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총량규제 풀었는데 은행별 금리 제각각…“잔여 한도 탓”
2026-10-08 14:16:08 ㅣ 2026-10-08 14:16:08
[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완화했지만 은행권의 대출영업 전략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부 은행은 금리를 낮추고 중단했던 대출 취급을 재개하는 반면, 다른 은행들은 기존 대출 제한을 유지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은행별로 남아 있는 대출 여력이 다른 만큼 연말까지 금리와 대출 문턱의 차이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서울시내 NH농협은행. (사진=뉴시스)
 
농협, 금리 인하 등 대출 빗장 완화
 
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오는 12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변동형 금리의 상·하단을 각각 0.10%포인트(p)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비대면 전세 대환은 상단도 0.20%p 낮춥니다.
 
그동안 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대출금리 상단을 다른 시중은행보다 비교적 높게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출 취급을 재개하고 금리를 잇달아 낮추는 등 가계대출 영업을 확대하는 모습입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취급을 중단했던 변동형 주담대 상품인 'NH주택담보대출'을 두 달여 만에 재개하고, 다른 은행에서 농협은행으로 갈아타는 대면 주담대 대환대출도 다시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16일부터는 대면 주담대 금리 상단을 0.45%p, 하단을 0.20%p 인하하고 신용대출 금리 상단도 0.20%p 낮췄습니다. 이번 비대면 대출금리 인하까지 더하면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낮추는 셈입니다.
 
농협은행은 실수요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대출 실수요자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금리를 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농협은행이 이처럼 대출 문턱을 낮추는 배경에는 가계대출 취급 여력이 커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과 협의한 목표 수준을 웃돌면서 대출 취급을 제한해 왔습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면서 다시 관리 목표 범위 안으로 들어왔고, 당국의 총량규제 완화까지 더해지면서 추가 대출을 취급할 여력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은행에서도 대출 공급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부터 만 39세 이하 청년층을 대상으로 주담대 5000억원을 추가 공급한 데 이어 이달에는 연령 제한 없이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 관련 대출 접수를 재개했습니다. 기업은행(024110)도 지난달 15일 대출모집인 창구를 다시 열고 변동형 주담대와 타행 대환대출 취급을 재개한 데 이어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5%p 인하했습니다.
 
다만 농협은행과 기업은행을 제외한 주요 은행에서는 가산금리 인하나 우대금리 확대 등을 통해 대출금리를 자체적으로 낮추는 움직임이 두드러지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은행이 대출 접수를 재개하며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금리 인하에는 상대적으로 신중한 모습입니다.
 
잔여 한도 빠듯…연말까지 대출 관리
 
은행별 대응이 엇갈리는 것은 가계대출 총량 여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금융당국이 총량규제를 완화했지만 은행마다 이미 취급한 대출 규모가 달라 실제 남아 있는 한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대출 여력이 빠듯한 은행으로서는 금리를 낮춰 신규 대출 수요가 몰릴 경우 총량 관리에 다시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량 목표가 늘어났다고 해도 은행마다 이미 취급한 대출 규모가 달라 실제 남아 있는 여력은 제각각"이라며 "금리를 낮추면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어 총량 관리 부담이 큰 은행은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확대해 준 가계대출 한도도 상당 부분 소진된 상태입니다. 정부가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3.0%로 올리면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연간 한도도 기존 4조3363억원에서 7조1127억원으로 늘었는데요.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80조8340억원으로, 정책성 대출을 제외하면 651조7012억원입니다. 지난해 말 644조9700억원과 비교하면 6조7300억원가량 늘어난 수준으로, 확대된 연간 한도와 단순 비교하면 남은 여력은 약 4000억원에 불과합니다.
 
총량규제 완화에도 일부 은행이 대출 제한을 유지하는 이유입니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의 차주당 한도를 여전히 3억원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지점별로 취급 상한을 10억원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도 변동형 대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뒤 해당 조치를 유지 중입니다.
 
은행 입장에서 대출금리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금리를 낮추면 신규 대출이나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총량 여력이 부족한 은행은 적극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대출 취급 여유가 있는 은행은 금리 경쟁력을 높여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같은 규제 환경에서도 은행별 금리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은행권에서는 당장 추가적인 대출 제한보다는 기존 관리 조치를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입니다. 당국이 이미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한 차례 상향 조정한 만큼 연내 추가 완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입니다. 은행들 역시 새롭게 부여받은 연간 목표를 지켜야 하는 만큼 남은 기간 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대출을 앞둔 차주들은 은행별 금리뿐 아니라 취급 한도와 신청 가능 여부까지 따져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같은 주담대라도 은행에 따라 접수가 가능하거나 제한될 수 있고, 대출 실행 시점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조건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대출 제한 조치를 도입하기보다 기존에 시행 중인 관리 방안을 유지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의 대출까지 막을 수는 없는 만큼 필요한 자금은 공급하되, 연말까지 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연말에 대출 창구가 전면 중단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당분간 보수적인 대출 운영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시중은행 ATM 기계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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