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윤서 기자] 현대차 2차 협력사의 한 팀장이 이주노동자들에게 "노조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겠다"라고 말한 데 이어, 비자 연장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 평가에도 참여해 금속노조 소속 이주노동자 8명을 탈락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다만 회사 측은 문제가 없는 평가였다는 입장입니다.
노조 탈퇴 요구한 관리자, 비자 연장·재계약 평가 맡아
4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 협력사 '일강'의 김제공장에서 가공생산팀장으로 근무하는 A씨는 지난해 2월 이주노동자 기숙사를 찾아 금속노조 탈퇴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하면서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노조에 남을 경우 출입국보호소로 보내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A씨는 김제공장의 가공공정 전반을 총괄하는 팀장으로, 생산직 노동자 142명을 관리했습니다. 회사의 전체 직원은 약 160명이고, 이 가운데 절반은 이주노동자였습니다. 회사의 이주노동자들에게 A씨의 지위와 권한은 절대적이었던 셈입니다.
특히 회사는 올해 4월 A씨를 이주노동자의 비자 연장·재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2차 평가자로 지정했습니다. 일강은 1차 현장 관리자, 2차 팀장, 3차 이사로 이어지는 다단계 평가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비자 연장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 왔습니다. 평가에선 70점 이상을 받아야만 비자 연장이나 체류 자격 변경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노조 탈퇴를 요구하며 비자상 불이익을 언급했던 A씨가 참여한 평가에서 금속노조 조합원 8명은 모두 70점 미만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비자와 근로계약을 연장하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났습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관계자는 "올해 4월까지는 조합원들의 비자 연장과 재계약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A씨가 평가를 맡은 뒤 심사를 받은 조합원 8명이 모두 기준 점수 미달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전국금속노조 전북지부가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 익산지청 앞에서 일강의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전국금속노조 전북지부)
평가받은 조합원 8명 전원 미달…평가 근거는 비공개
회사는 조합원들에게 '70점 미만'이라는 결과만 통보했을 뿐, 개인별 점수와 감점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평가 항목엔 의사소통 능력, 업무 수행 능력, 숙련도, 조직 적응력, 책임감 등이 포함됐으며, 일부 항목은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일강과 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은 평가표와 개인별 점수, 감점 사유를 공개하도록 규정합니다. 노조는 이에 따라 평가표와 개인별 점수, 감점 사유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평가 자료가 경영상 비밀이자 인사경영권에 관한 사항이라며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조합원들은 어떤 항목에서 감점됐는지, 평가가 어떤 근거로 이뤄졌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약 연장이 되지 않은 이주노동자 가운데에는 일강에서 12년 동안 근무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는 지각이나 조퇴, 징계 이력이 없었고 주말 특근에도 꾸준히 참여했습니다. 당시 김제공장은 인력이 부족해 용역업체 노동자를 투입하고 신규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었습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장기간 일한 숙련 조합원과 재계약하지 않았다"며 "회사가 업무 능력만을 기준으로 평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겠다는 관리자의 발언과, 그 관리자가 이후 직접 평가에 참여했다는 점은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판단할 때 중요한 정황"이라며 "회사가 노조 가입을 이유로 불이익을 줬다는 내용을 문서로 남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업무 평가엔 의사소통 능력이나 업무 수행 능력처럼 평가자의 판단이 개입하는 항목이 많다면, 평가표만으로는 노조 가입에 따른 불이익인지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평가가 실제 어떤 기준으로 이뤄졌는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속노조 전북지부는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 익산지청에 특별근로감독과 긴급 행정지도를 요구했습니다. 노조는 일강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일강 측에 A씨가 이주노동자들에게 "노조에서 탈퇴하지 않으면 비자를 연장해 주지 않겠다"라고 말했고, A씨가 참여한 업무 평가에선 금속노조 소속 이주노동자 8명 전원이 기준 점수 미달을 받은 것에 대한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강 측은 "비자 연장은 공정하게 진행했다"고 답했습니다.
남윤서 기자 nyyys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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