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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장민지 기자]
HD현대에너지솔루션(322000)이 미국에서 오는 12월부터 수입산 태양광 제품에 가격 하한선이 정해지고 여기에 15% 관세까지 부과되면서 현지 경쟁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즉, 수입산 가격이 올라가는 데다 관세까지 더해지면 미국산 제품과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현지 생산거점 확보에 나설 경우 대규모 투자가 오히려 재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 국내 단일 생산거점 체제인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투자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HD현대에너지솔루션)
미국산보다 저렴했던 수입 셀·모듈…가격 역전 '위기'
18일 태양광 업계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가 오는 12월4일부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태양광 제품에 최저수입가격(MIP)과 관세를 동시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국내 단일 생산거점 체제를 유지해온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현지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규정은 태양광 모듈의 최저수입가격을 와트(W)당 0.38달러, 셀은 0.22달러로 정했다. 신고 가격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만큼 관세가 붙는다. 수입 후 제3자에게 처음 판매할 때도 해당 기준을 지켜야 한다. 여기에 15% 관세까지 별도로 부과된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음성 공장에서 셀과 모듈을 생산해 국내외에 공급해왔다. 미국에는 비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한 제품을, 원재료 요건이 낮은 시장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한 제품을 공급해왔다. 현지 생산시설 투자 부담 없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온 전략이다.
이 전략을 지탱해온 건 수입산의 가격 우위였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선박 선적(FOB) 기준 수입 모듈 가격은 와트당 0.27달러, 수입 셀은 0.16달러 수준이다. 반면 미국산 모듈은 와트당 0.33달러, 셀은 0.25달러로 각각 수입산보다 22.2%, 56.3% 더 비싸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적용된 15% 상호관세(IEEPA) 부담을 가격에 반영해도 수입 셀과 모듈은 미국산 대비 저렴해 가격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새로운 규제가 등장하면서 수입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유지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셀 0.22달러, 모듈 0.38달러라는 하한선에 15% 관세까지 얹히면 관세 부담이 없는 미국산 제품과의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관세 부담 주체는 통상 공급업체의 협상력에 따라 갈린다. 공급업체가 시장에서 우위에 있으면 고객사와 관세를 나눠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중국산 제품을 쓸 수 없어 한국산 태양광 제품의 선호도가 높았고, 이 덕분에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유리한 협상 위치를 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구도라면 그동안 고객사가 관세를 일부 부담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입 가격이 미국산보다 비싸지는 데다 관세까지 더해지면 고객사가 수입산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진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미국 고객사 주문이 위축되거나 시장 우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지난 3월 체결한 1278억원 규모의 힐스보로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모듈 공급 계약에도 시선이 쏠린다. 새 규정은 지난 8월6일 이전 체결된 고정조건 계약에 한해 신고가격이 하한선에 못 미쳐도 그 차액에 대한 관세를 면제해주는 예외를 뒀다. 다만 15% 관세는 계약 시점과 무관하게 물량 통관 시점이 12월4일 이후라면 그대로 부과된다. 이에 HD현대에너지솔루션이 물량 인도 일정을 앞당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관세 부담은 일반적으로 공급업체가 거래상 우위에 있을 경우 고객사와 나눠 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는 민감한 사안이라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구체적인 관세 부담 내용까지는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새롭게 시행될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미국 내 생산시설을 갖춘 업체 대비 HD현대에너지솔루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미국의 조치는 미국 현지 생산거점이 없는 수입 모듈과 셀 공급업체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사안으로, 국내 태양광 업계는 현지 유통 파트너와 함께 세부 적용 기준과 시장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평균 CAPEX 154억원 수준…현지 진출 시 부담 '확대'
이에 따라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현지 생산거점 확보에 대한 투자 셈법도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은 현지 시설투자 부담 없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해 왔지만, 232조 시행으로 미국향 수요가 위축되면 현지 투자를 검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이 재무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실제로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몇 년간 재무 건전성을 유지해왔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3249억원으로 전년 동기 2190억원 대비 48.4% 급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51억원으로 5배 넘게 확대됐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영업이익은 207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런 본업 수익성을 바탕으로 현금창출력도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고, CAPEX는 33억원에 그쳐 잉여현금흐름(FCF)은 367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CAPEX는 154억원에 머물렀고 같은 기간 FCF는 연평균 435억원으로 안정적이었다. 자체 자금 조달 능력이 뒷받침되면서 외부 차입 의존도가 낮아져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도 36.4%에 그쳤다.
하지만 이런 재무구조는 CAPEX 규모를 무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유지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미국 조치로 현지 생산 유인이 커져 생산거점 확보에 나설 경우 연간 100억원 안팎에 머물던 CAPEX 규모가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 현지 생산 유인 정책이 강화되면서 동종업계에서는 현지 진출에 따른 투자 부담이 상당한 모습이다.
한화솔루션(009830)은 미국 조지아에 태양광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3조 2000억원 규모의 '솔라허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설비투자가 본격화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재생에너지 부문 CAPEX만 연평균 1조 7549억원에 달했다.
OCI홀딩스(010060)도 지난해 미국 셀 생산공장 설립에 384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하려면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에 이르는 자금 투입이 뒷받침돼야 하는 셈이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도 현지 시설투자에 나선다면 최소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829억원으로 단기성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 포함) 7억원을 크게 웃돈다. 총차입금도 154억원에 그쳐 현재는 유동성 부담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향후 대규모 현지 투자가 현실화되면 유동성이 저하되고 차입의존도가 높아져 재무 안정성에 부담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시장에서는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현지 생산거점 확보를 위한 투자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지 생산거점 확보는 MIP뿐 아니라 미국의 통상·에너지 정책, 시장 수요, 공급망 환경, 투자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사안으로 다방면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장민지 기자 wkdalswl0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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