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대법원이 '무늬만 프리랜서'인 방송사 PD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데 이어, 정규직과 임금 차별해선 안 된다는 판결을 내놨습니다. 단순히 해고의 무효를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본부·든든한콜센터지부,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노노모), 방송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 모임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 등이 지난해 5월7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숙연)는 지난 6월 춘천MBC 프리랜서 PD로 일했던 김모씨가 사 측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사건에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김씨는 춘천MBC에서 2011년부터 2022년 2월까지 10년 넘게 프로그램 제작 업무를 전담했습니다. 조연출을 거쳐 예능·교양 프로그램의 AD와 PD 업무를 수행하며 기획·촬영·연출·편집 등 제작에 관한 거의 모든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회사의 지시와 조직 체계 안에서 사실상 정규직과 다름없이 일했지만, 김씨의 신분은 프리랜서였습니다. 회사는 10년간 프리랜서 계약을 5차례나 갱신하다가, 2022년 2월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카카오톡 메시지로 계약 종료를 통보했습니다.
이에 김씨는 부당 해고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실질은 노동자면서도 계약 형식 탓에 무늬만 프리랜서로 일하며 불이익을 당했던 김씨의 상황은 '제2의 이재학 PD 사건'으로 불리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CJB청주방송에서 14년간 일했던 고 이재학 PD는 2018년 동료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다 해고됐으며, 법정 투쟁을 벌이던 2020년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재학 PD 사건 이후 방송사 프리랜서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씨 역시 1·2심에선 노동자성과 부당해고가 인정됐습니다. 김씨가 줄곧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회사에 노동을 제공했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그러면서도 김씨의 해고 기간 동안 춘천MBC 측이 지급해야 할 '미지급 임금' 산정 기준은 '정규직'이 아닌 '기존 프리랜서 수수료'라고 했습니다. 김씨가 공모 절차를 거친 정규직(일반직·업무직)으로 채용된 적이 없으므로 정규직 임금을 적용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하급심 재판부는 "김씨는 절차를 통해 공개 채용된 바 없고, 계약직에서 업무직으로 전환됐다고 볼 사정도 없다"며 "김씨는 춘천MBC 직원들과 채용 경로에 있어서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김씨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을 확정하면서도 임금 산정 범위를 제한한 데는 법리 오해가 있다고 했습니다. 정규직과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했다면 정규직 노동조건이 적용돼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김씨와 동일한 부서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일반직 또는 업무직을 비교해 보면, 실제 수행한 업무의 내용 등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며 "김씨에게 동일한 부서 내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노동을 제공하는 일반직 또는 업무직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노동조건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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