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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4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소윤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단순한 만기 연장을 통한 유동성 관리에서 벗어나 개별 사업장의 사업성을 가려내는 구조조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부실 사업장 정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업성이 양호한 곳에는 신규 자금 공급이 재개되면서 사업장별 온도차도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지방과 비아파트 사업장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장기화하면서 분양대금 회수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와 공사비 미지급 문제가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 과정에서 PF 사업의 금융 구조와 이해관계자 간 위험 배분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출약정과 담보 설정을 통해 자금 회수 장치를 마련하더라도 사업성이 악화되면 계약만으로 손실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사업비와 자산가치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대주단과 시행사·시공사가 손실을 분담하는 재구조화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신현식 변호사는 부동산·인프라 PF를 비롯해 국내외 인수·합병(M&A)과 기업 구조조정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국내 부동산 투자와 대형 M&A, 워크아웃 등 다양한 거래를 자문했고, DL그룹에서는 법무 총괄과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맡아 투자 의사결정과 사업 리스크 관리에도 직접 참여했다. <IB토마토>는 신 변호사와 함께 구조조정 국면에 접어든 부동산 PF 시장의 변화와 사업장 재구조화 해법을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 흐름과 기업의 M&A·리스크 관리 전략까지 짚어봤다.
신현식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바른)
다음은 신현식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부동산 PF 시장은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나. 여전히 남아 있는 위험은 무엇인가.
△지난 1~2년간은 대출 만기를 연장하며 부실 확산을 막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사업성이 있는 곳과 정리가 필요한 곳을 구분하는 단계다. 올해 3월 말 기준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69조 8000억원으로 감소했고, 우량 사업장에는 신규 자금 공급 역시 재개됐다. 지방과 일부 비아파트 사업장의 미분양은 여전히 부담이다. 특히 오피스텔이나 지식산업센터처럼 투자 수익률에 민감한 상품은 금리와 시장 상황에 따라 매각이 지연될 수 있다. 분양 대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대출금과 공사비를 갚기 어려워지고, 만기 연장에 따른 이자 부담도 커진다. 결국 현재 PF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자금 부족보다 사업성에 있다고 본다.
-부동산 PF에서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나.
△주거·상업시설부터 호텔과 물류센터, 도로·항만 등 다양한 부동산·인프라 PF를 자문해 왔다. 변호사는 개발 초기 사업 구조 설계부터 금융 조달, 투자금 회수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다. 우선 사업을 추진할 특수목적회사(SPC) 설립과 투자 구조를 검토하고, 토지 매입 등을 위한 초기 대출인 브리지론부터 본PF 전환까지 필요한 계약을 마련한다. 시공사의 책임 준공 의무와 담보 설정, 자금 지급 조건 등을 조율한다. 사업이 어려워지면 담보 처분이나 사업권 이전 등 투자금 회수 방안도 검토한다.
-PF 계약을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무엇인가.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때는 자금이 어떤 순서로 지급되는지가 중요하다. 분양 대금이 들어오면 공사비와 금융비용, 대출 원리금 등을 어떤 조건에 따라 지급할지 계약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사업에 차질이 생기면 책임 소재가 핵심이 된다. 대출금을 조기에 갚도록 요구할 수 있는 기한이익상실(EOD) 조건이나 시공사의 책임 준공 범위, 추가 자금 투입 의무 등을 살펴야 한다. 공사비 상승이나 인허가 지연이 발생했을 때 어느 당사자가 부담할지도 명확해야 한다.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 좋은 PF 계약의 조건이다.
-대주단과 시행사·시공사를 자문할 때는 어떤 차이가 있나.
△대주단을 대리할 때는 빌려준 돈을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담보와 사업 통제권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둔다. 시행·시공사 측에서는 예상치 못한 채무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계약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시적인 자금난이 발생했다고 곧바로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거나 시공사가 빚을 떠안는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유예기간과 책임 범위를 협의한다. 이해관계가 달라서 하나의 거래에서는 원칙적으로 어느 한쪽만 대리한다.
-사업이 부실화되면 대주단의 담보와 시공사의 미수 공사비는 어떻게 처리되나.
△대주단은 통상 사업 부지뿐 아니라 시행사 지분, 분양 대금이 들어오는 계좌, 신탁수익권 등에 담보를 설정한다. 사업이 어려워지면 먼저 자금 인출을 제한하고, 이후 담보 처분이나 사업권 이전 등을 검토한다. 일반적인 PF 구조에서는 대주단의 선순위 대출금이 우선 보호되기 때문에 시공사의 미수 공사비는 회수 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 순위는 개별 계약과 담보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담보를 확보했다는 사실보다 이를 통해 실제 얼마를 회수할 수 있느냐다. 때에 따라서는 당장 사업장을 처분하기보다 추가 자금을 투입해 공사를 마무리하는 편이 대주단과 시공사 모두에 유리할 수도 있다.
-과거 미분양 해소를 위한 금융거래도 자문했다. 현재 사업장에 적용할 만한 현실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과거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심각했던 시기에 두 곳의 증권금융 기관과 함께 이를 해소하기 위한 금융거래 구조를 마련한 경험이 있다. 지금도 미분양 물량을 기존 분양가격 그대로 유지하기보다 시장 상황에 맞춰 가격과 사업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구조조정 리츠(CR리츠)나 부동산펀드가 미분양 자산을 할인된 가격에 인수하는 방식이 있다. 매각대금으로 PF 대출 일부를 갚고, 시공사는 받지 못한 공사비 일부를 투자지분으로 전환하거나 장기 채권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인수한 자산은 임대로 운영하다 시장 여건이 개선되면 매각하는 구조다. 사업장에 따라 분양형 개발사업을 임대사업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참여하더라도 기존 사업자의 손실을 최초 분양 가격 그대로 보전해주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시행사와 시공사, 대주단이 현실적인 손실을 나누고 새로운 자본이 들어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신현식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바른)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국내 부동산 투자도 자문해 왔다. 최근 이들의 투자 기준은 어떻게 달라졌나.
△과거에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개발 초기 단계부터 자금을 투입해 높은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규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대신 부실채권(NPL)이나 재구조화를 통해 가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우량 자산에 관심을 두는 흐름이다. 사업이 어려워졌을 때 투자금을 실제로 회수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법적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대출 비중을 보수적으로 설정하고, 필요할 경우 투자자가 직접 사업 운영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요구하기도 한다. 예상 수익률뿐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투자금을 지킬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해졌다.
-대형 M&A와 기업 구조조정도 다수 경험했다. 최근 기업들의 인수합병 전략은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나.
△최근에는 기업을 얼마나 많이 인수하느냐보다 어떤 사업에 자본과 인력을 집중할 것인지가 중요해졌다. 사모펀드(PEF) 역시 차입을 활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인수 이후 비핵심 사업을 분리하거나 운영 효율을 높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강조된다.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전략적 투자자(SI)는 기술과 고객, 공급망 확보 등을 목적으로 인접 산업까지 인수 대상을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이 성장하면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에너지, 사이버보안 등 관련 산업 전반으로 투자 검토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주의해야 할 위험 역시 있다. 인수한 사업부를 기존 회사에서 분리할 때 발생하는 운영상 문제나 환경오염·중대재해 등 예상하지 못한 채무, 핵심 기술과 인력의 이탈 등이다. M&A에서는 인수 가격뿐 아니라 거래 이후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까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DL그룹에서 최고 리스크 관리 책임자(CRO)로 투자의사 결정에 직접 참여했다. 당시 가장 어려웠던 판단과 투자 위험을 평가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가장 어려운 결정은 사업에 자금을 계속 투입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순간이었다. 의료용 장갑 소재 사업 인수와 친환경 소재 합작투자, 코로나19 당시 미국 크래커 합작 사업 철수 등 여러 의사 결정에 참여했다. 법적 문제뿐 아니라 회사의 재무상태와 시장 전망, 이해관계자에게 미칠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다. 판단 기준은 위험을 가격이나 거래구조로 통제할 수 있느냐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인허가 지연 등은 계약조건을 통해 일정 부분 관리할 수 있다. 무제한 연대보증이나 환경오염, 핵심 기술 유출처럼 기업 전체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는 위험은 다르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그 결과를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지부터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26년간 기업과 로펌을 두루 경험했다. 앞으로 법률가에게 필요한 역량과 후배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원칙은 무엇인가.
△후배들에게 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안 되는 이유만 설명하는 변호사가 되지 말라는 것이다. 법률적 위험을 찾아내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이 원하는 사업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스스로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 역할을 자처하며 확증편향을 경계하고, 숫자 이면에 있는 사업의 본질을 읽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법률 지식만으로는 복잡한 거래를 자문하기 어렵다. PF라면 금융과 건설시장을, M&A라면 산업과 기술, 인수 이후의 운영까지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좋은 법률 자문은 위험을 지적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관리하면서 기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생각한다.
김소윤 기자 syoon1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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