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토마토 하주화 기자] 울산시가
20억원을 투입해 관광 명소로 키우겠다며 문을 연 '울산세계음식문화관'이 개관
5개월 만에 폐업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 운영 주체인 울산시설공단(이하 공단)이 적자 누적을 이유로 직영 음식점 영업을 끝내기로 한 겁니다. 울산시의 졸속 행정으로 연간 임대료를 내고 들어온 민간 소상공인들만 고스란히 고사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1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공단은 울산세계음식문화관 내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던 우즈베키스탄 음식점을 폐업하기로 했습니다. 공단은 지난달 말 기간제 직원 3명의 계약이 만료되자 폭염을 이유로 휴업에 들어갔지만, 오는 14일 휴업 기간이 끝나도 영업을 재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공단 관계자는 "영업을 계속할수록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고 했습니다.
울산세계음식문화관에 입점한 해울이카페도 오는 14일까지 휴업합니다. 중구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이 가게는 월 매출이 300만~400만원 정도입니다. 어르신 9명의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충당하고 나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구조입니다. 카페 관계자는 "하루 종일 음료 한 잔조차 팔지 못한 날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울산세계음식문화관에 있는 일본·이탈리아·베트남·태국·멕시코 음식점은 소상공인들이 임차해 운영합니다. 현재 일본·이탈리아 음식점은 저녁에만, 베트남 음식점은 주말에만 문을 엽니다. 한 식당 관리자는 "연간 사용료를 이미 낸 상태여서 당장 접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대로 영업을 이어가자니 적자를 피할 수 없어 막막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들 업소의 계약은 내년 3월까지이며 연간 시설 사용료는 모두 2201만4000원입니다.
지난 3월10일 김두겸 울산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세계음식문화관 개관식이 열렸다. (사진=뉴시스)
결국 극심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태국 음식점은 오는 9월 말 자진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그럼에도 공단 측은 "계약상 개인사업자의 영업손실을 보전해 줄 수는 없다"며 "계약 종료 2개월 전에 통보할 경우 남은 기간의 사용료만 일할 계산해 환불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직영점의 경영 실적은 저조했습니다. 지난 3월 개장 이후 7월까지 총 725건의 주문을 받아 1338개의 메뉴를 판매했지만, 5개월간 올린 누적 매출은 855만6000원에 불과했습니다. 월평균 매출은 171만원에 그쳤으며, 7월 매출(93만6000원)은 개장 첫 달(240만9000원) 대비 61.1%나 줄었습니다.
상인들 사이에선 울산세계음식문화관 폐업 수순은 탁상행정의 참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다른 식당 관리자는 "유동 인구가 적고 기상 변화에 취약한 보행교 구조상 사계절 상시 영업을 전제로 한 음식문화관은 처음부터 힘든 구조였다"며 "음식점 내로 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전기에만 의존해야 하고 택배 차량도 진입하지 못해 식재료를 직접 실어 날라야 하는 등 정상적 영업이 불가능한 환경"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가게를 입점시킨 소상공인들은 내년 3월 계약 만료 이후의 운영 방침이라도 조속히 확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울산시는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시청 관계자는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고 공익감사도 진행 중이라 향후 운영 방향을 확답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앞서 울산세계음식문화관은 '공유재산 관리 계획 수립과 지방의회 의결 절차 없이 가설건축물을 설치했다'는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로 인해 현재 감사원 공익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한편, 민선 8기 울산시는 지난 3월10일 중구 성남동 울산교 위에 가설건축물 4개동(동당 52㎡ 규모)를 짓고 울산세계음식문화관을 열었습니다. 20억원이 들어갔습니다. 외국인에겐 고향의 음식을, 울산 시민에겐 다양한 세계 먹거리를 체험하도록 한다는 취지였습니다.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와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도 있었습니다.
울산=하주화 기자 j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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