 고려해 미국의 파병 요구를 수용했습니다. 하지만 진보 진영과 시민단체에서는 미국의 전쟁에 동참한다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국익을 위한 선택이라는 정부의 설명에도 기존 지지층과의 갈등을 피하지 못한 것입니다.
 
다만 파병의 성격은 다릅니다. 노무현정부는 2003년 서희·제마부대를 보내 전후 복구와 의료지원 임무를 맡겼고, 이듬해에는 자이툰부대를 추가 파견했습니다. 반면 이번에는 별도 부대를 새로 보내기보다 기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전쟁에 직접 가담하지 않는다는 명분은 비슷하지만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국제적 환경도 달라졌습니다. 이라크전 당시 미국은 다국적군을 구성해 작전을 벌였고 한국도 전후 재건에 참여했습니다. 반면 이번 호르무즈 사태에서는 주요 동맹국들의 군사적 참여가 제한적입니다. 일본 역시 헌법상 제약과 군사적 위험 등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무력 충돌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해역에서 구축함과 해상초계기를 운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우발적 충돌 위험도 부담입니다.
 
국내 여론도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11일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지난 8~10일 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포인트·응답률 9.4%·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5%로 집계됐습니다. 찬성은 32%로 반대보다 23%포인트 낮았습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반대 응답이 69%에 달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범진보 진영에서도 '우회 파병'에 대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지난 16일 청해부대의 오만만 작전 확대 방안에 대해 "명백한 우회 파병"이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전쟁 개입이 아닌 선박 보호 임무라고 설명하더라도 실제 군사적 역할이 확대된다면 반대 여론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치적 부담은 이 대통령에게 집중될 전망입니다. 노무현정부가 파병 결정으로 진보 진영의 반발을 감수해야 했다면 이 대통령은 전작권 전환 문제를 둘러싼 한·미 이견에 이어 파병 논란까지 떠안게 됐습니다. 특히 지지율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핵심 지지층의 반대가 큰 사안을 추진하는 것은 국정 동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정부가 넘어야 할 문턱은 국회와 여론입니다. 청해부대 파견 연장 동의안에 오만만 작전 확대와 추가 전력 투입이 포함될 경우 파병의 성격과 범위를 둘러싼 공방이 불가피합니다. 범진보 진영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기존 지지층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미국과의 안보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선택지는 좁습니다.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면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고, 거리를 두면 한·미 관계에 추가 부담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전작권 갈등에 이어 '우회 파병'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이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정권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현민 기자 topef1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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