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희 기자] 정부가 청년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4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대상으로 저금리 정책모기지를 신설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청년층의 비아파트 선호도가 낮은 데다 가격방어력과 환금성이 아파트보다 떨어져 높은 LTV로 집을 샀다가 집값이 하락하면 '깡통주택'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사회초년생 등이 수억원대 대출을 장기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 및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거 사다리'?…청년은 비아파트 외면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신설합니다. 만 39세 이하 무주택 청년이 생애 처음으로 4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비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이용할 수 있습니다. 수도권·규제지역은 LTV 70%, 그 외 지역에서는 최대 80%를 적용합니다. 공급 규모는 연간 3조원으로 우선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합니다.
구체적인 금리와 우대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우대금리를 통해 일반 보금자리론 금리보다 약 2%p 낮은 수준인 3% 안팎으로 적용될 예정입니다. 월세를 내는 것과 비슷한 부담으로 첫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정부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통해 월세로 빠져나가는 주거비를 자산 형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아파트를 첫 집으로 마련한 뒤 소득과 자산이 늘어나면 향후 더 나은 주택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주거 사다리'를 놓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정작 정책 대상인 청년층의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가격 부담이 낮은 비아파트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실제 매입 선호도는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비아파트 소유 기피 현상과 주거정책 과제'에 따르면 서울의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은 아파트가 15배, 비아파트는 7.9배로 비아파트의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그럼에도 생애 최초로 구입하고 싶은 주택 유형을 묻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9.7%가 아파트를 택했습니다. 비아파트는 자산이 부족할 때 잠시 머무는 임차주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분석입니다.
국토연구원 측은 "청년층의 경우 성장 과정에서 아파트 거주경험이 보편화돼 대체 주거유형에 대한 선호가 낮고 아파트를 ‘정상 경로’로 인식한다"며 "비아파트는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나 가격방어력이 낮고, 부족한 기반시설 등이 낮은 주거선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짚었습니다.
비아파트를 첫 집으로 구입한 뒤 자산을 불려 더 나은 주택으로 이동한다는 정부의 구상이 실제 시장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아파트 중심의 주택시장 구조가 굳어진 상황에서 연립·다세대주택 등 비아파트는 가격방어력과 환금성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사태를 거치면서 비아파트 자체에 대한 불신도 커진 상황입니다.
문턱 낮췄지만 가격하락·상환부담 '이중고'
아파트와 달리 비아파트는 가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거래량이 적어 매도가 쉽지 않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당장 저금리 대출을 받아 월세에서 벗어나더라도 향후 결혼이나 직장 이동 등으로 주거지를 옮겨야 할 때 집을 제때 처분하지 못하면 오히려 기존 주택과 대출에 발이 묶일 수 있습니다.
높은 LTV로 주택을 구입한 뒤 집값이 하락하면 주택을 처분해도 대출금을 모두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주택'을 떠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청년의 첫 주택을 향후 아파트 등으로 이동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만들겠다는 정책 취지와 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책 대상이 4억원 이하로 제한됐다는 점 역시 한계로 꼽힙니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는 연립·다세대주택 평균가격조차 4억원을 넘어서는 만큼 실제 선택 가능한 주택의 지역과 품질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3억7969만원입니다. 강북지역 도심권은 5억6761만원, 강남지역은 4억414만원, 강남지역 동남권은 5억7056만원으로 평균 매매가격이 4억원을 웃돕니다. 경기도 경부1권(과천·안양·성남·군포·의왕)의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매매가격도 4억7946만원에 달합니다.
결국 정부의 정책금융으로 살 수 있는 집은 서울 변두리 빌라 또는 소형 오피스텔 뿐인데, 이런 주거형태는 시간이 지나도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다수입니다.
향후 상환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LTV를 최대 80%까지 허용하면 상대적으로 자산과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도 큰 규모의 부채를 안고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되지만, 대출 문턱이 낮아지는 것과 실제 상환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겁니다.
금리를 낮추더라도 대출 규모 자체가 커지면 매달 부담해야 하는 원리금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4억원짜리 주택을 LTV 80%를 적용해 3억2000만원 빌린다고 가정하면 30년 만기·연 3%·원리금균등상환 기준 월 상환액은 약 135만원입니다.
여기에 관리비와 보유세, 주택 유지·보수 비용 등을 더하면 실제 주거비 부담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초년생의 경우 소득의 상당 부분을 장기간 원리금 상환에 투입해야 해 소비나 저축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청년층의 비아파트 선호도가 낮은 상황에서 수요를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피스텔이나 빌라 등 비아파트는 통상 자산가가 투자 목적으로 공급하고 청년층은 임차하는 구조가 일반적인 만큼, 이를 첫 내 집 마련 수단으로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LTV를 높여 대출 문턱을 낮추더라도 사회초년생에게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적지 않고, 연립·다세대는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 깡통주택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시내 구주택 밀집지역 모습. (사진=뉴시스)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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