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매뉴얼화된 학폭위, 이어지는 소송전…필요한 건 '가르침'"
'13년차 교사' 출신, 학교폭력 전문 박은선 변호사 인터뷰
학교폭력 제도 이대로 괜찮나?…현장 변호사의 '쓴소리'
"학교폭력 처분 생기부 기재는 이중·과잉처벌…개선해야"
"아동학대 고소 두려움에 가르침 포기…교사들 보호해야"
2026-07-21 16:32:03 2026-07-21 16:52:52
[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아이를 폭력으로 응징한다' 최근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의 세계관입니다. '인과응보'의 쾌감을 선사한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제도권 내 '교권보호국' 신설 논의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논의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13년간 교편을 잡다가 2020년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를 대리하는 변호사가 된 박은선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박 변호사는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학교폭력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아이에게 낙인을 찍는 처벌과 응징으로만 끝나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현행 학교폭력 제도는 '교육'이 빠진 채 '처벌과 낙인'에만 방점이 찍혔다는 진단입니다.
 
박 변호사는 "지금은 학교폭력이 매뉴얼화됐다"며 "학생이 학교폭력을 호소하면, 담임 선생님은 아이에게 신고 의사를 묻고 신고한다. 그러면 사건은 생활안전부로 넘어가고 담임은 손을 뗀다. '교육'이라는 것이 빠졌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처분으로 발생하는 대학 입시 불이익 등이 너무 크다 보니, 가해 학생은 잘못을 인정하더라도 불이익을 피하고자 불복 소송으로 직행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훈계로만 끝나든, 엄한 처분이든 가르침이 병행돼야 진정한 반성과 재범 방지가 가능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박은선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가 최근 학교 폭력과 관련한 책 『학교폭력입니까?』, 『학교폭력 119』를 출간했다. (사진=박은선 변호사)
 
다음은 박은선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최근 학교폭력입니까와 학교폭력 119 두 권을 출간했습니다. 출간 배경이 궁금합니다.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 사건이 터지면 비난하기 바쁘지만, 실제 사건을 들여다보면 단번에 선악을 가릴 수 없는 사안이 많습니다. 단순히 가해자를 욕하고 처벌만 해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사회적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에세이 『학교폭력입니까?』를 썼습니다. 또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학교폭력이라는 상황을 맞닥뜨릴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돕고자 실용서인 『학교폭력 119』를 함께 내게 됐습니다.
 
부모가 어떻게 학교폭력에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달라진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학폭위 제도 이대로 괜찮다고 보시나요.
 
현재 대부분의 학폭위는 단 하루 만에 심의와 결정이 끝납니다. 위원들이 당일 사건 기록을 처음 확인한 뒤 오전 10시쯤 모여 조사 자료를 검토하고 가해·피해 학생에게 각각 20분에서 1시간 남짓 질의응답을 해서 그날 처분 수위를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몇 년간 누적됐거나 연루자가 다수인 복잡한 사건을 단 몇 시간 만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학폭위 처분이 교육지원청 교육장 명의로 나오다 보니, 처분에 오류가 있더라도 추후 행정심판이나 소송에서 이를 뒤집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건이 복잡할 때는 최소 두 번 이상 학폭위를 열고, 위원들에겐 적어도 기록을 일주일 전에 줘서 미리 검토할 수 있게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도 어떤 교육지원청은 자료를 사전에 주고 검토해 오도록 하고 있어요. 개별 교육지원청마다 편차가 큽니다.
 
'대심 구조' 도입이 시급합니다. 현재는 상대방이 제출한 증거를 확인할 수 없는 불투명한 구조입니다. 실제로 가해자 측이 거짓 사이버 폭력을 이유로 피해자를 '맞폭'(학교폭력 신고로 맞대응하는 행위)한 사건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증거가 제출됐는지 알 수 없다가 결국 행정심판 단계에 가서야 증거가 조작된 사실을 밝혀낸 적도 있습니다.
 
*(편집자) 대심 구조는 행정심판 등에서 대립하는 당사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공격과 방어를 할 수 있게 하고, 심판 기관이 이를 심리하는 구조를 뜻합니다. 
   
변호사님은 학교폭력 조치를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거나 대학 입시에 반영하는 걸 반대하고 있는데요. 
 
학교폭력 처분을 생활기록부에 남기는 처분은 소년보호제도와도 어긋나고 이중·과잉처벌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성년자를 형사법에서 달리 처리하는 이유는 처벌과 응징, 보복이 아니라 교화와 선도가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위헌소송이든 법 개정을 통해서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학교폭력, 교권 침해, 입시 경쟁 등 우리 교육의 아픈 문제를 다뤄, 보며 공감했고 눈물 흘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현실의 학교폭력은 그렇게 단순화할 수 없는 문제인데, 가해자와 피해자를 선명하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아쉬웠어요. 드라마는 '오죽하면'이라는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걸로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학교폭력의 다양한 얼굴을 살피고, 진정한 해법을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이초 교사 순직 이후 교권 회복이 화두입니다. 무너진 교권를 세우려면 무엇이 선행돼야 합니까.
 
어떤 학교폭력은 신고나 학폭위 개최 등으로 나아가지 않고 훈계로만 해결되어야 합니다. 엄한 처분이 필요한 학교폭력도 있지만, 가르침이 병행돼야 진정한 반성과 재범 방지가 가능해집니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선 자녀를 무조건 감싸는 비뚤어진 부모의 사랑과 아동학대 고소에 대한 교사의 두려움이 합쳐져 교육적 지도를 주저하게 되고 '가르침'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진정한 '파수꾼'이 되려면, 아이의 잘못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용기를 격려하고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학폭위 처분을 생활기록부에 남기고 입시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건 손쉬운 면피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한 어른들의 용기있는 가르침이 자꾸만 사라지는 시대입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 용기가 계속되도록 부모가 진짜 사랑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엄하고 바른 가르침을 실천하는 선생님들을 보호하는 교권 보호 장치 등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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