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보이스피싱·마약·가상자산 등 5개 민생 범죄 분야에 '합동수사과'를 직접 설치·운영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지만, 실효성 있는 협력 모델에 대해선 우려가 제기됩니다. 중수청으로선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된 만큼 기존에 검찰이 주도해 온 합동수사 기능을 전담하겠다는 취지지만, 수사는커녕 중수청 파견도 불가능해진 검사와 유기적으로 협력할 방안은 사실상 부재한 겁니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대범죄수사청 개청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4일 중수청 개청 준비단은 10월2일 출범할 중수청의 직제안을 발표하며 5개 분야의 합동수사과 설치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서울) △금융 범죄(서울) △가상자산(서울) △마약(수원) △국가 재정(대전) 분야입니다. 이는 현재 검찰이 운영 중인 합동수사기구와 역할이 상당 부분 겹칩니다.
검찰은 현재 △서울동부지검에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 △수원지검에 마약범죄 정부 합동수사본부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와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부 △서울북부지검에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을 두고 있습니다. 각 합동수사기구 수장은 검찰이 맡고 있습니다. 경찰·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국세청·관세청 등 유관기관이 합동수사기구로 인력을 파견하면, 검찰이 수사를 지휘·협력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 출범이 맞물리는 10월2일부터는 합동수사 주도권을 중수청으로 가져오겠다는 게 준비단의 구상입니다. 복수의 중수청 개청준비단 관계자는 "공소청엔 수사 기능이 없기 때문에, 합동수사기구를 중수청에 두는 걸 전제로 (제도를 설계)했다"면서도 "(검사와 협력 방안은) 수사 초기부터 영장·송치 단계까지 필요한 경우엔 공소청에 수시로 의견을 청취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보완수사 요구로 사건이 오가는 과정에서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사례를 막기 위해 공소청 검사와 최대한 협력할 수 있도록 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방침입니다.
문제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른 법적·구조적 한계입니다. 앞으로 공소청 검사는 중수청으로의 파견이 불가능해지고, 중수청 수사관 역시 공소청으로 파견되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수청이 합동수사 기능을 주도할 경우 기존과 같이 검사와 수사 인력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실시간 소통하면서 업무를 볼 수 없게 되는 셈입니다. 수사 기관과 기소 기관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수사 협력과 직접 수사의 경계가 희미한 것도 개선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기존엔 수사권이 있는 검사가 합동수사를 지휘하며 사건 초기부터 수사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수사권이 없는 검사가 합동수사를 위해 수사 기록을 본다면 '위법 수사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이에 검찰 내부에선 합동수사 기능 마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합동수사기구는 특검처럼 수사와 기소를 융합해 집약적인 효과를 보는 시스템"이라며 "기존에 검사가 합동수사기구의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한 건 초기 수사 단계부터 위법 수집 증거를 차단하며, 사법적 통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사권만 지닌 주체가 합동수사의 컨트롤타워가 될 경우 분명 사법적 통제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파견 금지 조항을 개정하거나 합동수사기구를 법무부 산하나, 다른 부처에 두는 형태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10월 검찰청 폐지 이후에도 합동수사기구가 차질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는 입장입니다.
정 장관은 5일 대통령 업무보고 전 진행한 브리핑을 통해 "공소청법, 중수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검찰이 합동수사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국회에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못했다"며 "합동수사기구의 명확한 설치 및 활동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법무부 차원의 입법 의견을 적극 제출하겠다"고 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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