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초호황기)로 메모리 가격 상승이 계속되는 가운데, PC·스마트폰 등 전자업계의 수요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칩플레이션에 따른 원가 부담 심화로 업계는 제품 가격을 인상하거나 제품군을 세분화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보급형 시장의 타격이 커 프리미엄 중심 체질 개선이 업계 전반에서 이뤄지는 상황입니다.
서울 용산구 선인상가 컴퓨터 매장에 노트북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2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6500만대로 나타났습니다. PC 시장은 지난해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감소 전환한 모습입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윈도우 업그레이드와 AI PC 도입에 따른 상업용 수요 뒷받침에도 급등하는 메모리 가격과 부품 비용 상승은 OEM 생산 계획을 제약하고 소비자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해 2013년 이후 역대 2분기 중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메모리 쇼티지(공급 부족)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연간 출하량 역시 전년 대비 약 14%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완제품 업체들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체질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단순 메모리뿐만 아니라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인쇄회로기판(PCB) 등 핵심 부품의 가격들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프리미엄 중심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브랜드 간 점유율 격차는 커지는 실정입니다. 리사 리 시그마인텔 대표는 “메모리 가격 환경을 고려하면, 상위 브랜드와 기타 브랜드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애플의 올해 2분기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각각 24%, 20%로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p), 3%p 증가한 반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은 전년 동기 대비 점유율이 소폭 감소했습니다. 소비자들이 보급형 제품의 가격 인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보급형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보급형 시장에서 저마진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던 샤오미도 프리미엄폰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상황입니다.
글로벌 주요 PC 업체들도 수익성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하거나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모습입니다. 보급형 PC에 탑재되는 메모리 용량을 줄이거나 기타 부품에서 원가를 절감하는 식입니다. 애플의 경우 지난 3월 출시한 보급형 노트북 ‘맥북 네오’의 가격을 출시 3개월 만에 100달러 인상한 바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물류비 등 원가 인상분이 커 기존 가격으로는 마진을 내기 어려울 정도”며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 인상은 보급형 제품 대비 민감도가 더 낮지만, 제품 가격 인상에도 한계가 있어 별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