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SK그룹이 최근 한달 새 자회사의 합병과 매각 등 굵직한 경영 판단으로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SK실트론 매각에 이어 SKIET와 SK어드밴스드의 흡수합병 등 사업 재편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SK그룹의 목적과 달리 리밸런싱 과정에서 주주 소외 논란과 모회사의 경쟁력 약화 우려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 전경 (사진=SK)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SK이노베이션이 분리막 자회사 SK아이테크놀로지(SKIET)를 흡수합병 하기로 의결한 데 이어 전날에는 SK가스가 자회사 SK어드밴스드의 합병을 결정했습니다. 지난달 31일 SK실트론을 두산에 매각한 것까지 포함하면 최근 한달 새 3건의 굵직한 합병·매각 결정으로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는 셈입니다.
SK그룹은 이 같은 리밸런싱 경영 판단에 대해 모두 ‘재무 건전성’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자산 매각과 합병 등을 통해 재무 안전성을 확보하고 운영 효율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SK그룹의 설명과 달리 적자 자회사의 흡수합병에 따른 모회사의 재무 부담 가중 등 부작용도 커지는 형국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SK이노베이션의 SKIET 합병입니다. SKIET는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 사업을 하는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2618억원에 영업손실 2464억원을 냈고,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은 1367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SKIET를 100% 흡수하게 되면서 이 같은 적자는 오롯이 모회사와 주주가 떠안게 됐습니다. 중대한 사업 재편이 이뤄졌지만 기존 주주가 소외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 분리막 사업을 물적분할해 SKIET를 설립한 뒤 2021년 상장시켰는데, 당시 ‘쪼개기 상장’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성장 사업을 분리, 상장해 주주가치를 훼손한 뒤 차익을 챙기고 업황이 꺾이자 적자가 누적된 자회사를 다시 품에 안는 아이러니한 재편이 이뤄진 셈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분리막 사업 관련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제품 개발 역량을 결합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와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등 사업의 반등이 불투명한 까닭입니다. 이와 관련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기존 주주들은 SKIET의 분리막 사업 부진과 재무 위험을 신주 희석과 자금 부담의 형태로 다시 떠안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SK가스를 합병하는 SK어드밴스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석유화학 업황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SK어드밴스드는 올해 상반기 중동 전쟁에 따른 반사이익 영향으로 404억원의 영업익을 거뒀지만, 만년 적자 상태로 재무 부담이 큰 상태입니다. SK어드밴스드의 영업적자 규모는 지난 2022년부터 1290억원, 2023년 825억원, 2024년 1161억원, 2025년 1400억원 등입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말 기준 부채비율은 338.33%에 달합니다.
SK가스는 “SK어드밴스드의 개별 사업뿐 아니라 프로판 조달·공급부터 프로필렌 생산·판매까지 이어지는 통합 밸류체인의 경제성과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양사를 하나의 경영체계로 통합하는 것이 사업 경쟁력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합병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SK어드밴스드의 재무 부담을 SK가스가 온전히 끌어 안는 데다가 프로필렌 업황이 다시 나빠질 경우 SK가스 실적에도 직접적인 부담을 미쳐 모회사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학계에서는 합병 등 사업 재편 시 소수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SK그룹이 무리하게 계열사를 확장해 놓고 그것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주주 등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합병 등 조직 개편 시 주주총회에서 소수 주주를 보호하는 MoM(소수 주주 다수결) 제도 등을 도입해 이 같은 폐단을 막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향후 자본시장 개혁에서 남은 과제”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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