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아파트 청약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지방은 절반이 넘는 단지가 미달되는 극심한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입지와 분양가 경쟁력이 청약 성적을 좌우하는 구조가 굳어지면서 지방 미분양이 빠르게 쌓이고, 분양대금 회수가 늦어진 지역 건설사들의 자금난도 현실화하는 모습입니다.
27일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은 5.86대1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7월 이후 13개월 연속 한 자릿수 경쟁률이며, 2023년 7월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전국 평균은 지난해 5월 14.80대1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반면 서울의 7월 서울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12대1을 기록하며 9개월 연속 세 자릿수를 유지했습니다. 동작구 ‘동작 센트럴 동문 디 이스트’는 1순위 해당지역 청약 접수 결과 34가구 모집에 3903명이 몰려 114.79대1을 기록했고, 노원구 ‘월계 중흥S-클래스 리비에르’도 평균 48.7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서울에서 분양한 두 단지의 공급 물량은 96가구에 불과했지만 청약 접수는 6927건으로 전국 전체의 26.5%를 차지하는 등 공급 부족 속 제한된 물량에 청약 수요가 집중됐습니다.
반면 지방은 정반대입니다. 올해 비수도권에서 청약을 진행한 민영 아파트는 절반 이상이 미달됐습니다. 부산 평균 경쟁률은 0.76대1, 경남은 3.96대1, 충남은 3.86대1에 그쳤습니다. 강원 강릉 ‘리쉐스302’는 302가구 모집에 신청이 단 1건, 충남 아산 ‘아산테크노밸리 더원 7차’는 620가구 모집에 6건만 접수됐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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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외곽도 예외는 아닙니다. 7월 모집공고를 낸 24개 단지 가운데 13곳이 1순위에서 모집 가구를 채우지 못했고, 1000가구 이상 대단지 4곳 중 3곳도 미달됐습니다. 경기 김포 ‘한강 푸르지오 리버프론트’와 경기 오산 ‘오산헤리티지자이’, 경남 거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거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규모나 브랜드보다 입지와 가격 경쟁력이 청약 성패를 좌우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브랜드 선호 자체는 여전히 뚜렷합니다. 올해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 51곳에는 19만6206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9.85대1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비브랜드 아파트 평균 경쟁률은 2.39대1로 약 4배 차이가 났습니다. 실수요자들이 시공 능력과 상품성을 중요하게 보는 흐름은 유지됐지만, 지방에서는 자이·힐스테이트·푸르지오·더샵 등 대형 브랜드도 미달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미분양, 건설사 현금흐름 악화로…전문가 "종합 대책 강구 필요"
청약 양극화를 키운 가장 큰 변수는 분양가입니다. 지난 6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2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철강과 전선 등 주요 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건설사들은 높아진 원가를 분양가에 반영해야 하지만 지방에서는 이를 받아줄 수요가 부족합니다. 분양가를 올리면 청약이 미달되고, 가격을 낮추면 수익성이 무너지는 딜레마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실제 분양가 부담은 청약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경기 부천 ‘두산위브더제니스 부천’은 견본주택에 1만5000명이 방문했지만 일반공급 879가구에 667건만 접수돼 평균 경쟁률 0.76대1에 그쳤습니다.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인근 신축 실거래가보다 2억원 이상 높고 입주까지 5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점이 수요자들의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입니다.
문제는 미분양이 건설사의 현금흐름 악화로 연결된다는 점입니다. 올해 1·2순위 청약을 진행한 전국 164개 단지 가운데 69곳이 모집 가구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초기 청약 부진이 계약률 저하와 미분양 적체로 이어지면 분양대금 유입은 늦어지고 토지비·공사비·금융비용 부담은 계속 발생합니다. 실제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가운데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 6곳이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지방 건설사의 위기는 이미 현실이 됐습니다. 대구 지역 3위 건설사이자 올해 시공능력평가 전국 67위인 태왕이앤씨는 지난 25일 자금난 끝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분양 부진이 중견 종합건설사의 생존까지 위협하는 사례입니다. 올해 7월까지 폐업 신고를 한 건설사는 2530곳으로 전년 동기보다 25% 가까이 늘었고, 폐업한 업체 10곳 가운데 6곳은 지방 업체였습니다.
미분양 적체도 심각합니다.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464가구이며 이 가운데 지방 물량은 4만8694가구로 72.2%를 차지했습니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이른바 악성 미분양은 2만9786가구까지 늘었고, 지방 비중은 84.2%에 달합니다. 이미 지어진 집조차 소화되지 못하면서 분양시장 침체가 지역 건설 경기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입니다.
지방 건설업계는 공공 매입 확대와 세제·금융 지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LH의 미분양 매입을 확대하고 취득세·양도세 등 지방 맞춤형 세제 혜택을 통해 수요를 유인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분양가 현실화와 할인 분양 등 민간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지방 미분양이 계속 쌓이면 준공 후 미분양 증가와 함께 지역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가 더 커질 수 있다”며 “정부는 지방 미분양 문제를 별도 과제로 인식하고 사업장별 통매각, LH 매입, 기업구조조정(CR)리츠 등 상황에 맞는 수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인구감소지역 및 인구감소관심지역에 한정된 세컨드홈 특례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지방 주택 수요를 살릴 수요 진작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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