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간 '버드 스트라이크'…쟁점은 사후관리 문제냐, 입지선정 요건이냐
군산공항 CCTV·TPDS 놓고 안전성 평가 방식 충돌
가덕도도 위험평가 논란…10월 잇따라 법정 심리
2026-08-28 16:22:42 2026-08-28 16:22:42
[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충돌)'가 신공항 관련 소송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새만금·가덕도 신공항 재판에선 조류충돌 위험을 두고 공항 입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따져야 할 안전 요건으로 볼지, 관리 가능한 요소로 볼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회원들이 2022년 9월28일 서울가정행정법원 청사 앞에서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를 위한 국민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2부(재판장 이광만)는 지난 26일 새만금국제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 항소심 5차 변론을 끝으로 심리를 종결했습니다.
 
앞서 1심은 국토교통부가 조류충돌 위험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고 입지 선정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기본계획을 취소했습니다.
 
이번 마지막 변론에선 군산공항 주변 조류의 움직임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 자료를 두고 양측이 정반대 해석을 내놨습니다. 국토부 측 변호인은 항공기가 운항하는 상황에서도 조류가 갯벌을 계속 이용하고 있다며 항공기 운항이 조류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반면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소속 시민 등 1296명의 원고 측 변호인은 "조류가 갯벌을 지속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해당 조류가 항공기 소음에 적응했다는 얘기로도 볼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항공기 소음에 적응한 조류의 회피 반응 부재는 항공기와 조류가 동일 공간에 있을 때 충돌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토부 측 "입지 문제 아니다" 대 원고 측 "공항 짓기 전 따져야"
 
조류충돌 위험을 수치화한 지표인 TPDS도 쟁점이 됐습니다. TPDS는 조류의 충돌 가능성과 충돌 시 항공기 피해 가능성을 종합해 산출하는 조류충돌 위험지표입니다. 새만금신공항의 TPDS는 사업부지 반경 13㎞ 기준 연간 10.45~45.93회로 산출됐습니다. 이는 군산공항 0.04846회, 무안공항 0.07225회 등 기존 공항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국토부 측은 TPDS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국토부 측 변호인은 "조류 충돌 위험성은 공항 입지 선정에서 고려되는 여러 사회·경제적 요소 중 하나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며 "원칙적으로 입지 결정의 문제가 아니라 공항 관리의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국토부 측은 인근의 군산공항에서 조류충돌 건수가 낮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국토부 측 변호인은 새만금공항과 군산공항의 반경 13㎞가 약 90% 중첩되고 두 공항의 이착륙 항로도 유사하다며 군산공항의 운영 경험을 현실적인 비교 자료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토부 공항건설팀장은 이날 "군산공항에서 지난 13년간 조류충돌은 9건이었고, 항공기가 실제 피해를 입은 사례는 없었다"며 입지 자체를 부정할 정도의 위험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원고 측은 기존 공항의 충돌 실적만으로 신공항의 위험성을 판단해선 안 된다고 맞섰습니다. 특히 무안공항 참사를 언급하며 "사고가 70년에 한 번 난다고 하더라도 그 사고가 대형사고일 경우 사회적 여파가 굉장히 클 것"이라며 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위험을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토부가 조류탐지레이더와 조류 퇴치 등 저감대책을 제시한 데 대해서도 원고 측은 항공안전 대책과 환경보전 대책이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류를 쫓아내는 방안은 항공 안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세계자연유산과 연결된 도요·물떼새류의 서식과 다양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이 7월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가덕도신공항기본계획 취소소송 5차 재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덕도신공항 재판에서도 "조류충돌 평가 제대로 했나"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에서도 조류충돌 위험평가의 적정성이 본안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은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끝나기 전에 기본계획이 고시되고, 환경영향평가 완료 전 착공이 예정되는 등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주장으로 제기됐습니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 등 시민 1028명은 2024년 3월 국토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으며, 현재 6차 변론까지 진행됐습니다.
 
재판에서 다뤄지는 조류충돌 위험과 관련해 가덕도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연간 예상 TPDS가 4.79998~14.74003으로 산출됐습니다. 이를 두고 지난해 1월 시민행동은 무안공항의 연간 예상 TPDS 0.06과 비교하면 약 80~246배 수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가덕생태조사단도 2022년 5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2021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42시간35분 동안 약 6400마리의 조류가 신공항 활주로 예정 구역 상공을 통과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국토부는 지난 2월10일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두 공항의 TPDS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습니다. 가덕도신공항은 조류 퇴치활동이 이뤄지지 않은 자연 상태에서 산출한 예상값인 반면, 무안공항은 실제 운영 과정에서 조류 감시·퇴치활동이 반영된 값이라는 설명입니다.
 
한편, 시민행동 등에 따르면 오는 10월12일 열리는 7차 변론에서는 조류충돌 관련 전문가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틀 뒤인 14일에는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 취소소송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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