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업황 둔화 우려, 중동 지정학적 긴장 재고조,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 등 대외 변수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학계는 국회 토론회를 열고 이른바 '주가 누르기 방지법' 입법 필요성과 보완 방향을 논의했습니다.
민주당 코리아프리미엄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소속인 이훈기 의원은 이소영 의원과 공동으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주가 누르기 방지법 입법과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정연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가누르기 방지법'의 목적은 낮은 주가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상속·증여 시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출 유인을 제거하는 데 있다"며 "상속이나 증여를 앞두고 주가를 떨어뜨리는 것이 유리한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 인수합병(M&A) 제도 개선, 기업가치 제고 공시 의무화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시장가격 원칙 훼손과 과잉 과세, 조세법률주의 등 법리적 쟁점도 존재하는 만큼 정부 입법 과정에서 적용 범위와 예외 규정 등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시세조종처럼 불법적인 방법이 아니라 경영 판단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주가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며 배당 축소, 현금 사내유보 확대, 자사주 활용, 중복상장, 승계 전후 보수적 실적 관리, 소극적인 IR 등을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그는 "이런 행위 대부분은 자본시장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 경영상 판단의 영역"이라고 짚었습니다.
김 대표는 따라서 개별 행위를 일일이 규제하기보다 저평가를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 자체를 없애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행위 규제는 두더지 잡기와 같다"며 "낮은 주가를 유지해 얻는 이익 자체를 없애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상장주식에도 비상장주식과 유사한 보충적 평가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비상장주식은 이미 순자산가치 80% 하한 규정을 적용해 10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다"며 "이를 상장주식에도 준용하면 제도 혼란을 줄이면서 공정한 가치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조진우 한국거래소 기업밸류업지원부장은 주가누르기 방지법의 문제의식과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PBR 등 단일 지표를 기준으로 의무공시 대상을 정하는 데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은 자사주 소각, 투자자 소통, 자본 효율화 등을 통해 주가 저평가를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는 자율공시인 만큼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그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업종별 편차가 매우 큰 지표인 만큼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업종 평균이나 업종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경기 순환 업종은 변동성이 커 일률적인 기준 적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과장은 "주가를 누르려는 의도 자체보다 그런 유인을 줄이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할 수 있으려면 기업의 성장 성과가 주가에 정당하게 반영된다는 신뢰가 필요하다"며 상법 개정과 공시 개선, 세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 과장은 다만 "PBR은 시장의 평가를 반영하는 밸류에이션 지표로 경기와 업종 특성에 따라 크게 변동한다"며 "최대주주의 사익 추구 목적과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구분할 수 있도록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주가누르기 방지법은 최대 주주가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법입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장주식의 가액을 평가 기준일 전후 각 2개월간의 평균 시세로 평가합니다. 주가가 낮을수록 대주주의 상속·증여세 부담도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에 최대주주에게는 주가를 낮게 유지할 강한 유인이 생깁니다.
앞서 이소영 의원은 PBR 0.8배 미만 상장사의 대주주가 상속·증여를 할 경우 시가 대신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반영해 과세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김현정·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일정 기간 저PBR 상태가 지속된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준혁 서울대 로스쿨 교수 좌장으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정연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가 발제를 맡고 △심혜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이상목 주식회사 컨두잇 대표 △조진우 한국거래소 기업밸류업지원부장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과장 △김만수 재정경제부 재산세제과 과장이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주가 누르기 방지법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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