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총수의 베팅)③신사업 기회 누구 몫인가…총수 공동투자 기준 필요
대규모 선행투자 확대로 총수 사재출연 가능성
공정위 사익편취 심사지침 지속 보완
향후 이사회 승인·의사결정 과정 중요성 확대
2026-09-01 06:10:00 2026-09-01 06:10:00
이 기사는 2026년 08월 28일 17:3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대기업 총수들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개인 자금을 직접 투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회사와 총수가 함께 자금을 대 신사업의 위험을 나눈다는 점에서는 책임경영으로 볼 수 있지만 기업이 누릴 수 있었던 사업 기회의 일부를 지배주주가 가져가 향후 가치 상승의 과실을 개인이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해상충 논란이 불가피하다. <IB토마토>는 총수의 사재 투자가 책임경영과 사익편취의 경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해상충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와 이사회의 역할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총수의 신사업 투자를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면서 기업의 투자 판단과 현행 규제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문제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바이오 등 사업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초기 단계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투자가 늘면서 회사와 총수 개인의 투자 기회를 사전에 명확하게 구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또한 관련 제도와 지침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기업이 투자 단계에서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신사업 투자 방식 복잡해지는데…사전 판단 어려운 총수 공동투자
 
28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이 인공지능(AI)과 로봇, 바이오 등 미래 성장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투자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계열사가 직접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부터 여러 계열사가 공동으로 출자하거나 외부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는 방식까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구조가 복잡해지는 추세다. 여기에 총수 개인이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 회사와 개인 사이에 투자 기회를 어떻게 배분했는지도 향후 이해상충 여부를 판단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신사업은 투자 시점에 사업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AI와 로봇, 신약 개발처럼 장기간 연구개발과 대규모 자금 투입이 선행되는 사업은 초기 단계에서 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상용화 시점과 향후 수익 규모 역시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 입장에서는 총수가 회사와 함께 초기 사업 위험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책임경영의 성격을 강조하지만,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회사가 해당 지분을 직접 보유했다면 향후 가치 상승분이 회사와 전체 주주에게 귀속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 게다가 신사업은 투자 당시 미래 가치를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워 총수 개인에게 배분된 투자 기회가 적정했는지를 사전에 판단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이에 총수의 사재 출연을 통한 신사업 투자는 투자 결과보다 참여 과정과 의사결정 절차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회사가 해당 사업에 단독으로 투자할 자금 여력이 있었는지, 추가 지분을 취득할 의사가 있었는지, 총수 개인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등이 사업기회 제공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요소로 꼽힌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신사업은 초기 투자 규모가 큰 데다 수익을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총수가 개인 자금을 함께 투입하는 것은 사업 실패에 따른 위험을 계열사와 함께 부담한다는 측면에서 책임경영의 성격이 있다"라며 "다만 사업이 성장한 이후 총수 개인의 지분가치가 높아질 경우 이해상충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 당시 회사와 개인의 투자 비율이나 참여 과정이 명확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사지침 보완하는 공정위
 
공정위도 사익편취 규제의 판단 기준을 지속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공정위는 2020년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하면서 사업기회 제공을 비롯한 위반행위 유형별 판단 기준을 마련했다. 당시 공정위는 심사지침 제정 목적 가운데 하나로 법 집행의 일관성과 기업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제시한 바 있다.
 

(출처=공정거래위원회)
 
지난해에는 관련 심사지침을 추가로 손질했다. 공정위는 지난 3월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완전모자회사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특히 완전모자회사 사이의 거래에서는 이익제공 의도와 경제적 이익, 특수관계인에게 실제 귀속되는 이익 등을 추가로 고려하도록 했다. 특수관계인의 부가 증가하지 않고 완전모자회사 공동의 효율성 증대 외에 다른 목적이 없으며 제3자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법 적용을 제외할 수 있는 안전지대도 마련했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법 집행에 대한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측은 "개편안은 부당내부거래 사건의 위법성 판단 시 완전모자회사 관계의 특수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기 위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았다"라며 "다만 부당한 지원행위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인 사익편취 행위의 위법성 성립 요건은 서로 다르므로 구체적인 개정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완전모자회사 내부거래와 총수 개인의 신사업 투자는 거래 구조와 규제 대상에서 차이가 있다. 총수가 직접 투자자로 참여하는 경우에는 회사가 해당 사업기회를 보유하고 있었는지와 총수에게 투자 기회가 넘어간 과정 등을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도 총수의 개인투자에 앞서 이사회를 통한 투자 검토와 의사결정 과정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회사가 자체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는지와 총수 개인이 참여하게 된 배경, 회사와 총수의 투자조건에 차이가 있는지 등이 향후 분쟁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기관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공정거래법과 상법 등 여러 관계 법령에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나 회사의 사업기회 이용을 규율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실제 법 집행 과정에서는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라며 "법 집행과 판례에서 나타나는 간극을 줄이고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례와 판례를 반영해 관련 판단 기준을 지속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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