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수사과 소속 검찰수사관을 활용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우회하던 검찰의 오랜 관행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검찰의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하는 공소기각 선고도 줄을 이을 걸로 보입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년과 벌금 2억원, 추징금 1억5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씨는 경북 구미시 공무원으로 일하던 2016년 5월 민간공원 조성사업자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관한 편의를 대가로 뒷돈 68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습니다. 또 물품납품업체 운영자에겐 "편의를 봐줄 테니 자녀 2명을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급여 명목으로 돈을 달라"고 요구, 2021년 12월부터 2년여간 8300여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도 있습니다.
A씨에 대한 수사를 처음 시작한 건 대구지검 수사과 소속 검찰수사관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담당 검사의 지시로 민간공원 조성사업 사건을 수사한 뒤, 사건을 대구지검의 다른 검사인 B검사에게 넘겼습니다. 사건을 받은 B검사는 추가 수사를 진행해 A씨를 기소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수사관들은 A씨가 자녀 급여 명목으로 뒷돈을 받은 혐의를 별도로 포착했고, B검사의 지휘 아래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이후 B검사는 A씨를 추가 기소했습니다.
문제는 추가 기소한 허위 급여 뒷돈 혐의에서 벌어졌습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 2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조항엔 "검사는 자신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대해선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됐습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수사·기소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입니다. A씨 측은 "대구지검 검사가 (나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고, 기소까지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논란이 불거진 배경엔 이른바 '검찰 내 경찰'로 불리던 수사과의 존재가 있습니다. 수사과는 검사장이 지시하는 인지 사건을 직접 수사하는 별동대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동안 검찰은 수사과 검찰수사관을 독립된 수사 주체로 간주하고, 이들이 넘긴 사건을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동일하게 취급해 왔습니다. 검찰의 수사권이 축소되고 수사·기소 분리 원칙이 법제화된 이후에도 검찰은 이러한 관행을 계속 유지해 온 겁니다.
그럼에도 하급심은 검찰 손을 들어줬습니다. 1·2심은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하면서 "이 사건은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검찰수사관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습니다. A씨의 허위 급여 뒷돈 혐의를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은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행하는 검찰청 직원은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는 것이고, 검찰수사관에 대해 형사소송법상 사법경찰관에게 인정되는 일반적 수사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는다"며 "검찰수사관의 수사는 검사의 수사를 보조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검찰수사관이 어떤 범죄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해도, 이는 검찰수사관의 수사 개시가 아니라 검찰청법 4조 2항의 '검사 자신의 수사 개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B검사가 공소를 제기한 건 '검사 자신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한 것에 해당한다"며 "원심으로선 공소제기가 검찰청법 4조 2항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공소기각 선고를 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사건엔 '검찰수사관이 검사 지휘로 착수한 수사도 포함된다'는 걸 법적으로 명시한 첫 판단입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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