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이혜지 기자] 국가유산청 소유 건물인 '유림회관'의 사용·수익허가서에 건물 사용과 무관한 성균관과 (주)명륜당(이하 명륜당) 사이의 5억원 채무관계가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성균관(유림단체)은 명륜당과 주고받은 이 5억원 채무관계를 유림회관 사용을 허가하는 국가 문서에 함께 적었고, 국가유산청은 이를 승인한 지 1년이 넘어서야 건물 사용허가와 관계없는 내용이라며 삭제를 요구했습니다.
성균관과 명륜당의 계약 과정에서 유림회관 관리업체로 선정된 명륜당(사진=연합뉴스)
유산청, 승인 이후 뒤늦게 삭제 요구
유림회관은 국가유산청이 소유한 국유재산으로, 전통 유교 문화를 계승·보급하는 유림단체인 '성균관'이 관리를 맡고 있습니다. 8일 <뉴스토마토>가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성균관은 유림회관을 사용할 업체로 명륜당을 선정한 뒤 2024년 5월 국가유산청에 사용·수익자 변경을 요청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같은 달 이를 승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명륜당은 2024년 7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유림회관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월 사용료는 960만원으로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유림회관 사용·수익허가서에는 명륜당과 성균관 사이의 5억원 자금거래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국가 소유 재산의 사용기간과 사용료 등을 정하는 문서에 해당 시설의 관리 주체와 사용업체 사이의 별도 채무관계가 기재된 것입니다.
성균관은 명륜당으로부터 5억원을 빌리고 매월 400만원씩 갚는 조건을 허가서에 담았습니다. 5억원을 매월 400만원씩 상환할 경우 전액 갚는 데 125개월이 걸립니다. 해당 금액은 유림회관 사용료와는 별개의 금전거래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국가유산청이 해당 자금거래를 뒤늦게 파악했다는 점입니다. 국가유산청은 성균관으로부터 2024년과 2025년 관리위탁 결산보고를 제출받았지만, 당시에는 해당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유산청이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것은 2025년 11월 현장점검 이후였습니다.
국가유산청은 이후 사용·수익허가서에 포함된 '자금 차입 등' 내용이 국유재산 사용·수익허가와 관계없는 내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성균관에 관련 조항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명륜당의 유림회관 사용을 승인한 지 1년 넘게 지난 뒤였습니다.
국유재산 유상 사용허가서와 국가유산청의 공문(사진=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실 제공)
명륜당, 자금 제공자…시정요구 '불응'
'5억원'이 어떤 경위로 성균관에 제공됐는지도 확인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의원실 관계자는 "명륜당은 해당 채무 내용을 사용·수익허가서에 기재한 것은 5억원의 채무관계를 공신력 있는 국가 문서에 남기기 위한 차원이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국가유산청의 삭제 요구가 실제 이행됐는지도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의원실 관계자는 "명륜당과 성균관은 현재까지 유상사용 허가서 재작성을 거부하고 있다"며 "임차 자격을 유지한 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명륜당의 자금거래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명륜당은 앞서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자금을 대여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명륜당의 가맹점주 대상 대부업 및 이자 수취 과정 등을 문제 삼아 148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과거 자금거래 방식으로 제재를 받은 명륜당이 이번에는 국유재산 사용허가서에 5억원 채무관계까지 넣었다"며 "더 큰 문제는 국가유산청이 이를 1년 넘게 파악하지 못했고, 삭제를 요구한 뒤에도 10개월 가까이 이행 여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국가유산청은 <뉴스토마토>에 "해당 사안은 사인 간 채무관계에 관한 것으로 국유재산의 사용·수익 자체에 직접적인 위법을 초래하는 사항이 아니라 즉각적인 추가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면서도 "다만 시정이 장기간 이뤄지지 않은 만큼, 관리수탁자에게 시정기한을 정해 이행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국가유산청은 관리위탁자로서 관리수탁자가 다른 사람에게 사용·수익하게 하는 경우 사용·수익자의 성명 및 주소, 사용·수익 재산의 범위 등에 관한 사항에 대해서만 승인한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명륜당 측은 관련 사안에 관해 물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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