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큰일이 한 번씩 일어나면 사람들이 안 와요. 주민들도 불안한데 관광객이 오고 싶겠어요." -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의 상인 A씨
지난달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 뒤 보수정치권 일각에서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등 강경 대응 주장이 나오자 접경지역 주민들이 다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남북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관광객 발길이 끊겼고, 군은 민통선 출입과 영농을 막았으며, 주민들은 확성기 소음까지 견뎌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산한 임진각…"큰일 나면 사람들 안 와"
7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전망대에선 망원경을 통해 임진강 건너편 북측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외국인 관광객 몇명만이 보였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평일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공원 안에 관광객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공원 주변 상점가도 조용했습니다. 가게 앞 의자는 텅 비어 있었고, 상인 A씨는 손님 없는 매장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손님 한 명이 가게를 찾았을 뿐입니다. A씨는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관광객의 발길부터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그는 "아직 그 정도 단계는 아니지만, 큰일이 한 번씩 일어나면 사람들이 안 와요. (관광객들도) 무섭겠죠"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지난 9월29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우리 군 초소 오른쪽으로 대북 확성기 가림막이 보인다. (사진=뉴시스)
A씨는 대북전단 등으로 남북이 강경하게 충돌할 때마다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14년 10월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날리자 북한군이 풍선을 향해 총격을 가했고, 총탄 일부가 남측으로 넘어오면서 우리 군도 대응 사격에 나섰습니다. 당시를 떠올리던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예전에 풍선을 날리고 저쪽에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할 때는 진짜 사람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어 "가까이 있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늘 신경이 쓰이고, 항상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파주에서 민박과 DMZ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윤설현씨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관광부터 멈췄던 기억을 털어 놨습니다. 상황이 악화되면 이미 예약한 관광 일정까지 당일 중단해야 했다는 겁니다. 그는 "우발적인 충돌이 생기면 예고를 하고 정지되는 게 아니라 순식간에 멈춘다"며 "예약한 관광객이 있어도 못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강경 대응이 또 다른 군사적 움직임으로 이어질까봐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대응을 한다고 한들 누가 움직이느냐. 결국 군인들이 또 움직이는 것"이라며 "그러면 또 누가 다치겠느냐. 군인이 다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그런 상황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그런 대응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포시 월곶면 주민 박희정씨는 지난해 겨우 멈췄던 확성기 소음이 다시 들려올까 우려했습니다. 2024년 대북전단과 북한의 오물풍선이 오간 뒤 우리 군이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도 대남 소음방송을 이어갔습니다. 낮에는 생활 소리에 묻혔지만, 밤이 되면 무시할 수 없는 소음이 됩니다. 박씨는 산에 부딪힌 소리가 다시 마을 쪽으로 돌아오면서 주변이 조용할수록 더 또렷하게 들렸다며 인상을 썼습니다.
그는 "밤에는 진짜 무슨 귀신 우는 소리 같은 게 들렸다"며 "낮에는 일을 하니까 그나마 괜찮은데 밤에는 계속 들리고 시끄러우니까 피곤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대북확성기 재개 주장이 나오자, 그는 당시 기억부터 떠올리며 "멈춰서 좋았는데, 또 켜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지난 7일 오전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산한 경기 파주시 임진각 평화공원. (사진=뉴스토마토)
"우리 삶에 영향 주는데"…사전협의 창구는 없어
접경지역 주민·시민사회는 지난 6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 군사적 긴장을 높일 수 있는 조치를 추진하기에 앞서 지방정부와 협의하는 절차를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근본적인 평화·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박희정씨는 과거 확성기 방송을 시작할 때도 주민들에게 먼저 설명하거나 의견을 묻는 과정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주민 협의 같은 건 안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대북확성기 등 군사작전을 놓고 경기도와 군이 사전에 논의하는 공식 협의체는 없습니다. 경기도와 국방부가 군 소음이나 군사시설 때문에 생기는 주민 불편을 논의하는 협의체는 따로 있지만, 이미 벌어진 생활 불편과 민원을 조정하는 데 그쳐서, 군사작전을 결정하기 전에 지역 의견을 듣지는 못합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협의할 별도 협의체가 경기도에는 없다"며 "해당 부대가 조치를 하려면 관련 시·군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무엇을 할지 설명하고 시장·군수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주민들은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때마다 관광과 영농, 일상생활부터 흔들리는 접경지역의 특성을 정책 결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남북 간 충돌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조치보다는 긴장을 낮추고 지역 주민들이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방향을 먼저 찾아달라는 겁니다.
박씨는 대북확성기 방송 재개에 대해 "누구 하나 득 보는 사람도 없고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며 "김포는 평화가 없으면 진짜 어려운 동네다. 평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수준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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