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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8월 26일 18:2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사모펀드(PEF)의 미집행 약정액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 투입할 실탄도 어느 때보다 두둑해졌다. 하지만 조 단위 대형 거래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도 잇따라 좌초하고 있다. 자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가격 눈높이부터 인수금융, 규제, 세부 계약조건까지 거래를 최종 종결하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이 한층 높아진 탓이다. <IB토마토>는 최근 무산된 대형 거래를 통해 올해 하반기 주요 매물의 성사 가능성과 사상 최대 규모로 쌓인 드라이파우더가 실제 M&A로 이어질 수 있을지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의 미집행 약정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조 단위 인수·합병(M&A)이 잇따라 좌초되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조 단위급 매각·인수 협상이 중단되거나 매각 자체가 철회된 사례만 10건을 웃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매물이 없거나 인수 후보가 부족해서가 아닌 실제 가격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높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래픽=AI제작·IB토마토)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조 단위급 인수·매각 협상이 중단되거나 철회된 사례는 11건에 달한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지난해 말 국내 기관전용 PEF의 미집행 약정액은 43조2000억원으로 전년 36조1000억원 대비 19.7% 증가했다. 신규 출자약정액도 27조8000억원으로 44.8%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올해 M&A 시장에서 조 단위 거래는 줄줄이 제동이 걸리고 있다.
예비입찰부터 우협까지…결국 '가격'이 문제
HS효성첨단소재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 매각의 경우, HS효성은 본입찰을 거쳐 지난해 7월 글로벌 대형 사모펀드 베인캐피탈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1년 가까이 협상을 진행했지만, 매각이 끝내 좌절됐다. 매도자 측에선 최소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기대한 반면 원매자 측에선 중국·베트남 생산 기지의 대미 수출 불확실성과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가격 인하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국 HS효성은 지난 4월 공급망 안정성과 향후 사업가치를 이유로 매각을 철회했다.
이번 달 매각이 최종 무산된 엠앤씨솔루션도 지난 3월 한국투자파트너스 PE본부를 우협으로 선정했지만, 몸값에 대한 이견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우협 선정 당시 1조원 안팎이던 최대주주 지분(73.78%) 가치가 협상 과정에서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경영권 매각가격과 시장가격 사이 괴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엠앤씨솔루션의 주가는 올해 초 6만원선에서 3월엔 4만원대로, 최근에는 1만원선을 오가는 상황이다.
2023년부터 매각을 저울질하던 롯데손해보험도 가격 차를 좁히지 못하고 다시 공개매각으로 돌아섰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2019년 인수 후 4년 만에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위해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매각 작업에 돌입하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당시 매각 희망가는 2조원 이상에 달했지만,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높은 몸값으로 본입찰에서 최종 이탈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올해 초 JKL파트너스는 눈높이를 1조원 안팎으로 대폭 낮췄다. 신한금융지주를 유력 후보로 삼아 1대1 수의계약방식으로 물밑 협상을 다시 시작했지만, 또다시 가격 차이가 발목을 잡았다. 신한금융 측에서 7000억원 이하의 몸값을 고수하면서다. 결국 JKL파트너스는 공개매각으로 전환해 입찰을 재개하기로 했다.
글로벌세아의 제지 부문 계열사 매각도 원매자들과의 몸값에 대한 눈높이 차로 매물을 거둬들였다. 올해 초 글로벌세아는 국내외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태림페이퍼와
태림포장(011280), 전주페이퍼 등을 묶어 약 2조원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지난 6월 예비입찰에는 복수의 PEF가 참여했지만 본입찰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원매자들과의 가격 눈높이 차이가 존재했던 상황에서 제지 계열사 실적이 개선되자 글로벌세아가 2조원 수준에 매각하기보다 직접 보유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가격 맞춰도 끝 아니다…조달·계약조건에 결렬
매도자의 가격을 받아들였다고 거래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실제 대금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거래가 무산되는 사례도 있다.
국내 사모펀드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최대주주인 테일러메이드의 경우, 원매자 측에서 높은 인수가를 제시하면서 협상이 이뤄졌지만 자금조달 문제로 인해 백지화됐다. 올드톰캐피탈은 약 31억달러, 원화 4조원대 가격을 제시하고 이를 매도자 측에서도 받아들였지만, 정해진 기간 내 인수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데다 금융기관의 자금조달확약서(LOC)도 제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상 M&A 시장에서 4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사모펀드 단독으로 내는 경우는 없다. 보통 기관투자자(LP)들에게 투자를 제안하고,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금융기관에서 인수금융(대출)을 일으켜 자금을 모은다. 최종 계약서인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기 전, LOC를 통해 은행이나 대형 투자기관의 자금조달을 확인하는 것이다. 올드톰캐피탈 경우, 협상 기한 내에 자금 조달 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우협 지위를 상실하게 된 것이다.
가격과 자금조달을 모두 넘은 뒤에도 최종 SPA 전 단계에서 딜이 깨지는 거래도 적지 않았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롯데렌탈(089860) 인수는 1조 5700억원 규모의 SPA까지 체결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불허로 지난 5월 계약이 해지됐다.
시지바이오 인수를 추진한 IMM PE도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하고 SPA 직전까지 갔지만, 경업금지(동종 사업 영위 금지) 등 세부 계약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IMM PE의 입장에선 대웅그룹 계열사들이 나중에 유사한 재생의료나 인공조직 사업을 또 시작해 버리면 시지바이오의 기업가치가 폭락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경업금지가 필수라고 주장했지만, 대웅그룹은 제약·바이오 생태계 전체를 운영하고 있어 이 같은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풍산 탄약사업 인수도 최종입찰까지 진행됐지만, 불과 6일 만에 풍산 측이 돌연 매각을 철회했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주주 소송 리스크 및 독과점 규제 장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풍산이 급하게 매물을 거둬들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탄약 부문은 풍산그룹 전체 이익의 약 70%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소액주주 반발은 물론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밸류체인 독점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매도자는 과거 고점이나 향후 성장성을 기준으로 가격을 기대하는 반면 인수자는 현재 실적과 인수금융 비용을 반영해 볼 수밖에 없어 가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며 "드라이파우더가 아무리 많아도 조 단위 딜은 한 건에 들어가는 에쿼티 자체가 크기 때문에 가격이 맞지 않으면 기관투자자(LP)나 대주단을 설득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예비입찰보다 본입찰과 우협 이후 실제 돈을 부치는 단계에서 거래가 많이 멈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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