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농지 전수조사 이후 불거진 농가 불안과 현장 혼란이 고조된 가운데, 정부가 투기 목적이 아닌 상속·관행 임대차, 무허가 시설 농지에 대해 강제 처분을 면제하는 ‘특별조치법’을 연내 제정하기로 했습니다. 상속 농지, 고령화로 인한 친인척·이웃 대리 경작, 종중·사찰 및 미등기 상속 농지, 맹지·급경사지 등 영농 곤란 농지, 사전 인허가를 받지 않은 농업용 창고·주택 등이 모두 처분 제외 대상에 들어갑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8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농지조사 후속조치와 제도 개혁 방향’브리핑을 열고 “일반 농업인과 실경작자에게는 조사 결과를 이유로 어떠한 처분 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부과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지은행 의무 위탁 배제…관행적 위반 농가 구제
이번 대책은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된 농민들의 불필요한 불안을 해소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농지 법령의 한계를 메우는 데 초점을 둔 셈입니다. 골자는 농지은행에 농지를 의무적으로 위탁해야만 처분이 면제되는 방식을 철회하고, 위탁 여부와 상관없이 일반적인 사안은 처분 절차를 아예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상속 농지, 고령화로 인한 친인척·이웃 대리 경작, 종중·사찰 및 미등기 상속 농지, 맹지·급경사지 등 영농 곤란 농지, 사전 인허가를 받지 않은 농업용 창고·주택 등이 대상에 포함됩니다.
다만 거짓 영농계획서 제출 등 명백한 투기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법대로 대응할 방침입니다. 정부가 규정한 3대 투기 유형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 취득 후 방치·임대, 경매 등을 통한 허위 영농계획서 제출 및 시세차익 도모, 농업법인을 이용한 지분 쪼개기 및 부동산 수익 행위입니다.
비투기 농가에 대해서는 2~3년의 한시적 양성화 특례기간을 운영합니다. 이는 서면 계약 체결, 사후 전용 허가 신청, 지목 현실화 등을 통해 기존의 불안정한 상태를 적법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겁니다.
농지은행의 기능과 역할도 개편 대상입니다. 농지은행 위탁은 처분을 피하기 위한 강제 의무가 아닌 순수한 ‘선택지’로 전환합니다. 농지를 팔거나 임대하려는 농가를 지원하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또 2027년 예산에는 농지 매입 대기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대비 25% 이상 증액한 정부안을 제출할 계획(국회와 협의 중)입니다. 아울러 매입 대상은 기존 농업진흥지역 중심에서 비진흥지역까지 확대합니다. 계약 절차를 일원화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해 고령농의 은퇴와 청년농의 적기 농지 확보를 밀착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지 전수조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농지 현실 반영…2027년 상반기 농지법 개정"
농식품부가 사실상 수습책에 나선 배경에는 전국 136만ha를 대상으로 실시한 1차 전수조사에서 드러난 농지 현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 전체 조사 대상의 27%가 불법 행위 의심 농지로 파악됐으며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비중은 50%에 육박해 현 추세 지속 시 2040년에는 8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소유 농지의 88%가 60세 이상 고령 농가에 몰려 있어 경자유전 원칙만 고수하기엔 농촌의 인구구조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기초자료 정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추진된 전수조사의 ‘속도전’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초 조사 대상(115만ha)이 136만ha로 뒤바꾸는 등 행정적 혼선과 거래 위축을 불렀다는 설명입니다.
김규호 입법처 산업자원농수산과 입법조사관은 “전수조사를 통해 농지의 실태 파악 수준을 제고하면서도 그 이후의 선택지가 모호하다면 조사는 결국 위법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며 “조사를 계기로 농지 이용의 증진과 합리화를 위한 국가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농지 소유자와 농업인 모두가 앞으로의 제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농지가 한 개인에게 생산수단과 주요 자산일 뿐만 아니라 금융 영역에서는 ‘신용’의 기초이며 행정과 농촌 생활 영역에서는 각종 ‘자격’의 기초가 돼 있는 상황에서, 필요시 그러한 ‘신용’과 ‘자격’을 위해 다른 효과적 대안과 수단을 마련하는 농지 외적 제도의 모색까지를 포함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수조사 과정의 ‘농지위원회’ 참여도 제안했습니다. 농지위원회는 지역의 농지 사정과 농업 여건을 잘 아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만큼 실질적인 농지 이용 관계와 지역적 특성을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송미령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것처럼 정책의 취지만 반복적으로 설명해서는 우리 농업인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현장 농업인 한 분 한 분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특별조치법 시행과 함께 현장 의견을 수렴, 2027년 상반기까지 농지법을 근본적으로 개정, 달라진 농촌 현실에 맞춘 임대차·휴경 제도를 새로 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정부는 오는 12일부터 ‘농지조사 상담센터’를 가동해 개별 농가에 구체적 안내를 시작합니다. 10월 중에는 비투기 관행 위반 농지에 대한 구제책격인 특별조치법을 발의해 12월까지 국회통과를 추진합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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