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용호 중수청 출범…앞길도 '막막'
임명식·취임식 없이 첫 출근…1호 지시는 '조기안착 전담 TF'
인력 66%·’종이 영장'에 1호 감찰까지…'수사 향방' 시험대
2026-10-18 14:56:47 ㅣ 2026-10-18 15:48:08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출범 2주 만에 수장을 맞은 중대범죄수사청의 시작이 순탄치 않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범여권 내홍이 드러났고, 잇따른 비판에 감찰까지 진행하며 불씨가 이리저리 튀고 있습니다.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은 임명식도 취임식도 없이 첫 출근을 했고, 1호 지시는 수사가 아닌 '조직 안착'이었습니다. 특히 수사 궤도 정상화까지 정원의 3분의 2에 불과한 인원, 종이 영장으로 버텨야 하는 인프라 등 김지용호 앞에 놓인 과제가 첩첩산중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고, 후보자 꼬리표를 뗀 김지용 중수청장은 지난 16일 오전 취재진을 피해 첫 출근을 했다. (사진=뉴시스)
 
김 청장은 지난 16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본청으로 첫 출근하면서 취재진 앞에 서지 않았습니다.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하는 관례를 따르지 않고 업무를 시작한 겁니다. 앞서 6일 지방중수청장들이 첫 출근길 약식 문답에 나선 것과 다른 모습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5일 김 청장 임명안을 재가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여야 합의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당일로, 지명 37일 만이자 중수청 출범 13일 만입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엑스(옛 트위터)에 재가 소식을 전하며 '청문회에서 제기된 우려와 질책마저 검찰 개혁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달라'고 당부했고, 이 대통령도 이튿날 '피아 구별 없이 공평무사하게 수사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이 대통령 재가 직후 임명식이 이날(16일)로 예정됐지만, 청와대와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첫 출근 도어스테핑 여부를 두고 하루 종일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첫 출근한 김 청장은 곧바로 업무보고를 받은 뒤 인력·시설·시스템 정비를 위한 '조기 안착 전담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하며 "수사 착수 등 가시적 성과를 조속히 거둘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업무를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적격·부적격' 병기…'1호 감찰'도 진행중
 
하지만 불씨는 여전합니다. 국회 행안위가 여야 합의로 의결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에는 적격과 부적격 의견이 함께 담겼습니다. 부적격 사유로는 윤석열씨 징계 반대 성명 참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정진웅 전 검사 독직폭행 사건에 대한 소명 부족 등이 적시됐습니다.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임명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했습니다.
 
청문회장에서도 범여권은 갈라섰습니다. 민주당 친명계는 김 청장을 '반윤 소신파'로 엄호했지만,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비겁한 선택',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정치검사의 공범'이라고 몰아세웠습니다. 국민의힘은 추미애 경기지사의 '밀정·나치 전범' 발언을 꺼내 여권 집안싸움을 부각했습니다.
 
조직 내부 갈등도 진행형입니다. 김 청장을 공개 비판해 온 임은정 광주중수청장은 윤 장관 지시로 중수청 ‘1호 감찰' 대상이 됐고, 최근 감찰담당관 면담으로 감찰이 본격화했습니다. 임 청장은 김 청장 출근 이후에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김 청장은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수사 간부의 공개 비판을 '조직 기강을 무너뜨리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규정한 바 있습니다. 감찰 결론이 조직 화합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수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원 66%·과장 16자리 공석…수사기록은 '인편·우편'
 
개문발차한 중수청의 인프라는 사실상 '반쪽짜리'입니다. 중수청은 정원 2874명 가운데 66.1%인 1900명으로 출범했습니다. 실무 허리인 4급 수사관 충원율은 22.6%, 5급은 31.8%에 그쳤습니다. 본청 과장급 24자리 중 16자리도 비어 있습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은 사건 접수·배당 등 기본 기능만 쓸 수 있고 송치·사건 처리 기능은 12월에야 가동됩니다. 그때까지 공소청과 경찰의 사건 기록은 수사관이 직접 가져오거나 우편으로 넘겨받아야 하고, 압수수색·구속영장도 '종이 영장'을 들고 법원을 찾아가야 합니다. 본청과 6개 지방청 어디에도 영상녹화조사실이 없습니다.
 
사건 인계도 더딥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중수청은 13일 기준 고소·고발 등 185건을 접수했지만, 경찰·공소청에서 이첩받은 사건은 한 건도 없었습니다. 공소청이 12일 이관 대상이 될 수 있는 사건 목록 200여건을 넘겼지만 실제 기록 인수까지는 기관 간 협의가 남았습니다.
 
'1호 수사' 내란이냐 담합이냐
 
1호 수사를 둘러싼 신경전도 예상됩니다. 김 청장은 후보 시절 '내란 범죄 척결'을 언급했지만, 청문회에서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내란 사건이 1호 수사냐'고 묻자 "그렇게 말씀드리지는 않았다"며 확답을 피했습니다.
 
법조계에선 정치적 논란을 피하면서 수사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 경제범죄가 첫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담합 등 공정거래 사건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서울중수청엔 옛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출신이 다수 포진했고, 형사사법 체계 개편으로 중수청장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어떤 사건을 1호로 고르느냐가 중수청 중립성을 가늠할 정치적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민생 수사 공백도 숙제입니다. 김 청장은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내란·부패·금융·경제범죄와 마약·사이버·기술유출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며 검·경 인력과 민간 전문가 영입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이끌던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 등이 검찰청 폐지와 함께 문을 닫고, 김 청장도 사회적 약자 범죄 전담 조직의 인력 배치가 끝나지 않았다고 인정했습니다. 또 마약 수사를 포함한 인력 배치와 사건 인계, 경찰·공소청과의 협업 체계 구축이 취임 직후 중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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