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메이프라워호텔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등과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 조선협력이 구호를 넘어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 산업통상부와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월 23일 워싱턴에서 한·미 조선협력센터(KUSPC·Korea-U.S. Shipbuilding Partnership Center)를 출범시켰다.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협력 구상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현장에서 뒷받침할 전진기지가 마련된 것이다.
KUSPC의 출범은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현재 KUSPC의 운영 구조에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존재한다. 센터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약 199억 3200만 원의 사업비로 운영되며, 올해에는 우리 정부 예산 66억 원이 투입된다. 미국 상무부와 공동으로 개소했지만, 공개된 자료에서는 미국 정부가 운영비를 직접 분담한다는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 한·미 합의로 설립된 협력센터의 운영비를 한국이 사실상 부담하면서 미국 조선소의 생산성 향상과 인력 양성까지 지원하는 구조인 셈이다.
물론 미국 조선산업의 경쟁력 회복은 한국에도 새로운 시장을 열어줄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의 자본과 기술, 인력이 먼저 투입되고도 실질적인 사업 기회와 성과는 미국에만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 조선소에 투자하고 기술을 제공하더라도 미국 함정과 상선의 건조·정비 시장에 공정하게 진입하지 못한다면 이를 호혜적 협력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현재 발표된 사업도 양해각서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다. 한·미 양국 기업과 기관은 '팀코리아' 구축, 공급망 협력, 인력 양성, 공동 기술개발 등 4개 분야에서 15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향후 5년간 1200억 원 규모의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인공지능(AI) 기반 선박 설계, 자율용접, 자동도장, 자율운항 등 8개 과제도 추진한다. 그러나 양해각서와 연구과제의 숫자만으로 성공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실제 수주와 장기 발주, 시장 개방과 규제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KUSPC는 미국 조선업을 한국의 예산과 기술로 지원하는 창구에 머물 수 있다.
KUSPC가 명실상부한 한·미 공동 플랫폼이 되려면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비용과 책임을 합리적으로 분담해야 한다. 미국 정부와 지방정부, 조선소와 교육기관도 운영비·시설·인력·세제 혜택 등을 통해 참여해야 한다. 반드시 현금 분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는 장기 발주와 금융 지원, 조선소 부지와 교육시설 제공, 세제 감면 등으로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양국의 분담 내용과 성과 배분 원칙은 국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둘째, 한·미 양국의 민·관·군·산·학·연이 참여하는 범정부 상설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산업통상부가 산업협력을 주도하되, 군함 건조와 유지·보수·운영(MRO)에는 국방부·방위사업청·해군이 참여하고 외교·금융·조선·법률 전문가도 함께해야 한다. 미국 측도 상무부뿐 아니라 국방부·해군부·해사청·의회와 관련 업계가 참여해야 한다.
협의체는 한·미 대표를 일대일 동수로 구성해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하고 권한과 책임, 의사결정 절차, 비용과 성과의 배분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 한국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업체의 미국 공급망 진입을 지원할 전담 창구도 필요하다.
워싱턴의 KUSPC와 별도로 국내에도 가칭 '한·미조선협력대표부'를 설치해야 한다. 대표부는 미국의 정책과 사업 수요를 국내 업계에 전달하고, 한국 기업의 요구를 워싱턴 협상에 반영하는 상시 창구가 되어야 한다. 양측이 쌍방향 운영체계를 갖춰야 KUSPC가 미국 조선업을 위한 지원 창구가 아닌 양국 공동이익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다.
셋째, 협의와 합의 과정의 책임성을 제도화해야 한다. 주요 회의의 일시와 장소, 안건, 참석자의 소속과 실명, 양국의 제안 내용, 합의 및 이견 사항을 공식 회의록에 남겨야 한다. 국가안보와 기업비밀은 보호하되, 공개 가능한 사항은 정기적으로 국회와 국민에게 보고해야 한다. 누가 어떤 권한으로 참석해 무엇을 제안하고 동의했는지가 기록돼야 정책의 연속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합의가 달라지거나 한국에 불리한 결정의 책임 소재가 사라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
넷째, 한국 기업의 미국 조달시장 접근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미국 조선업 관련 법률과 '바이 아메리칸' 규정, 군함 해외 건조 제한은 한국 기업의 참여를 가로막는 핵심 장벽이다. 한국이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지원하는 만큼 미국도 한국 기업이 함정 건조와 MRO, 군수지원함·수송함·쇄빙선 등 특수선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예외와 특례를 마련해야 한다. 공동 건조, 모듈 분담 생산, 한국 조선소에서의 일부 선체·블록 제작도 협상 의제에 포함해야 한다.
다섯째, 성과 평가 방식도 바꿔야 한다. 행사 횟수와 양해각서 건수가 아니라 한국 기업의 수주액, 미국 함정 MRO 참여 실적, 한국 기자재업체의 공급망 진입 건수, 미국 측 투자와 장기 발주 규모를 핵심 지표로 삼아야 한다. 공동 개발 기술의 소유권과 사용권, 수익 배분 방식도 사전에 명시해야 한다. 한국의 핵심 기술이 적절한 보상과 반대급부 없이 이전되지 않도록 기술 보호와 지식재산권 원칙을 계약에 반영해야 한다.
한·미 조선협력은 미국 조선업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원조사업이 아니다. 미국에는 조선산업 재건과 해군력 강화의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에는 안정적인 수주와 미국 시장 진출, 기술협력과 공급망 확대라는 실익을 돌려주는 전략적 교환이어야 한다. 자칫하면 한국은 자본·기술·인력을 제공하면서 미국 함정 건조를 지원하는 국가로만 남고, 정작 미국 함정 시장 진입과 공동 건조에서는 배제될 수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KUSPC 출범 초기부터 양국 동수의 상설협의체, 한국 내 상근 대표부, 참석자 실명이 명시된 회의록과 성과 공개, 비용·책임·이익의 균형 있는 배분 원칙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래야 KUSPC가 '한국이 지원하고 미국이 혜택을 얻는 센터'가 아니라 '양국이 함께 투자하고 성장하는 센터'가 될 수 있다. 이것이 한·미 조선협력을 일시적인 정치 구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하고 호혜적인 조선동맹으로 발전시키는 길이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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