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 확보와 권한 확대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정작 현장에선 수사 부서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른바 '수사권 확대의 역설'입니다. 수사 권한과 함께 업무량, 법적 책임이 눈덩이처럼 늘어난 반면, 이를 감당할 보상과 인사 혜택 등 실질적 유인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수사권 커지는데…현장선 부담도 '눈덩이'
오는 10월2일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수사에 관한 경찰의 책임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집니다. 검찰의 직접·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고 수사를 최종적으로 완결해야 할 역할이 완전히 경찰로 넘어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선 권한 강화에 대한 기대감보다 폭증하는 업무와 법적 중압감에 따른 피로감과 불만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로 경찰청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 수사관 1인당 사건 접수 건수는 2020년 108.4건에서 지난해 133.8건으로 23.4% 증가했습니다.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도 2023년 45만2183건에서 지난해 71만8330건으로 58.9% 급증했습니다.
가뜩이나 사건 숫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라는 2차 검증 장치마저 사라지자, 수사 결과에 대한 법적·사회적 책임을 전적으로 수사관 개인이 지게 된 구조에 대한 우려가 큽니다. 한 현직 경찰관은 "수사가 힘들다는 이야기는 내부에서도 많이 나온다. 경찰 수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압박도 더 커질 것"이라며 "차라리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처럼 전건송치하던 때가 수사 판단에 대한 고충이 없었다. 그때가 낫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장윤기 은폐·조작 사건'처럼 부실수사 논란이 터질 때마다 따가운 시선이 경찰로 집중되는 점도 수사관들의 어깨를 짓누릅니다. 장윤기 사건만 해도 초동수사 과정에서 주요 증거가 제대로 확보·관리되지 않았고, 경찰은 장윤기를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경찰청 본청사. (사진=뉴시스)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은 지표로도 확인됩니다. 경찰청이 송석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수사 자격을 뜻하는 수사경과(搜査警科)를 자진 반납·해제한 인원은 △2023년 968명 △2024년 1181명 △2025년 1201명으로 오름세입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수사경과 선발 시험에 역대 최대 규모인 1만296명이 지원했다며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다소 완화된 듯 홍보하고 있지만, 현장의 속사정은 다른 셈입니다. 신규 자격 취득을 위해 입문하는 신참 경찰관은 늘었을지 몰라도, 정작 현장을 이끌어갈 허리급 베테랑 수사관들은 과중한 업무와 책임을 버티지 못하고 수사 부서를 떠나는 모양새입니다.
수사 부서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한 전직 경찰관은 "과거엔 일선 서나 지구대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이른바 '에이스'들이 수사 부서를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업무 강도와 워라밸, 처우 등을 고려해 다른 부서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동대 줄이고 돌려막기?…"전문성 우려"
수사 부서 공백 우려가 커지자 경찰청은 특별승진 확대와 활동비 증액 등 유인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력 재배치 등 대책 마련에도 나섰습니다. 경찰청은 지난 12일 하반기(7~12월) 인사에 맞춰 현재 1만400명 규모인 경찰관기동대 상설부대 정원을 1040명 줄이고, 이 가운데 881명을 수사·감찰 분야 인력으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선 수사권과 책임이 커진 만큼 숙련된 수사관이 장기간 수사 부서에 남을 수 있도록 인사·보상 체계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기존 경찰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조세희 목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권은 확대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을 기존 경찰 인력의 재배치만으로 충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수사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며 "사건 조사와 증거 분석, 법리 검토에는 경험 축적이 필요한 만큼 숙련 수사관을 현장에 붙잡아둘 대책이 함께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기동대 인원을 줄이고 수사 인력을 보강한다고 하지만 결국 내부에 있는 인원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검찰에서 넘어오는 인력도 없고 별도의 정원도 없는 상황에서 기존 인원으로 충당하다 보니 문제가 많다는 내부 불만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내부 복도. (사진=뉴시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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